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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도, 타이밍이 모든 것이다

입력 2021. 05. 30   15:32
업데이트 2021. 05. 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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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술에서 시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작전술 핵심 3요소 시간·공간·병력
되돌릴 수 없기에 ‘시간’ 더 중요
때론 영토 내주고 시간 벌기 작전도
시간 통제 능력 키우는 원칙 제시
전장 한눈에 보는 군사적 혜안 강조

100시간 만에 종결된 걸프전은 인류 역사에서 최단시간에 종결된 전쟁의 하나로, 전쟁이 얼마나 빠르게 전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사진은 미 공군의 F-15 이글 전투기가 걸프전 당시 이라크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 공군 공식 홈페이지
100시간 만에 종결된 걸프전은 인류 역사에서 최단시간에 종결된 전쟁의 하나로, 전쟁이 얼마나 빠르게 전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사진은 미 공군의 F-15 이글 전투기가 걸프전 당시 이라크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 공군 공식 홈페이지



“타이밍이 모든 것이다(Timing is everything).” 전쟁에서도 그렇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주도권을 장악하기 마련이다.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급이 많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연구한 저서는 보기 드물다. 핀란드 현역 장교이자 대학교수인 얀 한스카가 작년에 출간한 『시간의 전쟁: 시간의 통제와 작전술에 있어 시간성』(Jan Hanska. 2020. War of Time: Managing Time and Temporality in Operational Art. Palgrave Macmillan.)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다.

저자는 작전술에서 시간 개념에 집중한다. 작전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시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작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시간, 공간, 병력이다. 이들 요소를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하느냐가 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세 요소는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효과적으로 통합되어 운영될 때 성공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들 요소를 작전의 삼위일체(trinity)라 부르는 이유다.

시간이 중요한 이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다. 시간의 본질은 기동력에 있다. 빠르게 이동하는 부대는 적들보다 빨리 전장(공간)을 지배할 수 있다. 유리한 장소를 선점할 수 있고, 어디서 싸울지를 결정할 수 있다. 빠르게 이동하는 부대는 필요한 시점에 더 많은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 국지적 우세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이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시간에 출현해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다. 나폴레옹이 승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군사훈련보다 기동을 중시했다. 병력을 분리해서 기동하게 함으로써 교통체증과 보급의 문제를 줄일 수 있었다. 1805년 단지 신속한 기동만으로 오스트리아군을 포위함으로써 항복을 받아낸 ‘울름의 기동’이 대표적이다. 게릴라전에서 신출귀몰하는 부대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작전을 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이 공간이나 병력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빼앗긴 영토는 탈환할 수 있고 병력도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시간을 벌기 위해 영토를 내줄 수 있다. 히틀러의 독일군에 대응했던 소련군이 펼쳤던 작전의 핵심은 공간을 내주고 시간을 번 것이다. 효과적으로 후퇴하면서 후방에서의 반격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고, 결국 1942년 11월 천왕성 작전을 통해 대반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물론 종심이 깊지 않은 나라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작전이다. 하지만 전술적 수준에서 위장 후퇴는 적을 유인해 격멸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작전술에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공간적-시간적 우세’를 확보하는 것이다. 어디서나 선택과 집중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축차 공격보다 동시 공격이 유리한 이유도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병력의 절약’을 승리를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병력’을 운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비판한다. 오히려 그는 ‘신속한’ 승리를 획득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수준의 수적 우세’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세적 차원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된다. 돌파에 필요한 정면을 대상으로 대규모 전력을 기습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성공적 공세의 핵심이다. 공격의 정면이 너무 넓으면 병력도 분산되고 집중의 효과도 없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수준의 돌파 정면을 설정하고 압도적 우위의 전력을 집중시켜야 돌파에 성공할 수 있다. 아르덴 산림지역을 통해 프랑스 국경을 돌파했던 구데리안의 전격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공세 정면이 너무 넓으면 공격의 추동력을 살릴 수 없다.

속도와 템포, 그리고 리듬 모두 시간의 문제다. 병력과 공간은 공격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다. 너무 많은 병력이나 너무 좁은 공간도 효과적인 공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르망디 상륙 이후 프랑스 내륙으로 진격하던 연합군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상상을 넘어서는 교통체증이었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시간을 장악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문제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군사적 혜안(coup d’oeil)을 강조했다. 프레데릭 2세나 나폴레옹 같은 군사적 천재들이 갖추었던 자질이다. 천부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후천적 노력을 통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사에 대한 학습을 통해 혜안을 키우는 것이다. 공부하는 군인이 잘 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 통제 능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저자는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우선 지휘관은 유능한 참모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이들에게 자신의 일을 분담시키면 그만큼 작전에 집중할 수 있다. 작전을 구상하는 것과 실제 부대를 지휘하는 것을 시간적으로 구분한다면(레오 6세의 충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결정권을 현장 지휘관에 위임함으로써 의사결정을 가속화하는 것도 시간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임무형 지휘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현장 지휘관만큼 전장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들이 결정적 시점이라 판단하면 주저 없이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라는 것이다. 물론 판단의 근거는 지휘관의 의도다. 현장 지휘관의 경우 상황을 판단하고 결심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적인 역량도 있어야겠지만 과감하게 공격을 감행할 에너지도 갖추어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는 정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나 정보는 제한적이고 불확실하다. 상황에 대한 상충적인 정보가 쏟아질 경우, 자신만의 내적 확신과 같은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성적 분석과 함께 자신의 직관적 확신을 균형 있게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연한 작전계획과 유동적인 작전술

작전계획은 유연성(flexibility)을 잃지 말아야 한다. 완벽한 작전계획은 존재할 수 없으며,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막아야 한다. 다소 조잡하지만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다. 전투상황은 유동적이고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완벽한 계획 자체는 불가능하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작전의 집행에 있어서도 유동성(fludity)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동성은 물과 같은 다변성을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점의 적절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안개와 마찰은 지휘관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물론 안개와 마찰은 물질적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이다. 사실의 정보 문제는 정보의 부족보다는 과도한 정보로 인한 분석과 판단의 어려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현장을 직접 살펴볼 것을 권한다. 롬멜이나 패튼과 같은 지휘관들은 늘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했다.

지휘관의 능력은 전세를 판단하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성공적인 공세를 감행할 수 있는 군사적 혜안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결국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역사를 수놓았던 탁월한 지휘관들은 바로 이런 능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최영진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최영진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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