국방 육군

육군수도군단 특공연대 4주 연속 야외 집중전술훈련 현장

맹수열

입력 2022. 04. 15   17:43
업데이트 2022. 04. 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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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침투, 완벽한 위장 감시와 정찰 빈틈없었다

강상·지상침투, 정찰감시기지 활동
완벽한 팀워크로 밤샘 잠적호 구축
지휘·감시조 나눠 임무에 완수 만전
전투기량 강화·대비태세 숙달
 
특공연대 장병들이 강상침투를 위해 소형고무보트를 머리에 얹고 이동하는 헤드 캐링을 하고 있다.
특공연대 장병들이 강상침투를 위해 소형고무보트를 머리에 얹고 이동하는 헤드 캐링을 하고 있다.
육군수도군단 특공연대 장병들이 지난 13일 강화도 인근에서 열린 야외 집중전술훈련에서 정찰·감시 활동을 위해 산악지형을 오르고 있다.
육군수도군단 특공연대 장병들이 지난 13일 강화도 인근에서 열린 야외 집중전술훈련에서 정찰·감시 활동을 위해 산악지형을 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산 중턱에 잠적호를 구축한 특공연대원이 통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14일 산 중턱에 잠적호를 구축한 특공연대원이 통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잠적호에 은신한 특공연대원이 다기능관측경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잠적호에 은신한 특공연대원이 다기능관측경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풍림화산(風林火山). 중국의 병법서 『손자병법』의 ‘군쟁(軍爭)’ 편에 등장하는 필승법이다. 손자(孫子)는 ‘군사를 움직일 때 질풍처럼 날쌔게 하고(風), 나아가지 않을 때는 숲처럼 고요하게 있고(林), 적을 치고 빼앗을 때는 불이 번지듯이 맹렬하게 하고(火),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킬 때는 산처럼 묵직하게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山)’고 적었다. 풍림화산에는 부대를 운영할 때 미리 목적을 상정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움직임이 곧 승리로 이어진다는 병법의 오래된 진리를 지난 13~14일 강화도에서 확인했다.

글=맹수열/사진=이경원 기자

 

장병 70여 명 강상침투 신속하게 완료


지난 13일 강화도의 한적한 저수지. 육군수도군단 특공연대 장병들이 곧 있을 강상침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4일 시작된 4주 연속 야외 집중전술훈련이 어느덧 반환점을 앞둔 상황. 이날 장병들은 강상침투와 지상침투, 정찰감시기지 활동까지 쉼없는 훈련을 이어나갈 예정이었다.

드디어 물 위로 향할 시간. 장병들은 팀 단위로 소형고무보트(IBS)를 옮겼다. “보트 잡아! 보트 무릎! 보트 허리! 보트 어깨! 보트 머리!” 교관 구령에 따라 장병들은 일사불란하게 IBS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100㎏이 넘는 IBS를 머리에 얹고 물까지 이동하는 헤드 캐링(Head Carrying)은 군 체험 유튜브 등에서 이미 힘들기로 정평이 자자한 훈련이다. 하지만 특공연대 장병들의 동작은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심지어 이들은 이어질 지상침투를 위해 30㎏에 가까운 군장과 총기를 멘 상태. 이들의 평소 훈련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직 제법 차가운 강바람이 불어오는 저수지 위로 IBS가 줄을 지어 나아갔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만 저수지를 감돌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70여 명의 장병이 물 위에서 이동하는 줄은 꿈에도 모를 듯했다.

“이번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밀성’과 ‘신속성’입니다. 소리 없이 빠르게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것이 핵심이죠.” 교관 김재영 대위의 설명처럼 장병들은 노를 젓는 패들링(Paddling) 구호조차 들리지 않게 은밀성을 유지했다.

줄지어 나아가던 IBS들은 집결지에 모인 뒤 먼저 최종 목표지점에 도착한 해상척후조 신호에 따라 다시 나아갔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엔 얼굴을 강하게 때리는 맞바람이 불어왔다. 기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장병들은 횡대로 대열을 유지한 채 목표지점을 향해 직진했다.

