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수실에서

[이현엽 교수실에서] 군의 소통문화 정착을 위한 출발점

입력 2021. 08. 02   15:54
업데이트 2021. 08. 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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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엽 중령(진) 육군사관학교
이현엽 중령(진) 육군사관학교

최근 군대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소통(疏通)이다. 영어로 소통을 뜻하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공통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mmunus’에서 유래했다. 상호 의견을 막힘없이 공유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조직문화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과거부터 자주 회자됐고 효과적인 소통전략도 다양하게 제시돼 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야전부대와 교육기관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군대문화에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구성원들이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를 언급하기에 앞서,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에드거 샤인이 제시한 조직문화의 특성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샤인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세 가지 차원으로 존재한다.

첫 번째는 인공물(artifacts)로서, 외부로 드러나 있어 쉽게 관찰 가능한 영역이다. 관행이나 제도, 정책, 상징물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표방 가치(espoused values)로서, 인공물보다 심층적인 영역에 속한다. 조직이 선포하는 핵심 가치나 이념, 이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는 암묵적 근본 가정(basic underlying assumptions)이다. 이는 가장 심층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구성원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믿음이나 가치들이다. 샤인은 조직문화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인공물은 물론 표방 가치와 근본 가정까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군에서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은 샤인이 제시한 3단계 문화 층위 중 인공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조직에서 표방하는 가치나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소통의 문화가 군내에 정착하기는 어렵다.

내가 속한 연구팀은 2020년 육군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육군 장병 약 3200명을 대상으로 육군의 핵심 가치인 위국헌신, 책임완수, 상호존중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순서대로 적게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하겠는가? 용사 집단과 부사관 집단은 상호존중-책임완수-위국헌신 순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흥미롭게도 장교집단은 반대의 결과를 보였는데, 위국헌신-책임완수-상호존중 순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결과는 동일한 가치일지라도 개인에 따라 그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가치가 상충될 경우 어느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될지 보여준다. 따라서 상대방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인공물 차원의 효과적인 소통전략을 사용할지라도 본질적인 목적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방적으로 형성된 기존의 인식이나 사고를 강요받기보다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한 의미를 자유롭게 제시하는 것에 익숙한 MZ세대의 특징과 스마트폰 사용으로 개방적인 의견 제시가 가능해진 시대적 흐름을 고려할 때, 군대문화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통이 이뤄질 때 건전한 병영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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