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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윤섭 국방광장] 함께하는 지혜가 곧 우리의 힘입니다

입력 2021. 09. 17   16:13
업데이트 2021. 09. 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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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윤섭 해군잠수함사령부·소령
염윤섭 해군잠수함사령부·소령

1906년 우생학의 창시자인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1822~1911)은 여행 중 어느 시골의 가축 품평회에서 전시된 황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를 관찰하게 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성인 소수의 전문가가 황소의 무게를 정확히 알아맞혀야 했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골턴은 의구심을 가지고 전문가들이 제출한 787장의 표에 적힌 황소의 무게를 평균 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표에 적힌 무게들의 평균은 1197파운드로 실제 고기 무게인 1198파운드와 불과 1파운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신영복 교수의 책 『담론』에 소개된 골턴의 이 실험은 우생학의 우월성이 아닌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 즉 ‘함께하는 지혜의 힘’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 해군잠수함사령부도 1990년도부터 운용해 온 장보고급 잠수함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했다.

지난 3월, 제91잠수함전대장(이재춘 대령)이 주관하고 잠수함 전문가인 선임참모, 기관장과 직별장 30여 명이 참여해 ‘장보고급 잠수함 장비 관리 방안 TF’를 구성했다.

TF는 총 2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1단계에서는 함정별로 노후화 장비를 정밀 진단하고 과거 고장 사례들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이 장비들을 관리할 수 있는 ‘관심 장비 관리 카드’를 작성했다. 2단계에서는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작성한 관심 장비 관리 카드를 분석해 문제점을 도출했고, 노후 장비 교체 및 조선소 주관 창정비 시에 노후 배관 교체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구체적인 ‘분야별 관리 방안’을 수립했다.

이처럼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는 TF 활동을 통해 평소 간과하기 쉬운 분야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검토하고, 나아가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로써 장보고급 잠수함은 노후 장비가 교체되고 부품 국산화 개발이 이뤄져 함 운용의 안정성과 작전 신뢰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의 전문성(Expertise)이고, 다른 하나는 소통과 배려의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다.

전문성이 결여된 조직 구성원들이 아무리 머리를 맞댄다고 해도 올바른 의사결정이 도출되기는 힘들다. 즉, 지식과 경험이 바탕이 된 지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율성, 개방성, 수평적 관계 등 소통과 배려의 조직문화는 집단지성을 더욱 촉진하는 동인으로 작동한다.

최근 우리 군은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흐름과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등 전에 없던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집단지성의 힘, 함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앞의 사례처럼 부대 발전 업무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부대 관리, 전투준비태세 완비 등 다양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더 좋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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