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탄약 없이 단 1초도 생존 없다” ‘막강 화력’ 보장…탄탄한 지원태세

김상윤

입력 2021. 05. 13   17:23
업데이트 2021. 05. 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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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탄약지원사령부

포병탄·박격포탄부터 천마 유도탄까지

180여 종 저장·관리·정비·검사·보급·폐기 담당
엑스레이로 탄약 내부 검사 등 안정성 검증 철저
8개 탄약창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 ‘철통 경계’


육군탄약지원사령부 이해성 중사 등이 탄약저장도표를 활용해 탄약저장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육군탄약지원사령부 이해성 중사 등이 탄약저장도표를 활용해 탄약저장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치열한 전투 중 탄약이 고갈된 상황을 떠올려 보라. 탄약지원태세 확립이 전승 보장의 핵심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개인 전투원은 물론, 그 어떤 최첨단 무기체계도 탄약의 적시 보급이 없다면 제 화력을 발휘할 수 없다. 정밀유도탄 등 스마트 탄약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과학적인 탄약 관리·정비·검사의 중요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육·해·공군, 해병대 등 우리 군이 보유한 탄약의 절반 이상을 저장·관리하고, 전·평시 전군 탄약지원을 책임지는 유일무이한 부대, ‘육군탄약지원사령부’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글=김상윤/사진=조종원 기자

육·해·공, 해병대 전군 탄약지원 전담

탄약지원사령부(탄약사)는 전시 전승 보장을 위한 ‘전군 탄약지원태세 완비’를 목표로 육·해·공군, 해병대 등 전군 탄약지원을 전담한다. 포병탄, 박격포탄, 소구경탄, 직사탄 등 180여 종에 달하는 탄약의 저장·관리·정비·검사·보급·폐기까지 전 과정이 탄약사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 군의 막강 화력을 보장하는 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약사 예하 9개 탄약창이 경남, 경북, 충남, 충북, 전북, 대전, 세종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작전부대에 대한 탄약 보급을 책임진다. 각 탄약창에 있는 탄약고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무려 2000여 개에 달한다. 이곳에 육·해·공군, 해병대의 지상 공통탄약과 주한미군의 탄약까지 막대한 양의 탄약이 저장돼 있다. 전군 탄약의 절반 이상을 탄약사가 저장·관리하고, 나머지 탄약은 전방지역에 분포된 9개 탄약중대(ASP·Ammunition Supply Post)와 작전부대 등이 상시 보유하는 구조다.

유사시에는 탄약사 예하 탄약창들이 산업동원계획 및 국방 조달계획에 따라 산업체에서 동원한 탄약과 해외에서 긴급 조달한 탄약을 인수한 뒤 ASP 및 전투부대로 신속히 보급해 우리 군의 전투력 발휘를 보장한다.

탄약의 신뢰성 및 안전성을 보장하는 검사와 정비 역시 탄약사의 중요 임무다. 재래식 탄약은 물론 천마 등 고가의 유도탄에 대한 군직 창정비 능력도 지속해서 확대 중이다. 아울러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유기·불발·노후 탄약에 대한 안전한 비군사화를 수행하고, 그 절차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시험평가실 성능분석평가과 손병일 군무주무관 등 3명이 탄약 내 추진장약의 자연발화를 방지하기 위한 안정제 분석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시험평가실 성능분석평가과 손병일 군무주무관 등 3명이 탄약 내 추진장약의 자연발화를 방지하기 위한 안정제 분석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탄약창 경계 작전에 드론 투입

탄약사는 탄약을 단순히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전방에 준하는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모든 탄약을 치열하게 지켜내고 있다. 탄약사 예하 9개 탄약창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27배에 해당한다. 탄약고는 충분한 안전거리를 고려해 배치되기 때문에 부지가 이처럼 넓다. 각 탄약창을 둘러싼 울타리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군사분계선의 길이와 맞먹을 정도다. 그만큼 경계 소요가 상당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철통 같은 경계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그 기반은 과학화 경계시스템이다. 현재까지 8개 탄약창에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이 완료됐고, 2023년 마지막 1개 탄약창을 대상으로 3차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탄약을 지키는 하늘의 눈, 드론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8년부터 전력화되기 시작한 경계작전용 드론이 경계 작전의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해주고 있다.

육군탄약지원사령부 1탄약창 지대공직장 소속 조성열(왼쪽)·지태석 군무주무관이 천마유도탄 조종장치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육군탄약지원사령부 1탄약창 지대공직장 소속 조성열(왼쪽)·지태석 군무주무관이 천마유도탄 조종장치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불안정 탄약은 대형 사고 불씨…과학적 검사·정비

탄약은 기후에 따른 온·습도 변화에 민감하다. 내부 화학반응으로 상태가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불안정해진 탄약은 대형 사고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주기적인 탄약 검사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탄약사는 전국 탄약고에 저장된 탄약 중 일부를 샘플로 채취해 정밀 검사를 수행한다. 탄약 내 추진 장약의 자연발화를 방지하는 안정제 함량을 이화학분석방법으로 분석해 저장 안정성을 검증·확보하는 방식이다.

