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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익 기고] 항해는 리더십 그 자체다

기사입력 2021. 05. 11   16:34 최종수정 2021. 05. 11   16:36

송승익 연세대 박사과정 위탁교육생·해군소령

군대는 조직의 특성상 생사가 달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조직을 유지한다. 리더의 카리스마에 의존했던 전통적 문제 해결 방식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조직 구성원의 의사결정권을 모두 리더에게 집중한다. 지식과 경험이 많고 성과가 좋은 리더의 판단은 대체로 원활한 문제 해결을 끌어내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지만,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경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분산적 리더십’이다.

‘분산적 리더십’은 단순히 위임된 리더십이 아니라 리더와 구성원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분산되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상호작용 과정에서 상황에 따른 권한과 역할은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위임되고, 관련된 자원과 문화 또한 자연스럽게 분배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거시적 목표와 일상적·미시적 목표는 서로 연계되고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분산적 리더십’의 이론적 발달은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그 출발점은 ‘항해’다. 미국 인지과학자인 허치슨은 선박의 항해 여정을 분석하면서 항해의 성공은 선장 개인의 뛰어난 자질과 능력 때문이 아니라, 항해에 관여된 모든 구성원과 상황의 총체적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우리 해군은 ‘분산적 리더십’을 실천해 왔다. 바다에서 장기간 출동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은 모든 장비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에서 항해해야 한다. 그러나 함장이 24시간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함장의 조함권과 작전 및 장비와 관련된 초동조치권 등 여러 권한은 당직사관과 그 예하의 부서장들에게 적절히 분산돼 있다. 이 때문에 임무 수행을 잘하는 함정일수록 ‘분산적 리더십’이 잘 행해지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는 역할과 권한을 적절히 배분, 집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해군이 그동안 익혀 왔던 ‘분산적 리더십’의 실천은 더욱 절실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서 개인의 다양성과 역량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리더십의 주요 기능을 분산시키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국가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국방 인력 또한 매년 감축되며 새로운 위기상황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해군의 ‘분산적 리더십’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자 ‘근무하고 싶고,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선진해군 건설에 기여할 리더십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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