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에 공개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서’는 이를 재확인하면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환경을 평가하고 국가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대내외적 정책 방향을 천명하였다. 또한, 5월 28일에 공개된 회계연도(FY) 2022 국방예산요청안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국방·군사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안보·국방·군사 전략의 층위에서 제시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전략은 동북아 역내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도 투영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국방부의 주요 인사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군사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군사 전략의 전반적 방향성을 계승하는 동시에 변화되고 있는 국방환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군사 전략은 2018년 국방전략서(NDS)의 전반적 방향성과 동 전략서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국방전략위원회(National Defense Strategy Commission)의 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작성되는 과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지침서는 미 국방전략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동 지침서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담보하기 위한 군사력의 적정 구조와 능력, 그리고 규모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첨단 기술과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자원 투자에 중점을 두면서 국방과학기술의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3차 상쇄전략(Third Offset Strategy)’ 논리와 ‘보다 치명적인 합동군 건설’을 국방전략의 핵심적 접근법으로 제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가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전략에 투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전략은 기존 행정부와 차별화된 방향성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지침서는 군사력을 미 국가안보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이차적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로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력을 등한시한 채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함에 따라 전략적 경쟁국들의 우위를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미 국가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전략적 접근법과 확장 억제력을 담보하겠다는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이 핵 억제력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는 기존의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의 국방예산요청안을 통해서 2022 회계연도를 위한 715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요청하였다. 그러면서 동 요청안이 미 국방전략이 설정하고 있는 다음의 세 가지 우선순위에 따라 작성되었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는 ‘국가의 방위(Defend the Nation)’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예산요청안은 코로나19의 격퇴, 추격하는 위협으로서의 중국에 대한 대응, 국가·비국가적 행위자들의 현존 위협 대응, 군사력의 혁신과 현대화,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우선순위는 ‘미 국민의 보호와 육성(Take Care of Our People)’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방 인력의 제반 능력 향상, 미 군사력의 회복 탄력성과 준비태세의 구축, 그리고 국방지휘부의 책임감 담보 등이 강조되었다.
셋째, 동 요청안은 ‘협업을 통한 성공(Succeed through Teamwork)’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작성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동맹 및 우호적 국가들과의 긴밀한 조율, 국가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과의 연계, 그리고 미 국방조직 내의 노력 통합 등의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국방예산요청안은 기존 국방전략의 연속성 상에서 미 군사력의 투사 능력을 담보하기 위한 지·해·공 전력의 구축과 억제력을 담보하기 위한 군사력 현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핵전력과 미사일 격퇴·방어 전력의 현대화, 그리고 장거리 화력 개발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 전략적 억제력의 근간인 기존 3축 체계(nuclear triad)와 더불어 핵 지휘·통제·통신(NC3)의 현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번 국방예산요청안은 관련한 예산 집행계획을 제시하면 서 277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하였다. 또한, 거부적 억제력을 구축하기 위한 다층적 미사일 격퇴·방어 전력의 현대화와 관련해 204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하였다.
장거리 화력체계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환경에서 아군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적대국의 비용을 늘리는 핵심적 공격 능력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군(multi-Service) 및 다영역(multi-domain) 차원에서 공격용 장거리 화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66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전략은 미래 전략적 경쟁의 환경에서 미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를 담보하기 위한 국방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연구·개발·실험·평가(RDT&E)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1120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하였다. 그러면서 마이크로 전자, 극초음속 전력 체계, 인공지능, 그리고 5G 등 핵심적 기술 영역에서의 혁신 추진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외에도 지·해·공·우주·사이버 등 제반 전장의 영역에서 미국이 누려온 우위가 도전받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추진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지·해·공 전력의 치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혁신을 목적으로 총 993억 달러를 책정하였으며, 우주와 사이버 영역에서의 혁신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310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래 지향적인 군사력 혁신을 위해 구형(legacy) 플랫폼에 대한 ‘전략적 투자철회(strategic divestment)’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이번 국방예산요청안은 미 합동군의 임무 수행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보안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구형 체계와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절감된 국방예산이 우선순위가 높은 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미국의 국방전략은 현존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구축하는 동시에 미래의 안보환경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담보하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미 군사력의 준비태세와 현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예산요청안은 현재와 미래의 전장에서 미 합동군의 전략적 준비태세(strategic readiness)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육군·해군·해병대·공군·특전사의 전략적 준비태세를 구축하기 위한 1221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하였다.
미 국방조직은 군사 전략의 차원에서 수년간에 걸쳐 합동전투개념(Joint Warfighting Concept, JWC)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조직 지휘부는 합동전투개념이 국방전략과 밀접한 연계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전략에 기반을 둔 미 합동군 차원의 전투 수행 개념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혀왔다. 또한, 합동전투개념의 발전과 연계하여 합동전영역지휘통제(Joint All Domain Command and Control, JADC2)의 구축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합동전영역지휘통제는 미 군종별로 운용되고 있는 정보 센서를 단일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단일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합동전투개념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반 개념의 전체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력의 운용에 대한 접근법에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행정부와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조직의 지휘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군사 전략이 강조해 온 역동적 군사력 운용(Dynamic Force Employment)의 논리가 현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 군사력의 준비태세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역동적 군사력 운용과 관련해 수행된 기존 작전들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면서 미 군사력의 운용에 지속 적용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미국은 대테러 전쟁을 위한 과도한 군사적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지침서는 소위 ‘영원한 전쟁(forever war)’에 개입되지 않을 것을 천명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완전한 철군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중동 지역에서는 테러리즘 세력을 와해하고 이란의 위협을 억제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담보하기 위한 군사력 주둔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겠다고 제시하였다. 나아가 지구적 병력태세 검토(Global Posture Review)를 통해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와 가치, 그리고 국방자원의 상황을 기준으로 중동 지역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배치 현황 전반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대외적 우위를 담보하기 위해 국내적 차원에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 필수적이라고 밝히면서, 이러한 국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 6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였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따라 이러한 국내적 프로젝트의 추진은 난관에 직면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미국이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전략적 경쟁과 더불어 협력적 관계도 구축하겠다고 천명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국방·군사 전략 추진 동향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 경쟁국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러시아와의 군축협상 가능성이 제시된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중 관계에서는 이러한 협력의 가능성이 가시적으로 진전되지 못한 상황이다.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중국 정책은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정치·경제·군사 제반의 영역에 걸쳐 양국의 긴장 구도가 고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우리 안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동맹 전략이 한미동맹의 차원에서도 가시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미국의 정책 추진 방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이 북미의 비핵화 협상을 추동할 것인가의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의 인권 문제가 부각함에 따라 북미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고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노력을 지속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과 일본의 갈등 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 역할을 보여줄 것인가의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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