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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국 수탁교육 장교를 만나다] “한국에서 안보 시야 넓어져…양국 가교 역할할 것”

최한영

입력 2021. 07. 26   16:18
업데이트 2021. 07.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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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 케이튼 필리핀 육군중령
타라 케이튼 필리핀 육군중령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서 많은 협력 이뤄지고 있어…파트너십 강화에 도움되고파”


하이레마리엠 제랄엠 마모 에티오피아 육군중령
하이레마리엠 제랄엠 마모 에티오피아 육군중령

“6·25 전사자인 할아버지 ‘253전 253승’ 무패 신화…내게 한국이 특별한 이유죠”


무라트 아바르 터키 육군소령
무라트 아바르 터키 육군소령

“‘다시 같은 상황 처해도 한국 위해 싸우겠다’던 참전용사 말에 마음가짐 다져”


나탄 길필란 호주 육군소령
나탄 길필란 호주 육군소령

“한국군 장교들의 헌신과 직업윤리·전문성에 감명, 한반도 알아가는 데 도움”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이면서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하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해 3년간 이어진 6·25전쟁에는 전 세계 22개국(의료지원국 6개국 포함)에서 193만여 명이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고, 이 중 4만여 명이 전사했다. 정부는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기념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육군대학에서 소령 지휘참모과정을 밟고 있는 에티오피아·터키·필리핀·호주군 영관장교들이 우리 정부가 6·25 참전용사는 물론 후손들까지 돕는 데 대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올해 말 육군대학 교육이 끝나고 자국으로 돌아가서는 양국 간 우호협력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글=최한영/사진=조종원 기자

 

참전용사 후손 등 사연 안고 한국행

전 세계 18개국에서 온 외국군 수탁교육 장교 19명은 올해 1월 육군대학의 ‘21-1기 소령 지휘참모과정’에 입교했다. 이들은 한국 육군 장교들과 함께 48주 동안 강의를 듣고 교류하며 한국에 대한 이해도와 군사적 식견을 높이고 있다.

하이레마리엠 제랄엠 마모 에티오피아 육군중령, 타라 케이튼 필리핀 육군중령, 무라트 아바르 터키 육군소령, 나탄 길필란 호주 육군소령은 6·25 참전국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로의 적응을 돕고 우정을 다지고 있다.

이 중 케이튼 중령과 제랄엠 중령은 각각 시할아버지, 할아버지가 6·25 참전용사다. 케이튼 중령은 “시할아버지(알프레도 케이튼 퇴역대령)가 영동·이리지구 전투 등에 참가하며 찍었던 사진, 작성한 일기장을 보여주셨다”며 “돌아가시기 전 쓰신 회고록 『한국전쟁 참전용사 회상』을 여러 번 읽으며 시할아버지의 한국에 대한 헌신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제랄엠 중령의 할아버지는 에티오피아 황실근위대가 주축을 이룬 ‘강뉴(Kagnew)’ 부대 소속으로 6·25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강뉴부대는 ‘싸우다 죽을지언정, 포로로 잡히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6·25 중 ‘253전 253승’의 무패 신화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이기에 한국에 대한 감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길필란 소령의 어린 시절 기억에도 6·25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를 따라 주말마다 장교클럽에서 스쿼시를 했다”며 “운동 후 음료수를 마시며 할아버지의 동료인 6·25 참전용사들로부터 전쟁 당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6·25 참전용사들로부터 (영 연방군이 중공군을 격퇴한) 가평전투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지난 4월 가평전투 기념식에 참석해 어린 시절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고 밝혔다.

아바르 소령은 1923년 터키공화국 수립 후 첫 해외 파병지가 한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터키에서 근무할 때 6·25 참전용사들을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이분들로부터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해도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말씀을 들으며 한국에 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참전용사 지원, 현지서 호평”

우리 정부는 6·25 참전국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참전 용사들은 정부 초청으로 방한해 자신들이 싸웠던 격전지를 방문한다. 현지 의료지원과 후손 대상 장학사업 등도 이어지고 있다. 제랄엠 중령은 “특히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병원에서 상당수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고, 물품지원도 이뤄지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케이튼 중령도 “코로나19 속 한국 정부가 각종 의료지원을 했다”며 “특히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국 돌아가 ‘대한민국 대사’ 역할할 것”


이들 네 명은 육군대학에서 공부하는 1년의 시간이 자신들의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튼 중령은 “육군대학에서 내 시야를 넓히고 있다”며 “타국의 안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것이 전략적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다시금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길필란 소령은 “교육을 담당하는 한국군 장교들이 보여준 헌신과 직업윤리, 전문성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며 “동료들의 연구도 한반도에서의 군사작전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바르 소령도 “터키와 한국이 비슷한 군사용어와 교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은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며 “다른 나라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교육 후 자국으로 돌아가서도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길필란 소령은 “본국으로 돌아가면 캔버라에 있는 (호주) 육군본부에서 일하게 된다”며 “후배 호주 장교에게 한국 육군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소수의 호주 장교들에게 주어지는, 평택 주한미군기지에서 근무할 기회를 잡아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는 희망도 전했다.

케이튼 중령은 “방위산업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많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어를 배운 것이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제랄엠 중령은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면 나만의 ‘대한민국 대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한영 기자 < visionchy@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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