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긴축재정 시 전력유지비 배분에 대한 소고
『국방논단』 1851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심송보 ssim@kida.re.kr
정희원 hwchung@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연구위원회
지난 몇 년간 높은 증가율을 보여왔던 전력유지비의 증가율이 향후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편성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과거에 나타났던 편성상 특징이 비슷한 재정여건 아래서 반복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긴축재정 시기 전력유지비 배분의 특징을 살펴본 결과, 규모가 작을수록, 전년도 증가율이 클수록 증가율 둔화폭이 크며, 행정적 성격의 사업과 연료확보 사업의 예산이 삭감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력유지비 예산 편성 시 이러한 특징이 재현될 가능성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5일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였다. 성장률 둔화와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자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해오던 현 정부의 재정정책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정부재정은 높은 증가율을 보여왔다. 그 과정에 국가채무비율은 높아졌고 통합재정수지는 악화되어 왔다. 확대된 재정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세부담으로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가파른 재정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성과 실효성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정준칙은 도입 자체만으로도 재정확대를 경계하는 분위기를 심어줄 수 있다.
국방비도 지난 몇 년간 보여왔던 높은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2018~2020년의 국방예산 평균 증가율은 7.5%로 직전인 2015~2017년의 평균증가율 4.1%의 2배 가까운 높은 증가율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2017년 40조 수준의 국방예산은 3년여 만에 10조가 증가하여 50조시대를 열게 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방예산의 높은 증가율은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정부 재정도 현재와 같은 높은 증가율을 기대할 수 없을 뿐 더러 정부재정 내에서도 우선순위는 복지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정부가 제출한 국방예산안을 보면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5%대의 증가율로 계획·편성되어 국회에 제출되었으며 이는 2019년의 8.2% 대비 2.7%p 낮은 수준이다. ’20-’24 국가재정운용계획 역시 국방예산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어 2024년에는 4%대의 증가율로 계획되어 있다.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안정적인 재원이란 일정 수준의 절대치도 의미하지만 안정된 증가율을 의미하기도 한다. 증가율이 큰 폭으로 변화한다면 장기적인 계획수립과 추진에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증가율이 둔화될 때는 더 큰 애로사항들을 초래한다. 어느사업이든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비용은 증가하고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재원 증가율이 둔화된다면 현재의 중기계획을 비롯한 국방정책들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며, 지난 몇 년간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 온 전력유지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책적으로 중점을 두는 방위력개선비와 고정비 성격의 병력운영비와 비교하면 증가율 둔화시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문은 전력유지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산은 정책목표에 따라 우선순위와 배분비율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편성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객관적인 우선순위와 배분비율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설령 이러한 기준을 파악하더라도 여러 정치적·행정적 제약사항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파악하여 증가율이 둔화될 때 전력유지비 예산 편성 상의 특징을 파악한다면 향후 증가율 둔화가 현실화되었을 때 재원배분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과거 증가율이 둔화되던 시기 전력유지비의 배분 특징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시기의 전력유지비를 살펴본 결과, 규모가 큰 단위사업일수록 증가율 변화폭이 작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전력유지비 증가율이 둔화될 경우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증가율 감소폭이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긴축시기 사업 규모에 따른 둔화 폭은 두 가지의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우선 규모가 클수록 감소 폭이 큰 경우를 예상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예산의 증가율 감소에 따른 재원조정을 가장 수월하게 반영하는 방법과 연관되어 있다. 규모가 작은 여러 사업들의 증가율을 조정하기보다는 규모가 큰 사업의 증가율 조정으로 큰 규모의 재원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일수록 고정비를 고려할 때 긴축이 더 어려울 가능성 역시 이러한 예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사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운영에 필요한 최소의 비용이 고정비용처럼 작용하고 이러한 비용의 비율이 규모가 작을수록 크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규모가 클수록 감소폭이 작은 경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는 사업 규모 자체가 전체 사업에서 해당 사업이 차지하는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클수록 우선순위상 앞서기 때문에 긴축시기에도 감소폭이 작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력유지비는 이 중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실제 과거 자료를 살펴보니 전력유지비는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는 2010년과 2016년 사업규모에 따른 증가율 변화의 산포도를 나타내고 있다. 증가율 변화는 두 해당년도 증가율(%)의 차이로 %p로 나타냈으며 그래프상 세로축은 이 값의 절대값을 나타낸다.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두 개 년도의 산포도를 보면 사업 규모가 클 수록 증가율의 변동폭이 작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0년과 2016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증가율이 둔화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나타나는 현상으로 확인되었다.
