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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복잡한 미래전, 수평 분배적 지휘통제로 대비

입력 2021. 07. 16   17:00
업데이트 2021. 07. 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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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 인공지능 접목
 
오스틴 국방장관, AI 중대한 역할 강조
올해 국방부서 600여 개 관련 사업 진행
작전 지휘관엔 데이터 중심 기술 주문
 
모든 군종 센서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
육군이 해상 공격 가능…군별 경계 해제
지상·우주·사이버 등 다영역 작전 추구

 

미군의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은 개척 단계에서 실무 활용 단계로 들어서 있다.  출처=미 국방부
미군의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은 개척 단계에서 실무 활용 단계로 들어서 있다. 출처=미 국방부

미국이 군 지휘통제 체계를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새로운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체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JADC2)’는 초음속 무기의 등장 등으로 전장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지휘 반응속도와 각 군 합동성의 차원을 달리해 높이려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3일 ‘인공지능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 간담회에 참석해 “인공지능 능력은 합동 전투의 4가지 영역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우리는 인공지능을 혁신적인 기술로 간주하고 있으며 전 부서에서 새로운 프로세스, 새로운 정책, 새로운 절차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이 말하는 합동 전투의 4가지 영역은 합동 사격,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 경쟁적 물류, 정보 우위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들 4개 영역을 모두 지난 봄 승인했으며,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의 경우 지난 5월 13일 승인 문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하순 캐서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전군에 내린 지시 문서에서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의 진전을 가속하기 위해 국방부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가속화(ADA) 구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작전 지휘관들에게 인공지능, 기계 학습, 자동화를 포함한 데이터 중심(data-driven)의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힉스 부장관의 지시는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주관으로 진행된 인간과 인공지능의 모의 시뮬레이터 공중전의 모습. 인공지능이 5전 전승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출처=미 국방고등연구기획청
지난해 8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주관으로 진행된 인간과 인공지능의 모의 시뮬레이터 공중전의 모습. 인공지능이 5전 전승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출처=미 국방고등연구기획청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인공지능을 크게 활용해 적대세력의 행동을 예측했다. 미군은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를 발전시켜 모든 전구에 적용할 방침이다. 마치 5년 전 바둑 게임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사례를 연상케 한다. 인공지능은 한꺼번에 많은 자료를 처리할 수 있으며, 대부분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된 상태다. 미군은 이러한 인공지능을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와 결합해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효과를 더욱 높이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을 국가안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대통령과 의회에 정책 조언을 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를 2018년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 3월 750여 쪽의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지난 4월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안보와 연계한 인공지능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미국의 소리(VOA)’ 보도를 보면 “인공지능은 지휘관에게 마음의 안경과 같으며 인간이 해석하기 어려운 방대한 자료를 기계 학습을 통해 해석하도록 하면서 보다 전략적인 개념을 추론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이 위원회 부의장인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부장관이 설명했다.

이 위원회는 이들 내용을 실현하고자 국방부 부장관, 합참차장, 국가정보국장실(ODNI) 수석부국장이 참여하는 3인 상설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2025년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준비태세를 완비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초기 평가를 올 회계연도 안에 진행할 예정이다. 국방부 전 부서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난 600여 개의 인공지능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오스틴 장관의 말처럼, 미군은 인공지능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등 모든 군종의 센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즉 지상 레이더, 관측소, 함정, 각종 항공기, 인공위성, 사이버 컴퓨터 등에서 수집된 모든 정보를 한곳에 모으기 때문에 입체적 분석이 쉬워진다. 지금까지 미군의 지휘통제 체제는 군별로 별도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들 네트워크는 각 군간 상호 접속이 불가능하기에 한 화면에서 여러 영역의 전장 상황을 동시에 볼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는 지휘관에게 전투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게 해 신속한 부대 지휘를 가능하게 한다.

또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는 목표물의 공격에서 타군의 무기를 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해상 표적의 공격에는 해군 무기를 먼저 떠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상륙하는 적군에 대해서도 해상에서 해군이 1차 차단하고, 상륙 후에는 지상에서 육군이 담당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렇지만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에서는 육군의 센티널 미사일이 해상 표적의 공격에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

미군은 기존 관점의 타군 영역, 타군 무기를 구별하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지상,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의 모든 전장 공간에서 대처하는 다영역작전(MDO)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무기의 속도가 빨라진 점’ ‘사이버 미사일 분야에서 적대세력의 능력 확대’ ‘반접근 지역거부(A2/AD) 능력의 다양화’라는 현재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는 이러한 다영역작전 역량을 뒷받침하기 위한 핵심 설계로 인정받고 있다.

미군은 이전에도 지휘통제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 네트워크 중심전(NCW)이 유행하던 당시에도 지휘통제 체계는 발전의 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네트워크 중심전의 지휘통제 체계는 센서의 데이터를 한 곳으로 집약하는 중앙집권적 형태이다. 상부에 있는 지휘관이 이들 데이터를 처리하고 공격 방안을 결정하기에 유리하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이와 비교할 때,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전투 클라우드(데이터 저장소)로 올리고 알고리즘이 그 데이터를 처리해 다시 각각의 전투단위에 분배한다. 하부 전투단위는 과거보다는 훨씬 많은 데이터를 받는다. 이 지휘통제 체계는 중앙집권식, 상향식보다는 수평 분배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 전쟁에서 급속히 복잡하게 전개되는 전장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미 국방부의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 구축에 대해 각 군은 각자의 프로그램을 진척시키고 있다. 공군의 선진 전투관리체계(ABMS), 육군의 프로젝트 컨버전스(Convergence), 해군의 프로젝트 오버매치(Overmatch)가 그것이다. 합참은 이들 가운데 공군의 선진 전투관리체계를 장래 지휘통제 체계 구축의 주된 체계로 지정한 상태다.

미군의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는 다중영역을 통한 공격 역량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지휘통제 체계는 각 군의 지휘통제 체계를 통합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미 국방부는 자군 이기주의의 알력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필자 김성걸은 외교·안보 분야로 성균관대에서 수학(정치학 박사)했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오랜 기간 국방부를 출입했으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국방정책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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