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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A 분석] 기동 전략의 논리로 본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김한나

입력 2021. 11. 23   14:24
업데이트 2021. 11. 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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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 전략의 논리로 본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미국의 對동맹국 국방협력의 방향성'
『동북아 안보정세 분석』(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이수진
virtu@kida.re.kr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전문연구원


한국 국방부와 미국 국방부는 12월 2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간 국방워킹그룹 창설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미 국방부는 9월 말 열린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 연계를 모색하는 실무협의체를 설립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렇다면 미국이 지난 5월 KIDD에 이어 하반기에 다시 국방워킹그룹 창설을 제안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작성된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미국이 인태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추론한다. 둘째,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 전략을 연계한다는 양국 정상 간 합의의 후속 조치로서, 국방 분야 협력 의제를 발굴한다. 


본고는 2편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편에 해당하는 이 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정책 및 군사전략 측면에서 미국의 인태 전략을 분석한다. ‘기동(maneuver)’ 전략과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라는 키워드를 이해한다면,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사항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미국이 인태 전략 실행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국방협력 의제를 파악한다.


2020년 9월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연합훈련에 참여한 한국·미국·일본·호주의 함정들이 괌 해상에서 편대로 이동 중이다. 사진 = 호주 왕립 해군 홈페이지
2020년 9월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연합훈련에 참여한 한국·미국·일본·호주의 함정들이 괌 해상에서 편대로 이동 중이다. 사진 = 호주 왕립 해군 홈페이지


기동 전략(maneuver strategy)에 기반한 미 인태 전략

미국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국방정책 및 군사전략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인태 전략은 상위 지침서인 「국방전략서 2018(National Defense Strategy)」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방전략서 2018」은 미국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패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보다 치명적인 합동군을 건설하고, 동맹을 강화하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조직을 개혁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후 2019년 6월 미 국방부는 이러한 국방목표에 부응한 국방정책 및 군사정책서인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Indo Pacific Strategy Report)」를 발간하였다.

동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인태지역에서의 안보위협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 초국가적 위협을 지목하였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 현대화와 강압적 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미 국방부는 “경쟁하고 억제하며, 필요하다면 싸워서 이기는” 방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공표하였다. 미 국방부는 이를 위한 세 가지 노력선을 들었는데, 준비태세(preparedness), 파트너십(partnership), 네트워크화된 지역 촉진(promotion of networked region)이라는 3P가 그것이다.

3P에서 다음의 두 가지를 특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3P는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를 표방하는 지역 안보 아키텍처를 가리킨다. 하지만 집단안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러 조건(군사력 사용 포기, 평화파괴자에 대한 합의, 평화파괴자에 대한 압도적인 힘의 우위, 국가 간 신뢰, 개별 국가의 자동적 참여)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어느 한 조건도 충족하기 쉽지 않다. 둘째, 그래서 3P는 군사전략을 포함하며, 궁극적으로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은 일체화된다. ‘필요하다면 싸워서 이기기’ 위한 노력선은 전쟁수행방식을 가리키는 군사전략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군사전략으로서 미국의 인태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론상 군사전략은 양국관계에서 무력분쟁의 개시자 뿐만 아니라 분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설명변수이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군사전략의 성공 요건이 곧 오늘날 미국의 국방과제이자,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국방전략서 2018」에서 전제한 대로 미국의 인태 전략은 기동(maneuver)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상대국을 패배시키는 전쟁수행방식으로서 군사전략을 논한다면, 군사전략은 크게 소모(attrition) 전략과 기동 전략으로 나뉜다.


소모 전략은 상대국의 강점을 소진시키는 무제한전을 상정하는 반면, 기동 전략은 상대국의 ‘약점’을 공략하여 승리하는 제한전, 또는 무혈의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기동 전략은 본래 방어적이다. 억제가 실패하면 곧바로 공세적으로 신속결전을 추구하는 방어적 공세적 성격을 띤다. 그러므로 미국이 인태 전략에서 제시한 3P는 평시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 3P를 가리켜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라고 명명했다. 동맹국 및 우방국들이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을 통합해서 거부적 억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그런 동시에 3P는 억제가 실패할 경우, 기동 전략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3대 요인이다. 미국의 인태 전략 추진과정에서 기동 전략은 어떻게 수행될 것인가.


