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K방산 현장을 가다

[대우조선해양] 최초·최대…기록의 40년 해군력 ‘새 역사’ 쓰다

김상윤

입력 2021. 09. 16   16:56
업데이트 2021. 09. 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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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현장을 가다
9 대우조선해양
 
1980년대 1000톤급 초계함 건조 시작
한국형 구축함 독자 설계…국산화 기술 확보
인도네시아 1400톤급 잠수함 3척
공개입찰서 독일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 수주
 
올해 4월 스마트시운전센터 신축
선박 데이터 시각화…빅데이터 분석도 추진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신축한 스마트 시운전센터에서 직원들이 현재 시운전 중인 선박의 각종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신축한 스마트 시운전센터에서 직원들이 현재 시운전 중인 선박의 각종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초일류 기술력을 자랑하는 조선해양 전문기업이다. 특히 수상함과 잠수함을 건조하는 특수선 분야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대한민국 방산 역사를 빛내는 ‘최초’ ‘최다’ 기록을 수도 없이 세웠다. 잠수함 분야에서는 최초의 한국형 잠수함 건조, 우리 기술로 만든 잠수함의 첫 수출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수상함 분야에서는 독자적인 설계 기술과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대양해군 건설을 뒷받침하고, 수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K방산 발전과 해군력 증강의 새역사를 쓰고 있는 현장을 확인하고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글=김상윤 기자/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지난 14일 비 내리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벽에서 우리 해군 전력 증강에 기여할 신예 함정들의 수상 시험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 비 내리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벽에서 우리 해군 전력 증강에 기여할 신예 함정들의 수상 시험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2018년 대우조선해양이 태국에 인도한 프리깃함. 태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전 국왕의 이름 ‘푸미폰 아둔야뎃’을 함명으로 명명할 만큼 현지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함정이다.
2018년 대우조선해양이 태국에 인도한 프리깃함. 태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전 국왕의 이름 ‘푸미폰 아둔야뎃’을 함명으로 명명할 만큼 현지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함정이다.


잠수함 선체 제작 현장을 가다

지난 14일 태풍 ‘찬투(Chanthu)’ 영향으로 옥포조선소에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보안요원들의 삼엄한 확인절차를 수차례 통과한 끝에 잠수함을 건조하는 특수선3공장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지름 7m 이상의 커다란 철제 원형 고리들을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국가 전략무기로 활약할 3000톤급 잠수함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압력 선체’ 제작 공정이었다. 300m 이상 잠항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도가 뛰어난 특수자재를 활용해 압력 선체를 만든다. 정확히 원형을 이루도록 정밀 제작된 압력 선체 7개를 연결하면 잠수함의 기본 골조가 완성된다. 잠수함 선체 건조에 필요한 4년여의 시간 중 압력 선체 관련 작업에만 1년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만큼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작업이다.

공장 밖으로 나와 안벽으로 향하자 선체 제작을 마치고 바다 위에서 시험평가 중인 함정들이 보였다. 10월 초 진수식을 앞둔 차기 잠수함구조함(ASR-Ⅱ)은 장비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해군의 두 번째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인 ‘안무함’도 내달 시운전을 앞두고 안벽에서 대기 중이었다. 잠수함 시운전 땐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함장과 승조원 직책을 맡아 승함한다. 해군의 실제 운용과 같은 조건·환경 속에서 안전·성능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각종 부식 재료를 싣고 나가 잠항 중 식사를 만들어볼 정도로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테스트한다.

현장을 안내한 특수선종합관리부 박현주 책임은 “3000톤급 잠수함 개발 과정에서 해군 요청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다”며 “이는 우리가 독자 기술로 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무함을 바라보던 박 책임은 “잠수함은 수상함보다 설계·건조 기간이 길어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다”며 “잠수함을 해군에 인도할 때마다 정성껏 기른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행복과 안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문한 곳은 올해 4월 대우조선해양이 신축한 스마트시운전센터. 전면에 설치된 스크린이 총 12개 화면으로 분할돼 해상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의 위치·경로·속도 등 각종 정보를 시각화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옆 스마트생산센터에서는 여의도 1.5배에 달하는 조선소 전역 정보가 대형 화면에 실시간으로 시현됐다. SF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첨단화된 시스템이었다. 스마트시운전센터 담당 박근영 책임은 “앞으로 연구소와 연계한 빅데이터 분석도 가능해져 더 큰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공개한 경항모 개념설계 모형.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공개한 경항모 개념설계 모형.


