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UN가입 30년과 軍 국제평화협력활동

바그람 기지 사전 현지 조사…신속 임무 수행에 도움

서현우

입력 2021. 06. 15   16:15
업데이트 2021. 06. 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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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아프가니스탄 동의·다산부대 
⑤ -이인희 예비역 대령 (1진·8진 다산부대장)
 
최우선 임무 비행장 복구로 판단
현지 동행 상급부대 실무진과 협의
콘크리트 혼합·제조 장비 목록 추가
다국적군 공병 작전에도 큰 역할
 
다산부대 장병들이 바그람 기지 내 헬기 적하장을 만들며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다산부대 장병들이 바그람 기지 내 헬기 적하장을 만들며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다산부대는 2003년 2월 약 150명 규모의 공병대대급 부대로 아프가니스탄에 최초 파병돼, 동맹군 기지 내 각종 시설공사와 지역재건 사업을 했다. 이후 2004년 3진부터는 임무 소요 증가에 따라 건설공병단 규모로 증편 운영됐으며, 2007년 12월 철수 시까지 9개 진 1350여 명의 장병이 파병돼 국제 평화협력의 든든한 기틀을 만들었다.

이인희 예비역 대령은 1진 부대장(당시 중령)으로 처음 다산부대 활동에 참여했다. 당시 이 예비역 대령은 공병 병과 장교이자 일선 현장 지휘관으로서 다양한 공병 작전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다산부대 창설 소식을 접하고 군의 해외 임무 수행과 국제평화 협력에 공감해 파병을 자원했으며, 경험과 역량을 인정받아 1진 부대장으로 선발됐다.

사실 그의 해외 임무는 아프가니스탄이 처음은 아니었다. 앞서 1995년 10월 앙골라 공병부대 1진(당시 소령)으로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다녀온 터였다. 당시 선발대장으로서 본대보다 먼저 현지에 도착해 업무 협조, 정찰, 첩보 수집 활동 등을 수행했다. 또 본대 전개 이후에는 운영과장으로서 부대운영 전반을 맡아 성공적인 파병을 이끌었다.

“해외파병을 통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위 선양에 온 힘을 다해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산부대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선발됐습니다. 성공적이었던 앙골라 파병 경험을 살려 다산부대의 첫 체계를 잘 구축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느 부대든 1진 부대장의 책무는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편이다. 부대 창설 작업을 주도해 인원을 편성하고 각각의 임무를 부여하며 소요 물자·장비를 구성해야 했다. 또 파병지의 역사와 환경, 다국적군 작전의 흐름과 적대세력의 위협 정도를 파악하고, 작전 수행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대비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현지 정부 및 다국적군과 협조·협력하는 일도 필요했다.

“해외파병의 성패는 파병 준비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넓은 범위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현지 작전 수행의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다산부대 파병 때는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새로 편성된 부대의 운영·관리, 현지 임무 수행을 위한 장병 교육·훈련, 필요 물자·장비 소요 확인과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참 많았습니다.”

이 예비역 대령은 부대원 교육·훈련에 특히 집중했다.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기를 바랐고,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다국적군 작전에 참여해 그 우수성을 선보이길 원했다. 이를 위해서는 부대원들이 일치단결된 자세와 수준 높은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믿었다. 부대원들은 이 예비역 대령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열정으로 역량과 팀워크를 빠르게 향상해 나갔다.

이 예비역 대령이 파병 준비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사전 현지 조사였다. 부대 파병 전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의 우리 군 해외임무 실무진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를 찾아 현지 조사와 정찰을 통해 부대에 필요한 장비를 추가 파악하고 부대원들의 임무 수행 방법을 세부적·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사전에 현장을 직접 보는 것은 파병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보고 듣고 체감하면서 작전 수행에 어떤 장비가 더 필요한지, 부대 전개 후 어떤 임무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는지 파악하게 됩니다. 그러면 본국에서의 파병 준비에도 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시 사전 현지 조사를 통해 추가한 장비 가운데 콘크리트 배처 플랜트(concrete batcher plant)가 부대 임무 수행에 큰 힘이 됐다. 콘크리트 배처 플랜트는 콘크리트를 혼합·제조하는 기계 장비다. 콘크리트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고정 설비가 구축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현장에 소규모로 설치해 콘크리트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장비가 콘크리트 배처 플랜트다.

“당시 파병부대장으로서 판단한 우리 부대의 최우선 임무는 비행장 복구였습니다. 50㎝ 두께로 활주로를 복구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공급받는 콘크리트 양을 파악하니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는 현지 조사 기간 내내 이를 고민했다. 실제 작전이 펼쳐지는 곳에서 활주로 복구는 신속히 이뤄져야 했다. 느긋하게 콘크리트가 보급되기만을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콘크리트 배처 플랜트를 생각해냈고 현지에 동행한 상급부대 실무진과 다각도로 협의한 끝에 이를 부대 수송장비 목록에 올렸다.

“이는 부대가 전개해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나아가 현지 타국 군 공병부대에까지 콘크리트를 보급하며 다국적군 공병 작전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게 다산부대는 파병 준비를 마쳤고 2003년 2월 27일 현지로 떠났다.

서현우 기자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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