기동 전략은 기습(surprise)과 신속한 이동을 특징으로 한다. 기습과 신속한 이동을 뒷받침하는 성공요인은 △ 적의 취약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 △ 기만(전략적 마비), △ 신속한 수송과 정보처리, △ 전투지속능력을 뒷받침하는 부전선(secondary front) 방어이다. 특히, 적대국의 전쟁수행체계를 기습적으로 마비시키기 위해서는 지휘통제 및 통신(C3) 상의 ‘보안’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인태사령관의 말대로라면, 미국은 확실한 재보장(reassurance)을 위해 동맹국에조차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할 능력을 숨길 것으로 보인다. <표1>은 기동 전략의 성공 요건에 비추어 미 인태 전략의 설계 요소를 정리한 것이다.



미 인태 전략에서 국방협력의 주안점

동맹국 네트워크는 미국이 추구하는 집단안보 기반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기동 전략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태 전략 추진 과정에서 미국이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덜 조명된 국방협력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국방협력의 4대 축은 △ 해양안보, △ 연습 및 훈련, △ 표준화된 정보공유환경(Mission Partner Environment, MPE), △ 제도를 활용한 지역 내 협력이다.

2021년 7월 호주 북동부 산호해 해상에서 ‘탈리스만 세이버’ 연합훈련 중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6)이 호주 왕립 해군 호위함 발라라트함(FFH 155)에 연료를 보급하고 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2021년 7월 호주 북동부 산호해 해상에서 ‘탈리스만 세이버’ 연합훈련 중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6)이 호주 왕립 해군 호위함 발라라트함(FFH 155)에 연료를 보급하고 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1) 해양안보

해양안보 역량구축과 관련, 미국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해양영역인식(maritime domain awareness, MDA)’이다. 미국은 해양영역인식을 “바다와 해양, 또는 기타 항행 가능한 수로의 ‘위, 아래, 관련, 인접 또는 경계에 있는’ 모든 지역과 사물(해양 관련 활동, 인프라, 사람, 화물, 선박 및 기타 운송수단 포함)”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라고 정의한다.


해양영역인식이란 “안보, 안전, 경제 혹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양영역과 관계된 모든 것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라고 규정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정의를 미국의 패권 유지 관점에서 구체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정의하는 해양영역인식은 미국의 단극체제를 뒷받침한 ‘공공재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

MDA 임무와 관련, 미국이 추적하는 대상은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IUU), 테러, 무기거래, 마약밀매, 해적 및 무장강도, 북한 선박 불법환적 등의 초국가적 해양범죄이다. 여기서 IUU는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EEZ 내 중국의 활동을 가리킨다.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MDA를 제고하기 위해 2016년부터 해양안보 역량 구축 프로그램인 ‘Southeast Asia Maritime Security Initiative’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해군/해양경비대 교육 및 훈련, 베트남에 대한 정보감시정찰(ISR) 무기체계 판매 및 훈련, 해양 관련 살상무기 판매, 인도네시아의 ISR 통합 및 항구 보안 등을 망라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공공재 통제 유지 수단으로서, MDA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미국이 2019년부터 아세안 10개국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해상훈련인 ‘동남아 협력 및 훈련(Southeast Asia Cooperation and Training, SEACAT)’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은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SEACAT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2020년 SEACAT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유럽·북미에서 22개국이 참여하였다. MDA는 훈련 참여국들이 ‘공통의 작전상황도(Common Operational Picture)’를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공통의 작전상황도는 참여국들 간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기제가 ‘SEAVISION’이다. SEAVISION은 미국 교통부가 개발하고 해군을 비롯하여 미국의 관련 부처가 활용하는 웹 기반의 평문 정보 공유시스템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전세계의 선박 위치와 이동 흐름(목적지 파악)을 파악하고, EEZ 통항 선박 및 항구 방문 선박을 식별할 수 있다.

미국이 수집하는 해양영역 관련 정보는 위성 이미지와 기존에 축적된 자료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인도에 위치한 ‘정보융합센터(Information Fusion Center)’가 보내주는 정보를 포함한다. 미 국방부는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2009년 설립된 싱가포르 해군 산하 IFC의 중요성을 논하고, 인도 IFC의 개소(2018년)를 환영했다. 인태 전략 보고서가 발간된 2019년, 싱가포르 IFC는 실시간 정보 교환 시스템(IRIS)을 전력화하였다. 그리하여 IRIS는 2019년 8월 SEACAT 때부터 사용되었다.

