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게임과 무기

무시무시한 살상력…현실 사용 절대 금지

입력 2021. 09. 16   15:28
업데이트 2021. 09. 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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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화학생물학 무기

유독가스·치명적 병균 등 광범위 살포
적군·아군 안 가리고 민간인까지 피해
전쟁 끝나도 잔여물·전파력 등 후유증
가상공간선 참상·위험성 경고차 등장
‘디비전’ 美 도심 생물학 테러 상황 설정
‘스펙옵스’ 화학무기 백린탄 충격적 묘사

돌멩이와 막대기로 시작한 인류의 무기는 물리적 파괴력으로는 핵무기 같은 가공할 힘까지 발전해 왔는데, 핵무기의 경우 그 심각한 파괴력 때문에 오히려 함부로 쓸 수 없는 무기가 된 상태다. 그러나 파괴력이 아닌 방식으로 막대한 살상력을 갖게 된 바람에 마찬가지로 절대 함부로 쓸 수 없는 무기가 된 또 다른 종류가 있다. ‘화생방’에서 방사능을 뺀, 화학생물학 무기들이다.


과도한 살상력, 통제 불가능한 무기로 함부로 쓸 수 없는 병기

물리적인 타격을 통한 파괴 대신 생물로서의 인체 자체를 무력화하는 용도로 개발, 운용된 화학생물학 무기의 역사는 고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화학무기로는 여러 가지 유독가스를 내뿜는 물질들을 태워 적 진영으로 바람에 태워 날려 보내는 방식이 곳곳에서 존재했었고, 생물학무기로는 역병에 걸려 죽은 이들의 시신을 투석기 등에 실어 적진에 떨어뜨리거나 스파이를 통해 적의 식수원에 병균이나 독을 푸는 것과 같은 방식이 이뤄진 바 있었다.

본격적인 공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화학생물학 무기는 1차 세계대전부터 본격적으로 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유럽의 공업국들은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막대한 피해를 강요할 수 있는 화학무기의 생산과 활용에 적지 않은 자원을 투여했고, 이들로부터 일어나는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방독면과 같은 보호장비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2차 대전에서도 화학생물학 무기는 알게 모르게 사용되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일본제국은 아예 전문적인 화학생물학 무기 연구를 담당하는 731부대를 별도로 설립해 연구를 진행했고, 실제 중국과의 전쟁에서 이를 활용하는 바람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킨 전투가 적지 않았다.

화학생물학 무기는 넓은 지역에 살포하는 방식을 통해 특정 지역을 완전히 접근거부지대로 만들 수 있고, 활성화되는 즉시 해당 지역의 군대가 후퇴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강제력을 가졌지만 실질적으로 쓸 수는 없는 무기가 되었는데, 바로 지나치게 강력한 살상력과 전쟁 이후까지도 후유증을 남기는 잔여 시간 때문이다. 특히 피아와 군-민간을 가리지 않는 인체에 즉시 작용하는 독성의 문제는 사실상 어느 나라 어느 군대라도 사용하는 순간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드는 정치적 후속 효과를 만들기 때문에 정상적인 국가의 군대라면 사용 자체를 할 수 없는 전략적 위치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격에서만의 의지일 뿐, 예측할 수 없는 적으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화학생물학 무기의 사용에 대해서는 방어태세와 대비가 필요하기에 우리 군도 적지 않은 장비와 예산, 훈련시간을 화학생물학 공격 대비에 쓰고 있다. 많은 장병이 익히 경험한 화생방 훈련에서의 방독면과 보호장구 착용 훈련은 화학탄 낙하라는 급박한 화학생물학 무기 상황에서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훈련이며, 부대 내에서 실물과 교보재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아트로핀-옥심 주사기 또한 최악의 화학무기 노출 상황에서 병사 개개인을 살려낼 수 있는 생존수단으로 주어진다.

‘워크래프트 3’의 언데드 공성병기 미트 웨건. 역병에 걸린 시체를 쏘아 올려 공성 대신 적진에 역병을 퍼지게 만드는 방식은 실제 역사에서 농성을 뚫고자 할 때 이뤄졌던 방식에서 가져왔다.   필자 제공
‘워크래프트 3’의 언데드 공성병기 미트 웨건. 역병에 걸린 시체를 쏘아 올려 공성 대신 적진에 역병을 퍼지게 만드는 방식은 실제 역사에서 농성을 뚫고자 할 때 이뤄졌던 방식에서 가져왔다. 필자 제공


게임에서도 결코 남용할 수 없는 형태로 등장

실전에서는 거의 만나볼 수 없지만 지나치게 잔인하고 막강한 위력으로 언제나 거론되는 화학생물학 무기들은 실제가 아닌 가상의 게임 공간에서는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직접적인 생물학 무기를 활용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게임으로는 판타지 기반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워크래프트 3’가 꼽힌다.

