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2019 중동 집단안보 전략』 수정
『KIMA 뉴스레터』 1045호(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행)
지난해와 올해 초 동안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력 위주의 전통적 중동전략에서 ‘미국의 중산증을 위한 외교전략(US foreign policy for the middle class)’에 따라 외교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의해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이전하였으며, 2019년 이란 핵협정(JCPOA) 탈퇴와 터키-시리아 국경지대 쿠르드족 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그리고 걸프만에서의 미군과 이란 혁명수비대 간 대립, 미군 첨단 무인기 격추 등으로 상황이 악화되었다면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중동 맹주국으로 하여, 연합사령부로 하여금 예멘 내전에 개입하도록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8월 31일 이전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아프간을 무방비 상태로 두었으며, 이란과의 2015년 핵협정 부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나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질 않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미국은 중동정책에 대해 지정학과 에너지 안보 차원이 아닌, 인권과 민주주의 우월성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유럽연합과 나토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지중해 동부해역과 흑해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갈등과 대립이 나타나고 있는 묘한 상황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를 감지한 러시아는 전제적 조치를 하였다. 지난 7월 초 세계 주요 매체들은 러시아 외교부가 2019년에 발표한 『2019년 중동 집단안보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2019년 7월 23일 러시아 외교부 외교차관 겸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특별대표 미하일 보그다노프는 모스크바에서 아랍 국가, 이란, 터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유럽연합, 아랍연맹 그리고 브릭스(BRICs) 대표를 초청하여 『2019년 중동 집단안보 전략』을 발표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당시 악화되고 있는 중동 안보상황을 안정시키는데 러시아가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세계 안보에서 중동 지역의 중요성과 중동 국민의 안정과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중동 지역안보 체계에 관련 국가 모두를 포함시키는 다음과 같은 개념을 제시하였다.
첫째, 점진주의적 접근(incrementalism)이다. 즉 이라크의 무질서, 시리나 내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대립,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예멘 후디스 반군 간 감정 대립 등 인종과 종교 및 중동 종주권 경쟁 등에 대한 군사적 해결과 같은 급진적 접근보다, 외교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둘째, 다자주의 접근(multilateralism)이다. 즉 미국 우선주의에 의한 이란 핵협상 합의(JCPOA) 폐기보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 유럽연합의 주요 국가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셋째, 엄격한 국제법 준수이다.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반드시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어느 일방의 기준과 원칙에 의해 집행되어 해당국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는 논리였다.
넷째, 유엔 헌장과 유엔 안보리 이사회 결의에 따른 질서와 평화 유지이다. 이는 시리아 내전, 이란의 핵협정 문제를 위해 유엔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관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이 마치 유엔을 대변하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상의 4가지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① 모든 중동 국가들이 만족할 수 있는 포괄적이며(holistic) 전면적인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하고, ② 중동 국가 모두가 동등한 입장과 위상을 갖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하며, ③ 모든 이해당사국이 참가하는 건설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러시아 외교부는 이를 위해 러시아는 정치사회(sociopolitical) 전문가와 중재자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대부분 국가들은 이러한 러시아 외교부 제안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지역안보에 러시아의 역할이 있겠나는 의구심을 갖고 무반응을 보였으나, 중국 외교부만은 2019년 7월 26일 정례 기자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동의하며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에 대해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를 두고 접근하고 있으며, 이란과의 핵협정 부활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을 낮추고 이란을 자극하지 않는 낮은 접근을 보이는 등 중동 국면을 안정세로 이끌고 있다. 특히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고질적인 탈레반, 알 카에다 및 다에시의 확산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향하고, 중국과 전략경쟁에 몰입하면서 테러 등의 비군사적 위협은 우선순위를 낮게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러시아는 시리아에 군사기지와 군대를 주둔하는 것 이외에 테러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되었으며, 러시아의 중동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의 증대보다, 국제테러 조직들이 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로 세력을 확산하는 것을 더 우려하게 되었다.
지난 7월 2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019년 중동 집단안보 전략』을 다음과 같이 수정할 것이라 밝혔다.
우선 중동에서의 국제테러 세력이 북아프리카로 확산되지 않도록 중동국가와 러시아는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 러시아는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내 국제테러 조직 다에시(Daesh·IS의 아랍어 약자)가 더욱 활발히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다음으로 러시아는 미국 등 중동 지역안보에 대해 이해당사국들이 공동으로 국제테러의 범람을 막기 위해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반이슬람국가 테러 대응 연합체(Anti-Daesh Coalition)』 구성을 대표적으로 제안하였다.
또한 지난 2019년 말 미군 철수로 터키와 시리아 정부군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시리아 쿠르드족 무장집단(Syrian Kurdish Force)이 최근 아프간에서 주변과 북아프리카로 세력을 확대시키고 있어 다에시 세력이 아프간에서 나오지 않도록 파키스탄과 중국 등과 합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러시아는 현재 아프간 북부 지역에 집중된 다에시 세력이 아프간을 중심으로 세력을 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로 확장하는 것을 중동 4개 이해당사국인 유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이 대테러 연합체를 구성하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테러 전문가들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 철수는 중동 내 잠재된 다에시의 테러가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로의 확산되고 더불어 중앙아시아와 중국으로의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가 우려하여 2019년 중동 집단안보 전략을 수정하려 하고 있다고 전망하였다.
궁극적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이제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만이 아닌 세계 모든 국가의 문제로 확산하였다면서, 이에 향후 중동 정세도 큰 변화를 갖게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 출처:
MFA Russia, July 23, 2019; CGTN, July 26, 2019; Russiaun, August 8, 2019; Xinhua Net, August 9, 2019; www.securitycounculreport.org, September 20, 2020; www.osw.pi, March 23, 2021; Sputnik, July 2, 2021; GlobalSecurity.org, July 5, 2021.
저작권자ⓒ한국군사문제연구원(www.kima.re.kr)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