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일보-ROTC중앙회 공동기획 ‘60년 전통 이어 미래로’

“조국·가정에 충성… 명예롭게 군 생활 마치는 게 바람”

조아미

입력 2021. 05. 24   16:43
업데이트 2021. 05.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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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OTC 최초 부부 헬기 조종사 배준우·나현선 대위

같은 대학 같은 병과 학군장교
선후배서 부부의 인연까지
항공병과 매료…헬기 조종


연애 땐 군 생활 팁 전수를
결혼 후엔 서로 너무 잘 알아
힘들 때 조언할 수 있는 게 장점

‘ROTC 출신 최초의 헬기 조종사 부부’ 배준우(오른쪽)·나현선 대위가 육군1군단 11항공단 109항공대대 격납고 안에서 나 대위의 주기종인 코브라 헬기(AH-1S)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ROTC 출신 최초의 헬기 조종사 부부’ 배준우(오른쪽)·나현선 대위가 육군1군단 11항공단 109항공대대 격납고 안에서 나 대위의 주기종인 코브라 헬기(AH-1S)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같은 대학 선후배이자 학군장교 선후배, 그리고 지금은 같은 병과 선후배로 부부의 인연을 맺은 이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육군항공작전사령부 배준우(학군50기) 대위와 육군1군단 11항공단 109항공대대 나현선(학군52기) 대위다. 부부의 날인 지난 21일 109항공대대에서 ‘ROTC 출신 최초의 헬기 조종사 부부’인 이들 부부를 만났다.  글=조아미/사진=이경원 기자


만남 그리고 결혼

지난 2012년 봄. 부부는 계명대학교 학군단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남편 배 대위는 임관을 앞두고 학군단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사전 지도하는 선배 후보생이었고, 아내 나 대위는 수많은 입단 후보생 중 하나였다.

“제가 군가를 못 외우니 남편이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내더라고요. 그러고는 쉬는 시간에 풀이 죽어 있는 제게 무심한 듯 사탕 하나를 툭 건넸는데 그게 첫 만남이었죠.”

이후 남편은 임관했고, 아내는 후보생 생활을 이어갔다.

“임관 후 초군반에서 교육받고 있는데 아내가 후보생 생활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먼저 연락이 왔고, 이후로 자주 연락하면서 사랑이 싹텄습니다.”

군인 커플은 평범한 연인처럼 자주 만나는 게 어렵다. 이들도 마찬가지. 영상통화로 만나는 게 전부였고, 달콤한 대화보다 슬기로운(?) 군 생활의 팁 전수가 대부분이었다. 남편은 만나면 만날수록 똑 부러지는 아내의 성격에 점점 호감을 느껴 고백했지만, 아내는 거절했다. 같은 학군단, 같은 조직 내에서 사귄다는 것에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결같이 신뢰감을 보여준 남편에게 감동해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소위 시절, 새벽에 갑자기 몸이 아파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그때 남자 친구였던 남편에게 전화를 했어요.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단숨에 달려와 응급실에 데려다줬죠. 그때 ‘이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부부는 그렇게 지난 2015년 12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같은 길을 걷는 부부 군인의 삶

배 대위는 임관 전 병과별 소개 자료를 보고 항공병과를 처음 알았다. 그는 “육군인데 헬기를 조종한다는 데 호기심도 있었고, 당시 코브라와 아파치 헬기의 강력한 화력을 영상으로 보면서 항공병과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배 대위의 주기종은 500MD로, 현재 사령부에서 운항통제장교 역할을 맡고 있다. 나 대위는 남편이 항공병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면서 전과했다. 아내의 주기종은 코브라 헬기(AH-1S)로, 대대 교육장교 임무를 수행 중이다.

부부 군인으로서 장단점에 대해 남편은 “아무래도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 아닌가 싶다”면서 “같은 분야에 있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 힘들어하고, 고민이 있을지 굳이 말을 안 해도 잘 알 수 있다. 그때마다 서로에게 조언해주고 힘이 돼 주는 게 부부 군인의 장점인 것 같다. 반대로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난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밝혔다.


두 아들, 군인 ‘엄빠’ 자랑스러워해

부부는 6살 권률, 3살 민률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아이들은 제가 출근할 때 문 앞까지 나와 ‘충성!’ 이라고 인사해요. 아빠와 엄마는 헬기를 조종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요. 엄마·아빠는 다른 친구의 부모님과 달리 회사가 아닌 부대에 출근한다는 것, 훈련하면 며칠이고 집에 못 온다는 것도 잘 알죠. 큰아들에게 ‘엄마 오늘 당직이야’라고 말하면 ‘엄마 나라 잘 지키고 오세요! 내일 만나요’라고 답하는 아들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요.”

남편 배 대위는 “6년의 결혼생활 중 반은 같이 살고 반은 떨어져 살았다. 그래서 늘 미안하고, 늘 감사하다”면서 “언젠간 서로 비슷한 지역에서 근무하며 같이 사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아이들이 저를 그리워하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플 때도 있다”고 전했다.

부부는 임무 수행은 물론 서로 육아휴직을 하며 자녀를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들들은 나 대위의 친정어머니가 함께 거주하며 돌봐주고 있다.


평생 동반자이자 전우의 다짐

조종사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사소한 실수나 결함은 바로 생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부부는 “한 시간을 비행하더라도 안전하게 이륙해서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이야말로 반드시 해야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고 입을 모으면서 군 생활의 다짐을 밝혔다.

“하늘에서 조국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런 우리나라를 굳건하게 지켜내는 것이 우리 부부가 할 일이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해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명예롭게 군 생활을 마치는 게 저희 부부의 바람입니다”(나 대위).

“최초 ROTC 헬기 조종사 부부라는 타이틀은 잠시 접어두고, ROTC 출신 부부 군인으로서 가정과 나라에 충성하며 서로의 동반자이자 평생의 전우로서 함께 한곳을 바라보고 살아가겠습니다”(배 대위).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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