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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25전쟁 서울 재탈환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맹수열

입력 2021. 06. 15   17:24
업데이트 2021. 06. 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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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작곡가 조성인 (예비역 육군병장)

드라마 OST·개인 앨범 등 활동 경력, 클래식 장르는 첫 도전
쟁쟁한 곡들과 경쟁 영광…우리 국군의 위풍당당 행진 그려
“나라 격 높이는 데 동참 자부심, 부모님은 잔치하자고 하세요”

우리 군의 새 행진곡 ‘빅토리 퍼레이드’를 작곡한 조성인 씨가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악대대 사무실에서 작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씨는 군악대대 소속으로 이 곡을 작곡한 뒤 지난 3월 전역했다.
우리 군의 새 행진곡 ‘빅토리 퍼레이드’를 작곡한 조성인 씨가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악대대 사무실에서 작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씨는 군악대대 소속으로 이 곡을 작곡한 뒤 지난 3월 전역했다.
“조성인 예비역 병장은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였습니다. 전역 전까지 음악회 편곡을 놓지 않으며 열정을 불태웠었죠.” (군악대대 석재현 병장)

우리 군의 새로운 행진곡을 만든 작곡가 조성인(예비역 육군병장) 씨에 대해 묻자 전우들은 너나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좋은 선임이자 좋은 작곡가, 책임감 넘치는 작곡병. 그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정리됐다.

행진곡 ‘빅토리 퍼레이드(Victory Parade)’가 근지단 군악대대의 손에 의해 녹음되던 날, 지난 3월 전역한 조씨는 다시 한 번 옛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역한 지 채 몇 달 되지 않았건만 조씨와 군악대대 장병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재회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녹음 현장에서 조씨를 만나 빅토리 퍼레이드와 작곡 과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스스로를 ‘열린 작곡가’라고 소개한 조씨는 “내 노래가 우리 군 곳곳에서 울려 퍼질 생각을 하니 참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9년 9월 군악대대 팡파르대에 작곡병으로 들어온 조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이미 작곡을 시작한 ‘유경력자’였다. 실용음악 작곡으로 시작해 대학도 작곡 전공으로 마친 그는 사회에서 나름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았던 인물이다. “드라마 OST도 몇 개 하고 개인 앨범도 내고, 다른 친구들 앨범에 편곡으로 참여하기도 했죠. 대단히 내세울 만한 경력은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조씨의 설명이다.

실용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그가 장중한 느낌의 클래식 계열인 행진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조씨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근지단 내부에서 행진곡 공모를 하게 됐고, 행사담당관님이 써보라고 했습니다. 저 말고도 작곡병이 4~5명 더 있었는데 모두가 한 곡씩 썼고 그중 선정된 것이 빅토리 퍼레이드였죠. 재밌게 잘 쓴 쟁쟁한 곡이 많았는데 어쩌다 제 노래가 됐는지 얼떨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영광스럽죠. 부모님께서는 잔치하자고 난리셨으니까요.”

빅토리 퍼레이드는 조씨가 6·25 전쟁 당시 서울 재탈환을 상상하며 만든 노래라고 한다. “우리 국군의 위풍당당한 행진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조씨는 기존 행진곡과는 조금 다른 구성을 갖추는 데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원래 행진곡은 힘차고 당당하게 나가는 것이 매력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기존에 A·B파트로 구성되던 행진곡에 후렴구 같은 것인 C파트를 추가했습니다. 사실 이 C파트 추가가 쉽지 않았는데요. 애초에 정해진 틀이 있으니 굳이 안 넣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꼭 들어갔으면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의 노래에 더 애착이 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용음악 중심인 조씨에게 첫 클래식 작곡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 관악기를 포함한 여러 악기를 다루는 편은 아니었다”면서 “힘들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군악대 전체가 연주할 만큼 많은 인원의 파트를 만들 기회는 드물다는 면에서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큰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빅토리 퍼레이드를 작곡하는 과정에서 군악대대가 도입한 ‘악보제작 관리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악보제작 시스템은 컴퓨터로 악보를 만드는 ‘사보 프로그램’과 음원을 만드는 ‘작곡 프로그램’이 합쳐진 것입니다. 악보를 만들면 미리 들어볼 수 있고 피아노 녹음으로 새로운 악보를 만들 수도 있죠. 음악을 만들면서 직접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죠. 저는 이미 전역했지만 앞으로 군악대대에 작곡 프로그램을 운용할 줄 아는 친구가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장비를 쓰지 못하면 아깝잖아요.”

다시 부대를 찾은 조씨는 “군 생활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출타가 제한됐을 때 부대 연병장을 돌며 작곡 구상을 했다는 그는 “오랜만에 연병장을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외출은 제한됐지만 나름대로 전우들과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을 했던 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후임들과 선물을 나누며 ‘마니또 게임’을 했던 일 등이 생각난다. 좋은 전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늘 행복했다”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 그는 계속 작곡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후임 군악병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작곡병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스펙이고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격을 높이는 행사에 동참하는 것이잖아요. 근지단 군악대대 작곡병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근무했으면 좋겠어요. 이곳은 열심히만 한다면 너무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전우들의 연주를 바라보는 조씨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함께 울고 웃었던 전우들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연주하는 것에서 오는 보람과 만족, 행복을 그의 옆얼굴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맹수열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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