“사실 오늘은 침투에 좋은 날이 아닙니다. 바람이 거세고, 조류도 도와주지 않네요. 그래도 계산을 잘하면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팀워크가 여기서 보이네요.” 기자와 함께 IBS에 탑승한 교관 최영종 상사는 장병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집결지에서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200m. 강을 가로지른 장병들이 상륙해 군장을 챙겨 한곳에 모이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분 남짓이었다. 말 그대로 질풍처럼 빠르고, 그림자처럼 은밀한 침투였다.


잠적호에서 적 움직임 관측 후 보고


육상에서 잠시 숨을 고른 장병들에게 김준혁(중령) 번개대대장이 다가왔다. 한 명, 한 명 컨디션을 살핀 김 대대장은 종심지로 향할 장병들을 독려했다. “지금부터 하는 훈련이야말로 연대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해 낼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김 대대장의 말이 끝나자 장병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팀장을 중심으로 침투 경로를 다시 한번 확인한 장병들은 뿔뿔이 사라졌다. 한 팀을 따라 산으로 향하는 길. 겨우내 쌓여 있던 낙엽과 전날 내린 비로 한 걸음 떼기도 쉽지 않았다. 수첩과 볼펜만 들고 이동하는데도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기자와 달리 무거운 군장을 멘 장병들의 발걸음은 신속 그 자체였다. 능선을 따라 경계·이동을 반복한 끝에 도착한 곳은 산 중턱 어디인지 모를 경사였다.

중대장 황보혁 대위는 경계를 서고 있는 중대원들에게 작전 지시를 했다. 이곳을 기점으로 중대를 지휘조와 감시조로 나누고, 잠적호를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중대원들이 각자 임무를 위해 흩어진 사이 황보 대위에게 지시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저희는 이곳에서 적의 움직임을 관측해 상급 부대로 보고할 예정입니다. 감시조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지휘조는 완벽한 위장이 가능한 곳에 잠적호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우리의 첩보가 이후 화력운용부대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수집·보고가 핵심이죠. 따라서 한순간도 눈을 떼서는 안 됩니다.”

그사이 이른바 ‘비트’로 불리는 잠적호를 파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군장에서 야전삽 등을 꺼낸 장병들은 교대로 땅파기에 몰두했다. 혹여 기척이 느껴질까 숨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땅을 파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우와 교대를 하고 곧바로 경계에 나선 송지석 중사는 이런 일들이 익숙하다고 했다.

“생각보다 별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이 정도는 저희에게 일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그것보다는 한 번에 잠적호를 구축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참 판 땅속에 바위라도 있으면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하거든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시각, 잠적호 구축을 시작한 장병들은 밤샘작업을 이어나갔다. 아직 차가운 산의 이슬을 맞으며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종합훈련으로 고강도 4주 일정 마무리


다음 날 아침, 마중을 나온 여단 장병의 안내를 받아 다시 산으로 향했다. 한참을 올라가는 동안 눈에 보이는 것은 낙엽과 나무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멈춰선 안내자는 이곳이 잠적호라고 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진달래나무 사이로 부스럭 소리가 나며 덮개가 열렸다.

구멍이 드러나자 비로소 잠적호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몸을 내밀면 얼굴만 겨우 나올 정도의 깊이에 3명 정도는 충분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밤잠을 설치며 땅을 파낸 장병들의 노고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곳은 감시조의 잠적호. 감시조 장병들은 깊숙이 몸을 숨긴 채 다기능관측경을 운용하기 위해 단지식 잠적호를 선택했다. 조금 더 위에 자리한 지휘조는 무전기 등 더 많은 장비가 있어 옆으로 널찍한 전호식 잠적호를 만들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현장 지휘를 나선 김 대대장은 “팀장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제부터 이들은 다음 날까지 잠적호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감시·정찰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고된 훈련이 거듭됐지만 장병들의 각오는 대단했다. 오동진 대위는 “하천과 적 지역을 극복한 뒤 첩보를 수집·송신하는 과정에서 군단 핵심 전력이라는 정체성을 체감하고 있다”며 “훈련이 끝났을 때 현재보다 월등히 성장해 있을 팀과 내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공연대는 오는 25일부터 전개하는 임의 지역 종합훈련으로 4주의 야외 집중전술훈련을 마무리한다. 낯선 지역에서 공중기동, 수색정찰, 국지도발 통합상황조치, 40㎞ 야간 전술행군 등 고강도 훈련을 펼칠 예정이다.

특공연대 관계자는 “중첩된 악조건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장병들의 전투기량과 자신감이 더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망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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