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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반도체 ‘부품공급(supply chain)’ 장악경쟁

김한나

입력 2021. 05. 31   13:52
업데이트 2021. 05. 3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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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반도체 ‘부품공급(supply chain)’ 장악경쟁
KIMA 뉴스레터 1005호(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행)


그래픽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월 20일 『뉴욕타임스(NYT)(국제판)』은 미중 간 반도체 확보 전쟁이 발생하였는가와 미국이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타이완 세미반도체 생산사 TSMC에게 반도체 생산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가를 다룬 특집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우선 NYT는 미국의 안일한 태도를 문제로 지적하였다. 지난 5월 20일 NYT는 미국이 영국과 인도와 함께 반도체 칩 설계에 치중하였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실리콘 와이퍼, 포토마스크, 에일분석 소프트웨어와 EUV 석판술 등의 부수물에 대해서는 소홀하였다.

특히 대만이 이들을 취합하여 접속회로로 만들며, 이를 말레이시아에서 확인 및 검사하고, 한국이 이스라엘과 유럽으로부터 완성기기를 수입하여 완전품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에서 미국은 안정적이며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역할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까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예를 들면 생산된 반도체가 각종 첨단 생활용품, 게임기기, 자동차와 자동화 공정시설에 제공되는 부품공급 체계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이송과정에서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이 반도체의 정확한 수요와 공급을 가름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문제는 다음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으로 반도체 부품공급 체계상 획일적 구조에서 발생했다.

첫째, 구글, 인텔, 엔비디아, 퀄컴, 버라이즌 등의 세계적 빅테크 회사들은 반도체가 접목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융합에 의한 영역 점유만을 고려하였지, 반도체 부품공급의 탄력을 갖고자 하는 우발사태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둘째, 항공과 해운 운송체계가 과학기술발전에 의해 신속한 부품전달 속도를 갖추자, 저장창고에 저장되는 비율이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Just-in-time)’ 적시적 배송체계가 운송체계의 대명사가 되면서 탄력 있는 부품공급 개념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단지 미 국방성이 전시에 대비한 전시 군수비축물 개념에 의해 저장창고를 운용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전자기 제품들은 설계-제작-검사-이송-조립 과정만 존재하였지, 반도체 부품공급 부족상황에 대비한 여유부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셋째, 설계를 제외한 제작-검사-이송-조립 과정 모두가 아웃소싱 되어 아세안의 다양한 중소기업들에게 배당됨으로써 이들 간 치열한 경쟁과 출혈로 가격 경쟁만 있었지 부품공급 탄력을 위한 여유분 확보 개념은 없었다.

특히 이들은 거의 실시간 배송체계에서 제외되지 않기 위해 첨단 이송수단을 도입하면서 사장(死藏)되는 시간을 줄이기에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또한 이들 중소형 이송업체들은 자금 융통성이 불안전하여 제도적이고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에만 집중하는 상황이었다.

넷째, 한국과 대만 이외 2~3 나노미터(㎚) 수준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가가 없었다. 이는 이들 국가 반도체 생산공장이 기기의 오작동과 희토류 등 원천 재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글로벌 반도체 부품공급에 대란이 발생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귀결되었다.

결국 지난 5월 20일 NYT는 이러한 반도체 부품공급 체계의 허점을 파악한 중국이 미국과 부품공급 국가 간 간격을 파고들어 일부 지적 재산권을 사들이고, 이송체계 과정에서의 반도체 관련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공급량에 개입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부품공급 개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하기 시작하였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NYT는 중국이 201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로 부상하면서 반도체 공급을 장악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면서 2020년 8월 지난 3월 중국 반도체 발전계획을 국내법으로 제도화하면서 반도체 관련 지적 재산권, 집적회로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전문인력들을 확보하기 시작하였다며, 이에 미국이 공세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NYT는 중국은 미국이 아세안(ASEAN)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알고,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확대해 아세안 국가들의 제품 생산에 영향력을 주어 미국의 대외무역 의존도를 미중 간 전략경쟁에 활용하려 하며, 이 과정에서 미중 간 반도체 확보 경쟁이 발생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아울러 NYT는 주로 민간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개발과 소요를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국영기업과 공산당과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중국이 최근 중국 주도의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료용품, 희토류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의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사진 = CNBC 영상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료용품, 희토류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의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사진 = CNBC 영상 캡처

특히 2020년 초기부터 세계에 확산된 COVID-19는 반도체 부품공급 구조의 취약점을 노출시켰으며, 중국은 이를 중국의 독자형 반도체 체계 구축을 위한 기회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투자는 물론 전문인력과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이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순수한 첨단 집적회로용 반도체가 강대국 간 지정학적 우위를 위한 경쟁 수단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다면서 미국이 한국과 대만의 2~3㎚ 반도체 생산 시설과 능력을 동맹 강화와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 본토로 유치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하였다.

이에 반도체 전문가 알렉스 윌리엄 박사는 미국이 더 이상 한국과 대만으로부터의 저가 반도체에 의존하지 말고, 비록 단가가 좀 비싸더라도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여 이들 국가로부터의 반도체 부품공급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미국이 복잡하게 구축된 글로벌 반도체 부품공급 체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감시하고 관찰하여 탄력적 부품공급이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궁극적으로 NYT는 미중 간 군사적 경쟁에 이어 외교적 경쟁으로 이제는 반도체 부품공급 체계 장악을 위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향후 그 대상이 한국과 대만으로 더욱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이는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다.

* 출처: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May 20, 2021, p. 11; US Government,org, ROK-US Summit Joint Statement, May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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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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