미국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아세안 국가들이 직접 처리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영해 및 EEZ에서 의심 선박을 규제하고, 남중국해에서 MDA 임무(의심선박 수색 및 차단포함)를 수행하며, 다국적 해양훈련에 참여하도록 역량구축을 돕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역내 국가들이 ‘공통의 지역 해양도(common Regional Maritime Picture)’를 공유하고 MDA 작전에 수반되는 전술, 지식, 절차를 숙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상호운용성을 갖춘 동맹 네트워크는 다른 경쟁국이 넘볼 수 없는 전력증강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위하여 미국은 자국군의 무기와 상호운용 되는 ISR, 무인기, 해상무기 등을 판매한 이후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정보처리와 관련한 교육 및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종합하면, 미국은 SEACAT을 실질적인 통합억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SEACAT은 2018년 중국이 아세안과 처음으로 해상 합동기동훈련을 실시한 다음 해에 출범하였는데, 이제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대체하는 역내 해상훈련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해양안보 분야 두 번째 키워드는 ‘첨단 재래식 분쟁(high-end conflict)’이다. 「국방전략서 2018」에 등장한 동 개념은 첨단기술이 동원되는 대규모의 고강도 분쟁을 지칭한다. 강대국 간 전략경쟁으로 충돌이 발생할 경우를 논하는 재래식 분쟁의 양상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와의 상호운용성을 제고하는, ‘통합된’ 첨단 해양작전으로서 Talisman Sabre(호주 주최)와 Pacific Vanguard(4개국 순차 개최) 훈련을 언급했다. 중국의 A2/AD 능력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인도네시아를 통한 대체 해로가 있었다면, 지금 미국은 (중국의 미사일 사정권 밖에 있는) 호주를 경유하는 대체 해로를 생명선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21년 한국이 처음 참가한) Talisman Sabre와 Pacific Vanguard 훈련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2) 연습 및 훈련

미 인태 전략 보고서는 “진화하는 전투수행개념 및 능력을 시험”하기 위하여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실험(experimentation) 및 연습” 할 것을 지시하였다. 현재 인태사령부는 2020년 3월 발표한 새로운 전투수행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미 국방부와 공동작업 중이다. 인태사령관은 전투수행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4대 중점분야 중 하나로 ‘연습 및 훈련’을 꼽았다. 이로써 훈련의 성격은 방어태세에서 공세적 성격이 보다 강화되었다. 


미국의 새로운 전투수행개념은 “적수(adversary)와 적수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효과적인 억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특전사-사이버 능력-우주 전력-장거리 화력을 갖춘 지상군을 완전하게 통합”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오스틴 국방장관이 인정한 대로 “사이버 및 우주 영역에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진전(stepping up)”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태사령부는 최근 ‘Pacific Multi-Domain Training and Experimentation Capability (PMTEC)’ 계획을 시작하였다. 인도태평양 전구에 흩어진 각 군부대와 동맹국의 훈련소를 실제로, 그리고 가상으로 통합하는 다영역 훈련 및 실험 프로그램으로서 이러한 네트워킹은 전례가 없다. 


그런 만큼 전략적 수준에서 PMTEC은 미 합동군과 동맹국 간 ‘통합’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전적 수준에서 PMTEC은 우주 및 사이버 작전을 전영역 작전에 완전히 통합시키고자 한다. 극초음속 무기·레이저 무기·AI 대응도 PMTEC에 포함된다. 


인태사령부는 PMTEC에 일본과 호주를 포함시킨다는 계획을 공식화하였으며, 미 국방부 동향에 밝은 한 씽크탱크(CSBA)의 회장은 동 계획에 한국이 포함될 수 있다고 귀띔하였다. 미 국방부가 인태보고서에서 한미 사이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한 데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연습 및 훈련 상의 ‘혁신’이 연료 재공급의 민첩성, 군수 수송의 신속성, 피해 후 복원성을 촉진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계획과 실제 상의 능력 격차(capability gap)를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요인이 결국 기동 전략의 성공요인인 신속한 이동과 부전선 방어를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 육군의 다영역 작전 기동훈련인 ‘Pacific Pathways’를 특기할 필요가 있다. 미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핵심 투자 분야로 적시하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 지상군의 다영역작전 임무전력의 전방전개를 가속화”하는 방법으로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관계를 심화하여 Pacific Pathways를 확대”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후 미 육군은 태평양 전구에서 실시하는 9개의 연습을 하나의 통합된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였다. 가령 하와이의 미 육군 25사단과 미 알래스카 육군이 참여한 2015년 Pacific Pathways 훈련에서 한국은 ‘몽골-한국-일본’ 기동훈련과 ‘태국-한국-필리핀’ 기동훈련을 잇는 중간지점이다. 다시 말해 몽골의 Khaan Quest와 한국의 Foal Eagle, 일본의 Orient Shield는 작전상 연속성을 띤다. 2016년 Pacific Pathways 16-1 훈련에서도 평택(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미 제8군)은 미 본토와 하와이,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신속원정작전의 중간지였다.