동일기간 전력유지비 사업별 증가율 변화폭을 전년도 증가율과 함께 살펴본 결과, 전년도 증가율이 클수록 증가율 둔화폭도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긴축재정으로 재원 증가율이 둔화될 경우 전년도 증가율이 컸던 사업이 조정의 우선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전년도 증가율에 따른 긴축재정으로 인한 증가율 둔화폭도 두 가지 경우로 나눠 예상해 볼 수 있다. 먼저 증가율이 높다는 것은 정책적으로 높은 우선순위상에 있으므로 긴축재정에도 조정이 최소화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전년도 높은 증가율로 긴축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조정의 우선 대상이 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동 기간 자료를 살펴본 결과 전력유지비는 이 중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림 3>은 전년도 증가율과(가로축) 증가율 변화(세로축)의 산포도를 나타내고 있다. 두 값 간에 강한 선형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현상이 긴축재정 시기에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전력유지비 재원이 증가한 2012년의 경우 이러한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단위사업별로 변화를 살펴본 결과 행정성격의 사업은 긴축재정 시 재원의 절대 값이 감축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전력유지 9개 프로그램 중 국방행정지원, 정책기획 및 국제협력, 책임운영기관 운영은 행정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으로 분류할 수 있다. 2010년 재원이 감축된 단위사업은 총 12개인데 이 중 8개 사업이 이 3개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6년에는 이보다 많은 28개 단위사업에서 전년도 대비 적은 규모의 예산이 편성되었는데, 이 중 19개가 이들 3개 프로그램에 해당되었다.
증가율 폭이 둔화되는 수준을 넘어 재원의 절대값이 줄어드는 경우 기존 사업의 규모를 축소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운영에 상당한 제약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에서 재원이 감축된 것은 사업의 연속성이나 고정비 비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재원 감축이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절대액이 감축된 사업 중 연료확보 사업도 눈에 띈다. 연료확보는 2010년에 8.6%, 2016년에는 33.2%가 각각 감축되었으며, 연료확보는 유가와 환율변동의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수입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가는 물론 환율이 절상되면 연료확보 예산은 절감될 수 있다.
해당시기 유가 변화를 살펴보면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유가는 30% 수준으로 하락하였고, 2014년과 2015년 사이에는 50% 수준으로 하락하여 유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절대액이 감축된 것을 전부 유가와 환율의 영향으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가하락은 위 두 시기 외에도 관찰되며 환율의 경우 2016년을 전후로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료확보 사업이 긴축 시 조정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파악된 특징들은 예산 편성과정에서 의도된 일 일수도, 의도치 않게 나타난 일일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나타난 일이라면 어떠한 제약 사항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는지,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큰 사업이 이전의 증가율을 유지하려는 경향은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으로 긴축재정 시 의도적으로 조정을 피해간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운영의 유연성이 떨어져 고정비의 비율이 높아져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경우 규모가 큰 사업의 효율성 또는 생산성을 높이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전년도 증가율이 큰 사업의 둔화폭이 큰 것 역시 의도치 않게 나타난 결과라면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증가시키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행정성격의 사업재원이 긴축 시 실제로 삭감이 이뤄진 경우는 이들 사업의 재원 삭감으로 전력유지비의 운영능력이 저하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행정성격이 짙은 사업의 결과물은 가시성이 떨어져 지원능력이 떨어져도 인지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연료확보 역시 전투준비태세에 미칠 영향 분석 없이, 재량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폭의 감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의도 여부를 떠나 앞서 파악한 특징이 향후 긴축재정 시 반복되어 관찰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국방중기계획 2021-2025에 따르면 향후 5개년 동안 전체 국방비는 연평균 6.1%의 증가율로 계획되어 있으나 전력유지비는 2021년 10.2%를 정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과거 중기계획의 증가율은 실제보다 다소 높게 계획되었던 점과 정부 총지출 증가율도 둔화될 것을 고려하면 전력유지비의 증가율 둔화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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