1998년부터 시작된 활발한 수출 행보

대우조선해양 수상함의 역사는 1980년대 초 1000톤급 초계함(PCC) 건조 사업으로 탄생한 ‘안양함’에서 출발했다. 1983년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한 안양함을 해군에 첫 인도한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500톤급 호위함(FF)과 경비정, 초계정 지원함, 구조함, 구축함 등 50여 척에 달하는 수상함을 건조해 해군력 강화를 지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설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광개토대왕급 구축함(3200톤급)은 우리 해군이 원양 항해 능력과 현대적 전투능력을 갖춘 ‘대양해군’으로 거듭나는 신호탄이 됐다. 특수선기획부 김혁 책임은 “한국형 구축함(KDX-I·Ⅱ)의 독자 설계는 대우조선해양이 수상함 개발을 위한 국산화 기술을 완전하게 확보했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해군 전력증강과 한국 방위산업 발전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함정 건조 기술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잠수함 분야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기술자립을 이루며 한국형 잠수함(KSS)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과 기술협력을 통해 완수한 1200톤·1800톤급 장보고-I·Ⅱ 사업에 이어 장보고-Ⅲ 사업에서는 국내 최초 독자 설계·건조로 3000톤급 중형잠수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근 해군에 인도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도산안창호함(장보고-Ⅲ Batch-I)이 주인공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잠수함을 독자 설계·진수한 10여 개 국가 대열에 합류했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SLBM 발사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김혁 책임은 “도산안창호함 사업의 경우 함정 플랫폼 개발과 동시에 주요 장비 및 체계 개발이 병행돼 상당히 난도가 높은 프로젝트였다”며 “76%의 국산화율을 자랑하는 3000톤급 디젤잠수함을 첫 사업에서 완벽히 개발한 것은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성과”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호위함 수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영국, 노르웨이, 태국 등 6개국에 호위함, 훈련함, 군수지원함, 잠수함 등 총 12척 수출했다. 수출액은 잠수함 3조1000억 원, 수상함 1조7500억 원으로 총 5조 원에 달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수주해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에 성공하며 K방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 수출로 대한민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 잠수함 기술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계약 당시 잠수함 3척의 수주 금액은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 원)에 달해 국내 방산수출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과거 우리가 기술이전을 받았던 독일 업체를 제치고 국제 공개입찰을 따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2차 잠수함 사업 수주에도 성공하며 활발한 수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인도 잠수함 사업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경쟁사 대비 뛰어난 성능, 국내 최대 잠수함 건조 실적 등을 바탕으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선사업본부 이혜선 책임은 “당사가 2012년 영국, 2013년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수주에 성공한 것도 뜻깊은 K방산의 기록”이라며 “대영제국이라 불렸던 해양강국 영국과 6·25전쟁 당시 한국에 의료진을 파견했던 노르웨이에 대한민국이 함정을 수출하게 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스마트 함정기술 등 신기술 개발에도 주력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와 경항공모함 기술지원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독도함과 마라도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한 한진중공업과 상호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우리 해군의 미래 전략에 부합하는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을 조속히 확보·개발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해군과 함께 차기 구축함 개념설계, 스텔스 첨단 함형을 개발한 선두 업체로서 ‘해군 비전 2045’ ‘스마트 네이비’에 부합하는 신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함정 연구에 특화된 ‘특수성능연구소’를 운영하며 군·산·학·연의 스마트 함정 기술 전문가들과 협업해 스마트 함정기술, 통합 마스트, 전기추진체계, 무인체계(UAV·USV·UUV), 첨단 함형, 통합 생존성 기술 등 다양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유수준 특수선사업본부장 

“대양해군 미래 위해 최선 특수선 기술 자립 등 성과”



“함정 설계·건조 분야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은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해양강국 대한민국과 대양해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사업을 이끄는 유수준(전무) 본부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특수선사업본부는 대한민국 해군의 신뢰받는 파트너로서 해양주권 확립, 자주 국방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특수선 기술의 자립을 이루고, 수출을 통해 K방산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방글라데시 호위함 수출로 대한민국 전투함 수출 역사를 시작했고, 인도네시아에 1400톤급 재래식 잠수함 3척을 처음으로 수출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전통적인 해양강국인 영국에 군수지원함을 수출하고, 현지 조선소 컨설팅까지 수행하며 대한민국 방산 기술력을 입증했다.

유 본부장은 “세계적으로 함정을 수출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수출보다는 자국 함정 건조에 더 집중하는 편이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정도가 주요 함정 수출국이라 볼 수 있다”며 “이외에 함정을 자국 기술로 만들어 수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유 본부장은 “인도네시아 수출 잠수함 1차 사업의 경우 총 국산화율 56%를 기록했고, 76% 국산화율을 달성한 3000톤급 잠수함 사업에 참가한 국내 업체는 300여 개에 달한다”며 “앞으로 수출형 잠수함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 K방산 성장을 주도하고, 세계 방산 시장의 ‘탑 티어(Top tier)’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인도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 중이다. 유 본부장은 “우리가 건조한 잠수함이 경쟁사 대비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방산 수출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수출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서 민·관·군이 ‘팀 코리아’를 이룬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우리 해군의 경항모 도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유 본부장은 “업체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우리 해군력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탈리아, 영국, 우크라이나 등 우수한 해외 전문업체와 전략적 협력을 가속화해 경항모 신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우리 해군에 최적화된 항모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1990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지난 32년 동안 그의 손을 거친 수많은 함정 중에서 특별히 아픈 손가락이 있다. 도산안창호함이다.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부터 건조, 시험평가까지 이뤄진 자랑스러운 함정이지만 시험평가 과정에서 협력업체가 제작한 장비가 발목을 잡아 인도가 지연돼 지체상금을 물게 됐기 때문이다.

유 본부장은 “도산안창호함은 기본 설계부터 최종 인도까지 공을 들인 기간이 무려 14년”이라며 “일부 장비 문제로 그동안 죽기 살기로 노력한 인원들의 공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제도상의 경직된 부분을 유연하게 개선하는 노력으로 K방산의 새시대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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