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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전방에서 ‘Seaman’으로 거듭나다

입력 2021. 08. 03   15:54
업데이트 2021. 08. 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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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 민 소위  
해군2함대 2해상전투단
이 우 민 소위 해군2함대 2해상전투단


최근 해군 장교로서 가슴 벅찬 첫 항해를 경험했다. 나의 첫 항해는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이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탯줄을 끊고 우렁찬 첫울음을 터뜨린다. 내 첫 항해 역시 육지와 연결된 홋줄을 걷어내고 우렁찬 출항 기적을 울리며 시작됐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상상 속의 항해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햇살이 빛나며,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서해의 짙은 해무와 항해하는 고속정의 흔들림 속에서 끊임없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임무를 되새기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수많은 선배 장병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낸 서해는 그 뜻을 이어받은 우리에게 결코 낭만적인 장소가 될 수 없었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과 숙연함이 감도는 최전방이었다.

첫 항해에 오른 나는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욕심을 내 많은 역할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신중하게 배우고 숙달하는 데 집중했다. 나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고속정의 구조와 각 당직 개소별 임무를 확인하고, 운용 절차·원리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숙지했다. 편대장님과 정장님에게 함정 운용과 조함 특성을 배운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또 관련 예규와 참고 서적을 통해 공부했던 지식이 실제 임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면서 배움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항해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항해 중에는 승조원 모두가 한 몸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다에서는 전우들과 한 몸이 돼 저마다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편대장·정장·전탐·조타·견시·기관 등 각 개소에서 저마다 머리·팔·다리·눈·심장이 돼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나는 아직 많은 부분을 배우는 단계에 있지만, 주변 동료들의 도움으로 부족함을 채워가며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임무 완수를 위해 자신감 있게 나아갔고,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이전까지 바다를 마주하는 땅끝에서 여정은 끝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다는 길의 끝이 아닌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아마도 땅끝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항해의 매력에 이끌려 나 또한 해군을 지원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욱이 우리 해군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명으로 항해의 길을 나서지 않는가? 숭고한 뜻을 갖고 바다를 향해 나아가니, 해군으로서 임무에 임하는 의지와 자부심이 샘솟는다.

앞으로 내가 배우고 발전하며 나아가야 할 길이 손에 잡히지 않는 저 먼 수평선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힘 닿는 곳까지 최선을 다해 나아가려 한다. 첫 항해에 배울 것이 많았던 내가 언젠가는 동료들에게 힘이 되고, 대한민국을 위해 바다의 방패가 되는 그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나는 오늘도 우렁찬 출항의 기적을 울리며 힘차게 항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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