이렇듯이 미국은 신속원정작전에서 혁신을 꾀함으로써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Pacific Pathways 작전에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내 합동준비태세 훈련센터(Joint Readiness Training Center)를 통한 사전연습, 통신이 끊어진 상황에서도 최전선까지 연료와 물자를 신속하게 수송할 수 있는 경쟁적인 군수지원(contested logistics) 체계 구축, 의무후송 훈련 등 미국은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동맹국의 역할을 요청할 것이다.

3) 표준화된 정보공유환경(MPE)

미국은 이렇게 미 합동군과 연합국/군 간 통합을 위해 합동전영역지휘통제(Joint-All Domain Command & Control, JADC2)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군의 각 전투사령부가 별도로 운용하는 정보수집 센서와 전술통제망을 단일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의회도 MPE를 비롯한 JADC2 사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2021년 9월 2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과 일본, 인도, 독일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합참은 상호운용성을 증진하기 위해 JADC2 사업 설계과정에서 동맹국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국방당국은 향후 전략적 수준의 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작전적 수준의 완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JADC2 사업은 C3와 직결되는 만큼, 동 사안은 한미 정부 간 전략적 수준에서 논의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JADC2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 합동군과 연합국/군이 운용하는 새로운 통합 통신망으로서 정보공유환경(MPE)을 강조한다. 


MPE는 4가지 망(인터넷망, 평문망, 비밀망, 연합임무를 공유하는 연합망)으로 구성된다. 미국은 지휘통제 단말기를 통합하여 하나의 단말기로 4개의 망에 접속하고자 한다. 전장/비밀등급에 따라 별도의 단말기를 운용하는 현재에 비해 네트워크에 신속하게 접근하고 상호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통신망에 암호화된 보안기술을 적용하여 인터넷망에서도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가령 미국은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아세안 일부 국가의 해양 지휘통제센터와 보안화된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는데, 미국은 보다 신속한 정보처리 및 결정을 위해 이러한 방식으로 ‘인터넷 신뢰망’을 구축하여 정보를 공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미국은 인태 전략 추진 과정에서 동맹국에 지속적으로 MPE 적용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요구가 연합지휘통제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4) 제도를 활용한 지역 내 협력

미국은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인태 지역 국가들의 “양립가능하고 상호보완적인 능력”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자 파트너십’의 잠재력에 주목하였다. 여러 조합의 삼자 파트너십 임무 중에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인도적 지원/재난 구호(HA/DR)’이다. 


인태 지역은 세계적으로 재난 발생률이 높지만 많은 국가들이 HA/DR 능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미국은 역내 국가들의 HA/DR 협력 수요가 높다고 본다. 그래서 인태사령부는 태평양합동정보작전센터 예하 재난관리센터(CFE-DM)를 통해 역내 국가들과 HA/DR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HA/DR은 결국 ‘포괄적 위기관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HA/DR은 군사능력(물자수송, 민간인 보호, 재건) 뿐 만 아니라 조직역량과 조정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제공할 때에 민간부처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위기관리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HA/DR을 하나의 패키지로 두고 있다. 특히나 최근 2년 들어 미 국방부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오키나와, 괌, 하와이 등의 미군기지가 재난재해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미 국방부는 아세안 확대장관회의(ADMM-Plus) HA/DR 분과 전문가워킹그룹 등을 통해 역내 국가들과 실질적으로 HA/DR 대응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 전략 간 연계에 관한 논의는 인태 전략 그 자체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이분법적인 평가에 한정되었다. 하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미 인태 전략의 ‘어떠한 요소’가 한국의 안보·국방에 도움이 되는지 천착해야 한다. 


미 인태 전략이 북한위협 대응을 주요하게 다룬다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와 미래에 잃을 수 있는 국익(“지켜야 할 국익”)을 고려하여 양국의 지역 전략 간에 접점이 있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향후 미국과 협력의 범위와 수준을 논할 때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전략적 수준의 준칙을 기준 삼아야 할 것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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