‘워크래프트 3’의 등장 종족 중 하나인 언데드는 역병이라고 불리는 전염병을 무기로 사용한다. 살아 있는 사람이 감염되면 바로 사망한 뒤 좀비처럼 일어나 언데드 군대에 합류하게 되는 이 병원균을 언데드 진영에 활용하는데, 언데드의 공성용 투석기인 ‘미트 웨건’이 그 중심에 선다.

투석기의 형태지만 이 투석기에는 시체를 저장할 수 있고, 돌 대신 역병 걸린 시체를 적진을 향해 쏘아 올릴 수 있다. 건물 파괴 외에도 적군이 몰려있는 곳에 역병 걸린 시체를 투척함으로써 적진에 전염병 디버프(능력치를 감소시킴)를 걸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실제 고대 전장에서 투석기를 활용해 전염병 걸린 시체를 농성 중인 적 요새에 던져 넣었던 일에서부터 가져온 연출이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팬데믹 사태는 ‘그린 플루’라는 생물학 병기 테러로 마비된 도시에서 일어난다. 일회성이 아니라 영향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생물학무기의 위험성을 게임에 잘 드러냈다. 사진=‘디비전’ 공식홈페이지
‘톰 클랜시의 디비전’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팬데믹 사태는 ‘그린 플루’라는 생물학 병기 테러로 마비된 도시에서 일어난다. 일회성이 아니라 영향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생물학무기의 위험성을 게임에 잘 드러냈다. 사진=‘디비전’ 공식홈페이지



생물학 무기가 직접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한 후폭풍의 세계를 그린 작품도 존재한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 시리즈는 사회 시스템이 모두 붕괴한 미국의 워싱턴DC와 뉴욕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다루는데, 이 사태의 배경이 일명 ‘그린 플루’라고 불리는 생물학 병기를 활용한 테러로 지목된다.

가장 널리 통용되는 미국 달러 지폐에 묻혀 전파되는 바람에 지폐 색깔인 녹색을 따 이름이 붙은 ‘그린 플루’는 화학생물학 무기의 가장 큰 위험성인 오랜 잔여 시간과 전파성의 문제가 테러 이후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확산되는 피해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량의 인명 살상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 무기가 만들어내는 공포스러운 상황은 결국 미국이라는 정부와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음을 게임은 보여주며 화학생물학 무기의 위험성을 일깨운다.

좀 더 섬뜩한 화학무기의 참상은 밀리터리 액션 게임 ‘스펙옵스: 더 라인’의 충격적인 장면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난사한 화학무기로서의 백린탄은 인체의 피부를 녹이며 타들어가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며 게임에서 스토리상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소재로 활용되며 화학무기의 위험성에 큰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었다.

독가스가 본격적으로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전장인 1차 세계대전의 보병 전투를 다룬 여러 게임에서도 화학무기 양상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베르?’이라는 1인칭 게임은 독가스 상황이 게임에서 매우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참호에서 대기하다가 갑자기 독가스가 퍼지면 재빠르게 방독면을 써야만 피해를 입지 않는데, 문제는 방독면을 쓰는 순간부터 시야가 크게 줄어들어 전투 자체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방독면과 보호장구를 착용 시 급격하게 줄어드는 보병 전투력에 대한 묘사가 절절한 편이다.

적과 아군을 가리지도 않고, 오랜 잔여물과 후유증을 남기는 말 그대로 죽음의 무기인 화학생물학 무기는 실전에서도 그 사용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상호 금지되는 만큼 게임에서도 직접적으로 이를 무기화하여 사용하는 연출들은 자제되는 편이다. 오히려 게임에서도 악의 세력들이 대량살상을 위해 화학생물학 무기를 사용하려는 의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에서의 전투가 중심을 이루는 것을 보면, 인류가 건드려선 안 될 무기에 대한 인식은 게임과 같은 대중매체에서도 같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언제 누가 어떻게 사용할지 모를 위협임은 분명하기에, 그에 대한 대비는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늘 적절히 필요하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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