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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에서 조연으로, 기동에서 화력으로의 전환 필요

입력 2021. 07. 25   15:27
업데이트 2021. 07. 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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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어떻게 변해야 하나?

미 육군대 ‘파라미터’ 50주년 논문들
중국과의 경쟁구도 속 역할 변화 직시
장거리 정밀무기 중심 전력 재구조화
재정압박·본토 위협 증대 상황 반영
현역서 예비역 중심으로 전환 요구
중국 본토·해상교통로 둘러싸는
거대한 ‘화력의 고리’ 전략 제시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훈련에 참가한 미 육군과 미 해병대가 지난 21일 고기동야포발사시스템(HIMARS)을 투입해 합동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훈련에 참가한 미 육군과 미 해병대가 지난 21일 고기동야포발사시스템(HIMARS)을 투입해 합동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육군은 록히드마틴사와 정밀타격미사일의 사거리를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발사시험에서 고기동야포발사시스템(HIMARS)을 이용해 400㎞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했다.
 필자 제공
미 육군은 록히드마틴사와 정밀타격미사일의 사거리를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발사시험에서 고기동야포발사시스템(HIMARS)을 이용해 400㎞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했다. 필자 제공
‘파라미터(Parameter)’는 미국 육군대학교(US Army War College)에서 발행하는 군사학 계간지다. 1971년에 창간되어 지난 봄호가 50주년 기념호였다.

이 50주년 기념호의 서두를 장식한 논문들은 미 육군의 현실 인식과 대응전략을 잘 보여준다. 노라 벤사헬 교수의 글은 현재 미 육군이 처해 있는 전략적 환경 변화에 주목하면서 전체적인 차원에서 미 육군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해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카롤 에반스 박사는 논의 범위를 좁혀 인도·태평양 전역에 집중한다. 중국의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의 안정과 억제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

벤사헬은 현재 미 육군은 전략적 굴곡점에 와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과 같은 강대국의 도전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고 정보통신의 혁명적 발전으로 전쟁의 성격 또한 달라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안보의 본질적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망자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미군의 숫자를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 안보의 초점이 달라져야 함을 상징한다. 게다가 국방예산의 감축으로 심각한 위축이 예상된다.

그녀는 크게 4가지로 미 육군이 처해 있는 전략적 환경 변화를 정리한다. 하나는 전략적 불확실성이 지난 수년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30년 만에 다시 강대국 간의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징표다. 두 번째는 전역의 팽창이다. 이제 전쟁터는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 공간은 물리적인 충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미 본토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영역이다. 세 번째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 변화의 규모와 속도다. 흔히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지만, 이전 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우리의 삶과 전쟁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네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미국인들이 국가안보를 다르게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해외로부터의 위협보다는 본토에서의 위협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는 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위협보다는 팬데믹과 관련된 각종 지원사업에 우선권이 주어질 것이다. 그만큼 국방예산의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 육군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우선, 그녀는 솔직하게 현재 중국과의 경쟁상황에서 위협의 중심이 지상에서 해상과 공중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인정한다. 작년 12월 밀리(M. Milley) 육군참모총장도 “미국의 군사력을 전방에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은 해군과 공군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육군이 타군으로부터 지원받는(supported) 전력이었지만, 이제 해군이나 공군을 지원하는(supporting) 역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75년간의 전쟁에서 육군이 수행했던 역할을 고려하면 축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할 해군과 공군이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결정적 조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육군의 사명이 재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육군의 전력 중심도 기동보다는 화력(fires over maneuver)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기기술의 발전으로 장거리 정밀무기가 전쟁의 핵심적 요소가 되고 있다. 음속보다 5배나 빠르고 1000마일 이상의 사거리를 자랑하는 정밀 타격 미사일들은 병력 투입 이전에 적의 핵심 전력을 공격할 수 있다. 이제 미 육군도 기동중심의 전투여단을 줄이고 장거리 정밀무기를 중심으로 전력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위협보다 국내 위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육군의 전력구조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팬데믹 상황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협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정보통신망이 공격받는다면 그 어떤 작전도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병력구조도 현역 중심에서 주 방위군이나 예비역 중심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재정 압박과 국내에서의 위협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해외에 많은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예비역의 강화는 국내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위협에 대해서도 동원 가능하다. 예비역 동원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줄어드는 예산압박 속에서 미 육군이 감당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미 육군의 역할을 검토하는 에반스의 글 역시 기본전제는 중국의 도전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군사력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국 본토와 해상교통로를 둘러싸는 거대한 ‘화력의 고리(Ring of Fires)’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중국 역시 쿼드(Quad)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고, 해상교통로 역시 말라카(Malacca), 순다(Sunda), 롬복(Lombok) 해협을 지나가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통제력을 장악한다면 중국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화력의 고리’ 개념은 육군의 주도력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육군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 주변에 5개의 동맹국을 갖고 있으며, 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인 쿼드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면서 점차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나라를 비롯해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나라에 미국의 미사일 포대들이 설치된다면 매우 효과적인 화력의 고리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 육군의 미사일 포대가 컨테이너 박스(gun in a box)와 같은 방식으로 설치된다면, 적의 감시를 피해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고 수송선이나 일반 선박을 이용해도 훌륭한 해상 기지로 운용 가능하다.

화력의 고리가 제대로 전략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나라가 인도다. 지정학적 위치나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고려할 때 인도만큼 전략적으로 긴요한 나라는 없다. 인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첨단무기의 제공, 연합 훈련, 정보 공유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 두 개의 글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사항은 위협의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에 미 육군의 역할과 기능이 재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장거리 정밀타격무기는 병력 손실을 줄이면서 전략적 효과를 거두는 방법으로 미국식 A2/AD(Anti-Access Area Denial·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공격 중심의 사고에서 신중한 방어로의 전략적 선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그 어떤 군대도 자신들의 역할이 더 이상 주도적이지 않다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미 육군의 지휘부는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개방적이고 솔직한 현실 인식이야말로 올바른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미 육군의 미래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
최영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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