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견장일기

[김기영 견장일기] 지금 이 순간, 희망을 품는 이유

입력 2021. 07. 01   15:29
업데이트 2021. 07. 01   15:37
0 댓글


김 기 영 대령(진) 
공군51항공통제비행전대장
김 기 영 대령(진) 공군51항공통제비행전대장
매일 아침 6시30분쯤 출근하면 한반도 인근 모든 항적을 보여주는 작전상황도를 확인한다. 늘 대한민국 공군의 최전방 GOP인, E-737 항공통제기 피스 아이(Peace Eye)가 묵묵히 비행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 항공작전지역에서 공중감시·무기통제·전장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부대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 전대장이다. 1998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F-5 제공호 및 F-16 전투기를 조종하다가 2016년에 E-737 항공기로 기종 전환했다.

순탄한 군대 생활을 하던 2017년 10월, 내 인생의 가장 큰 역경에 마주치고 말았다. 위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라는 선고를 받은 것이다. 건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한순간에 ‘심신장애 2급’으로 분류돼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암 병동 침대에 누워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기다리는 연약한 환자가 됐다.

다행히 위(胃)를 꽉 채웠던 암 덩어리는 ‘광범위 큰 B세포 림프종’으로 판명됐고 여섯 번의 항암치료와 두 번의 재발 방지 치료를 거쳐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다 쓰러져 가던 나에게 공군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다.

“나를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우리가 어떠한 역경을 이겨내면 원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넘어 혁신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역경은 일상생활을 할 때는 쉽게 생각하지 않는 삶의 의미와 목적, 가족의 사랑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주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의 잠재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돼 자아(自我)에 대한 자각(自覺)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역경의 시기를 떠올리면 지금 대한민국 공군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된다. 일련의 사건·사고로 국민의 질타(叱咤)를 받으면서 공군 내부의 사기 저하도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 김윤나 말마음연구소 소장이 강연에서 소개한 ‘말그릇을 키우는 3가지 질문’을 부대원들에게 했다. 첫째, “당신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둘째, “당신은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는가?” 셋째,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솔직한 나의 대답은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아픔에 공감했으며, 적절히 작동하지 못한 시스템에 대해 좌절감과 분노를 느꼈다”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한민국 공군은 3군(軍) 최초로 여생도에게 문호를 개방한 선진 군(軍)이자 가장 투명한 군(軍)이므로 잘못된 시스템을 최선두에서 바로잡고 정화하며 쇄신해 나아갈 것이다”이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 식별된 것들은 바로 내 문제이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먼저 내가 변화한 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 공군 및 군(軍) 전체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편 가르기와 대책 없는 비난을 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겠다”이다.

공군의 주인인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공군을 사랑해 주고 내 일처럼 변화시킬 것인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실망해 분노하거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혁신하거나 모두 우리의 선택이다. 이러한 반응들은 다른 사람이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닌 온전히 우리의 것이다. 언제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공군을 믿는다. 이것이 내가 공군에게 희망을 품는 이유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