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해군의 교전 거리는 함포와 미사일, 어뢰와 함재기를 통해 킬로미터 단위로 길어졌지만, 바다에서의 전투도 초창기에는 지상전과 마찬가지로 근접 전투에 가까웠다. 원거리 무기라야 활 정도의 수준이었고, 나무로 배를 만들던 시대의 특성상 날씨가 따라주면 서로 간에 불화살을 날리는 정도의 화력이었다.
함선 자체의 화력이 대단치 않다 보니 대부분의 고대 해전은 배와 배를 맞대고 병력이 건너가 백병전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선박 기술의 발전이 일어나면서 고대 해전에는 새로운 배의 개념이 도입됐고, 이후 근현대 함선의 등장 이전까지 이 함선은 군함의 중심을 오랫동안 잡고 놓지 않게 된다. 바로 ‘갤리선(galley)’이다.
돛과 노의 조합으로 만든 충각의 강력한 한 방
한두 명이 타는 작은 배가 아니라 많은 물자를 싣는 커다란 배는 물에 뜨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힘의 문제가 중요했다. 많은 민간 함선이 돛을 이용해 바람의 힘으로 나아가는 기술적 진보에 도달했지만, 군함의 경우에는 바람만으로 필요한 기동력을 다 확보할 수 없었다.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적의 약한 측면을 노리는 기동이 결국 해전의 승리를 부르기 때문이었다.
갤리선은 ‘돛’과 ‘노’라는 두 종류의 기동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선(戰船)이다. 순풍이 불 때나 장거리의 전략적 이동에는 돛을 썼지만, 전장에서 급속한 방향 전환을 수행하거나 역풍 상황에서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갤리선은 노꾼들의 노 젓기에 큰 비중을 두어 운용했다.
사람의 손으로 젓는 노였기 때문에 노를 이용한 가속은 순간적으로는 급가속할 수 있었더라도 지속력에서는 문제가 있었다. 거센 물살을 팔심으로만 갈라야 하는 노젓기는 사람의 근력을 쉽게 지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꾼의 숫자를 늘리는 3단노선, 5단노선 등의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결국 그만큼 비전투원인 노꾼의 무게가 배에 실린다는 문제 또한 극복이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런데도 돛과 노의 결합을 통한 순간 가속력을 갖게 된 갤리선은 기존처럼 함선과 함선을 맞대고 벌이는 백병전을 넘어선 새로운 전술을 가능케 했는데, 바로 충각(衝角) 전술이었다. 뱃머리 흘수선(배에 수면이 닿는 경계선)에 툭 튀어나오게 만들어 둔 충각은 빠른 속도로 적 함선의 측면을 향해 부딪치면 목제 함선 한 척을 그대로 두 동강을 낼 수 있는 위력을 발휘했다.
노꾼들의 순간 가속력을 집중적으로 발휘해 적 함선의 측면을 노려 백병전 없이 한 방에 배를 날려버릴 수 있는 충각 전술은 고대 해전의 바다에서 매우 강력한 전술로 떠올랐다. 충각에 금속을 덧입히며 충격력을 보완하고, 충격력을 키우기 위해 함선의 크기를 더욱 키우기도 하는 등의 발전이 점차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고대 해전의 중심이었던 충각 전술은 화포의 발전과 함께 한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충각을 치기 위해 빠르게 다가오는 적 함선을 요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한 대포가 등장한 뒤, 갤리선의 충각은 오히려 자살 행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충각을 활용해 적함을 박살 내는 방식만 사라졌다뿐이지 현대에도 함급 차가 큰 경우, 화력 사용이 자제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배와 배의 충돌을 활용하는 전술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함선들이 더욱 무겁고 튼튼해진 만큼 충돌의 피해량도 어마어마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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