유도탄·로켓탄 등 정밀 탄약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엑스레이(X-ray)로 내부를 세세히 들여다본다. 탄약사가 자랑하는 방사선 전문인력들이 국내 최대 수준의 비파괴검사장에서 고출력 장비로 과학적인 검사를 한다.

탄약 검사에서 정비 소요가 발견되면 탄종별 전문 역량을 갖춘 탄약창으로 보내져 정비를 받는다. 지대공 유도탄 등 스마트 탄약에 대한 정비 기술력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천마 유도탄에 대한 정비 능력을 확보한 탄약사는 이후 연간 정비 역량 확대 및 공정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신궁 유도탄의 경우 2022년 8월 군직 창정비 능력 확보를 목표로 정비 인력 양성, 특수 공구 확보 등의 노력이 한창이다.

탄약사의 기술력은 다수의 공인 인증 획득으로 증명되고 있다. 탄약사는 2014년 ‘추진 장약 이화학 분석’에 대한 한국인정기구(KOLAS) 인증을, 2019년 국방부 위임 탄종 기능시험 능력에 대한 ISO 9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2020년에는 유도탄 정비공장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으로 ISO 45001 인증을 따내기도 했다.

시험평가실 성능분석평가과 윤해든 군무주무관이 탄약 추진제 내 안정제 함량 분석을 위해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기기에 샘플을 넣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시험평가실 성능분석평가과 윤해든 군무주무관이 탄약 추진제 내 안정제 함량 분석을 위해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기기에 샘플을 넣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2025년까지 ‘스마트 탄약고’ 270여 곳 추가 예정

탄약사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항온·항습 자동 조절, 정맥인식 출입통제, 실시간 내·외부 감시 기능을 갖춘 ‘스마트 탄약고’ 구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시범사업 단계로 7개 스마트 탄약고가 신축됐고, 2025년까지 270여 개가 추가 구축될 예정이다. 나아가 탄약저장 및 관리정보의 가시화, 무선 기반 실시간 탄약수불 시스템, 무인화 및 웨어러블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스마트 탄약고’의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반형 탄약고를 이글루형·지하형 차세대 스마트 탄약고로 대체해 탄약 저장공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는 탄약저장 시설 일대의 군사보호구역 해제 범위를 확대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탄약창 운영 및 관리는 중앙관제 및 원격통제 시스템으로 발전한다. 센서가 탄약고, 울타리, 위병소 등의 경계·관리 정보를 수집하고, 지휘통제실에서 유·무인 원격조치를 하는 개념으로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전군이 보유한 탄약 자산을 가시화하고 실시간 관제하는 초지능·고효율 탄약관리체계 구축도 추진된다.

지역사회와 상생에도 앞장

전국 각지의 탄약창은 주둔 지역 사회에 대한 강한 애착을 바탕으로 장애인시설 봉사활동, 수해·폭설 피해 복구 등 활발한 대민지원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곤경에 처한 농가를 돕기 위한 배꽃 화접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불발탄 발견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는 폭발물처리반(EOD)의 활약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탄약사 소속 EOD의 출동 횟수는 연간 800여 회에 달하며, 이들이 수거한 불발탄은 각 탄약창의 폭발물처리장에서 안전하게 처리된다.


인터뷰/ 강창호 탄약지원사령관
“스마트 탄약고 구축 사업 등 미래 대비 부단히 노력”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데 식량과 물보다 더 귀중한 것이 바로 탄약입니다. 탄약 없이는 단 1초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육군탄약지원사령부(탄약사)를 지휘하는 강창호(준장) 사령관이 탄약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강 사령관은 “탄약 분야에서도 지난 10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10년의 변화 폭이 더 클 수 있다”며 “목표물에 초정밀 타격을 가하는 스마트 탄약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미래전에서 탄약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과학기술의 발전 추세를 고려하면 미래에는 스마트 탄약의 정밀도와 파괴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첨단무기체계로 포탄과 무장을 발사하는 개념이었다면 미래에는 스마트 탄약, 그 자체가 하나의 첨단무기체계로 기능하게 됩니다. 전군 탄약지원을 담당하는 탄약사의 혁신과 기술 역량 강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탄약사는 최근 미래비전 2050 연구를 바탕으로 스마트한 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은 탄약 저장·수송 분야에서 시·공간적 혁신을 이뤄 탄약지원의 완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스마트 탄약고 구축 사업이 그 첫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군의 전승 보장은 물론, 국민의 안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이 강 사령관의 설명이다.

“노후된 지상형 탄약고를 방호력이 우수한 이글루형 스마트 탄약고로 대체해 나갈 것입니다. 더욱 장기적으로는 모든 탄약고를 지하형 스마트 탄약고 형태로 전환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국토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탄약 정책은 군의 작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국민의 안전, 우방국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민감하다. 이런 특수한 환경 속에서 탄약사는 막대한 탄약의 경계, 검사, 정비, 폐기 등 다양한 현행업무를 수행하며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강 사령관은 탄약사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수단을 ‘소통’으로 꼽았다.

“호수 위의 백조는 우아하게만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선 쉴 틈 없이 두 발을 휘젓고 있습니다. 탄약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합니다. 엄청난 현행업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고자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전승을 보장하는 탄약지원태세 완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탄약사 전체가 하나의 마음으로 뭉쳐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비전을 공유하고, 솔선수범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해나갈 것입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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