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인터뷰] 출항 앞둔 2021 해군순항훈련전단 박규백 전단장

노성수

입력 2021. 10. 21   17:08
업데이트 2021. 10. 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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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국방리더 양성·新북방항로 개척 새 역사 쓸 것”

북극권 베링해 해군 최초 항해하며 알래스카 기항…신북방정책 지원
미국·캐나다와 해상훈련 참여 연합작전 수행 절차 현장서 습득
기항지마다 6·25 참전용사에 영상 메시지·기념품 전달 등 보훈활동도

 

2021 해군순항훈련전단장 박규백 준장이 왕건함 사관실에서 항로와 훈련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21 해군순항훈련전단장 박규백 준장이 왕건함 사관실에서 항로와 훈련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해군을 이끌어갈 해군사관학교 76기 생도들이 67일간의 원양 항해훈련에 나선다. 2021 해군순항훈련전단(순항전단)은 22일 제주 해군기지를 출항해 미국 알래스카·샌디에이고·하와이·괌, 캐나다 빅토리아 등 2개국 5개 항을 순방한다. 사관생도 152명을 포함한 약 540명의 순항전단 요원들은 4400톤급 구축함(DDH-Ⅱ) 왕건함과 1만 톤급 군수지원함(AOE-Ⅱ) 소양함에 탑승해 교육훈련을 진행한다. 출항을 앞둔 박규백(준장) 전단장으로부터 훈련 계획과 각오를 들어봤다.

글=노성수 기자/사진=순항전단 제공


해군 정예장교 육성·신북방항로 개척 야심

“해군 전통을 계승·발전시켜 미래 국방리더 양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신(新)북방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겠습니다.”

올해 순항훈련을 지휘하는 박규백 전단장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성과 있는 교육훈련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순항훈련은 졸업·임관을 앞둔 해군사관학교(해사) 4학년 생도들의 원양 항해실습을 통해 국가정책을 지원하고, 국위를 선양하는 군사외교 활동이다. 1954년 9기부터 지난해 75기까지 67년간 한 번도 빠짐 없이 190여 만㎞, 지구 47바퀴를 항해하며 550여 개 항을 방문했다.

“이번 순항전단 지휘 표어는 ‘바다로! 세계로! 국방리더 양성! 신북방항로 개척’입니다. 이는 순항훈련이 지향하는 4가지 핵심 사항이기도 합니다. 순항훈련은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올해로 68년째를 맞았습니다. 해군 창설 이듬해 해사가 개교했고, 지금의 순항훈련을 실시하기 이전인 1953년까지도 매년 사관생도들의 함정 실습을 시행한 점을 고려하면 순항훈련은 해군 창설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을 원천 차단하면서 순항훈련 본연의 의미를 정상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순항훈련은 해사 4년 교육훈련 과정의 마지막 담금질이다. 이에 전단은 해군과 국방 발전에 기여하는 우수 인재 육성을 목표로 훈련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리더 양성은 해사 설립 목적과도 연계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순항훈련은 사관생도들이 초급장교 임무 수행 능력을 구비하고, 해군장교로서 시맨십(Seamanship)·리더십(Leadership)을 배양해 국제안보 환경과 국가정책, 그리고 해군의 역할을 이해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하는 데 교육훈련 중점을 뒀습니다.”

이번 순항훈련은 신북방항로 개척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해 의미를 더한다. 순항훈련은 1954년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1962년 미주, 1968년 오세아니아, 1975년 중동, 1991년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새 항로를 개척했다. 지난 1992년에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을 항해하고, 수에즈·파나마 운하를 건너 아프리카를 포함한 첫 세계 일주 항해에 성공했다.

“지난 2019년 해사 73기 졸업·임관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우리 앞에 펼쳐질 새로운 시대의 해군은 선배들이 가보지 못한 바다, 북극항로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올해 순항전단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친 바다인 북극권 베링해를 우리 해군 최초로 항해하고, 알래스카항에 기항해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 역사를 쓸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해군의 임무와 역할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지원할 것입니다.”


훈련 참가자 모두 백신 접종 완료


무엇보다도 박 전단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훈련 참가자 전원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출항 전 2주간 예방적 격리를 했으며, 2회에 걸친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또 각 함정에 PCR 검사 장비와 신속항원 검사키트 등을 적재하고, 의무인력도 보강했습니다. 유사시 독립공간 운용이 가능한 격리구역 지정과 음압이송 카트, 위중증 치료제 등을 보유해 긴급조치 능력도 확보했습니다.”

교육훈련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할 예정이다.

“사관생도들은 졸업·임관 후 실무에서 필요한 전문지식과 이론을 배우고 체험해 상황별 대처 능력을 키울 것입니다. 아울러 장비운용 실습과 항해 당직근무, 전술훈련도 체험합니다. 종합 전투훈련을 거쳐 장교능력평가와 전투경연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입니다. 미국·캐나다 해군과 해상훈련에 참여해 연합작전 수행 절차를 현장에서 보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박 전단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해군’ 개념을 적용한 함상 원격교육훈련 네트워크체계를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 등 외교·안보 및 해양협력 전문가들의 함상 온라인 초빙강연이 이뤄집니다. 알래스카에서는 남극에서 활동 중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화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우리 군함과 선박, 해외에 있는 연구소가 지구 상 양 끝단인 북극·남극에서 서로의 활약상을 공유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높은 국격을 알리고, 국민께 큰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 전단장은 군사외교·보훈 활동을 통한 국가정책 지원 의지도 드러냈다.

“방문 국가인 미국·캐나다와 군사교류, 연합 해상훈련으로 우호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캐나다 빅토리아에서는 6·25전쟁 가평전투 70주년 기념행사, 하와이 태평양국립기념묘지에서는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석 설치 지원 등 다양한 보훈 활동을 진행합니다. 또한 기항지마다 6·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영상 메시지와 기념품을 전달해 감사를 표할 예정입니다.”

해사 47기인 박 전단장은 1992년 순항훈련 당시 사관생도로 첫 세계 일주 항해를 경험했다. 그때의 도전과 성공은 지금까지 해군 장교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나 후배들과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 신북방항로 개척은 우리 해군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입니다. 북극권 베링해 첫 항해와 알래스카 첫 기항은 대한민국 해군의 새 시대를 여는 서막이자 국가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30여 년 전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1500톤급 호위함을 타고 세계 일주 항해를 해냈습니다. 그때의 자부심을 되살려 후배들과 새로운 해군의 미래를 열어나가겠습니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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