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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애·김동훈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최한영

입력 2021. 05. 10   17:19
업데이트 2021. 05.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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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가 보내는 신호 관심을 가져주세요” 

도움 청하는 생명 지키기 위해… 모든 순간이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육군훈련소 김영애 상담관
2007년 기본권전문상담관으로 첫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명감 느껴
누구나 상담 받을 수 있다는 인식전환 필요
지휘관들부터 나서 분위기 조성해야

 
육군5기갑여단 김동훈 상담관
육사 38기로 34년 군 복무 ‘남다른 애정’
장병의 극단적 선택 막은 것 기억 남아
주변의 ‘자살 경고 신호’ 숙지하고
최단시간 내 상담관에게 연결을…

 

육군훈련소 김영애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사진=부대 제공
육군훈련소 김영애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사진=부대 제공
육군5기갑여단 김동훈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사진=부대 제공
육군5기갑여단 김동훈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사진=부대 제공

코로나19 장기화 속 장병들의 고립감·스트레스 해소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고충을 호소하는 장병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상담관)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육군 상담관 중 최장기간 근무자인 육군훈련소 김영애 상담관, 전역 후 장병들을 위한 상담관이 돼 군에 돌아온 육군5기갑여단 김동훈 상담관에게 그동안의 에피소드와 각오를 들어봤다.

 

상담관 된 계기 “장병들에 도움 주기 위해”

두 사람이 상담관이 된 계기는 모두 ‘장병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김영애 상담관은 지난 2007년 ‘기본권전문상담관’ 직책으로 군 상담관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당시 군에서 근무하는 전문상담관의 상황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다”면서도 “‘생명을 살리는 상담여건 조성’을 위한 개척자라는 책임감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김영애 상담관은 2019년, 13년 동안의 상담관 임무를 마치고 정년퇴직했지만, 대학교 전임교수 초빙 제의도 마다하고 지난해 2월 상담관으로 재임용됐다. 그는 “장병들과 함께하는 군 상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나를 다시 군으로 이끌었다”며 “상담관으로서 느끼는 사명감과 가치 있는 삶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훈 상담관의 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육사 38기인 그는 34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2011년 대령으로 전역했다. 군 복무를 하며 ‘군에 대한 감사’를 느낀 그는 “제2의 인생은 군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생각하던 중 상담관을 모집한다는 국방일보 공고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 길로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등 5년 가량의 준비를 거쳐 2012년 상담관이 됐다.


극단적 선택 막고, 부모와 관계 회복 도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장병들과 상담해온 두 사람은 가장 기억나는 순간을 묻자 ‘모든 순간’이라고 답했다. 매번 내담자에게 몰입했고, 도움을 청하는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동훈 상담관은 그중에서도 “의처증으로 갈등하며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용사가 생각난다”고 운을 뗐다. 결혼 6개월 만에 입대했던 A 일병은 어릴 적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로 인해 아내에게 집착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아내로부터 ‘같이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절망하며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상황이었다.

김 상담관은 A 일병과 상담하며 왜 그런 선택을 결심했는지, 아내에게 집착하는 원인과 이 상황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화 시켰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내에 대한 통제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며 “현역복무부적합 심의 회부를 검토하도록 지휘관에게 조언함으로써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영애 상담관은 가정에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무사히 전역한 B 용사를 떠올렸다.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 계모와 살던 B 용사는 아버지의 가정 폭력, 계모의 심리적 학대로 마음의 상처가 가득했다. 김 상담관은 “상담을 통해 라포(Rapport·신뢰와 유대감)가 형성되자 용사는 상담실이 떠나가듯 울며 누적된 슬픔과 분노 등을 쏟아냈고 이후 약물·심리치료를 병행하며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며 “점차 부자 관계까지 회복되며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육군은 최근 5년간의 자살사고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5월을 ‘생명존중 집중 강조 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동훈 상담관은 “자살 예방의 핵심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장병을 그 전에 찾아내 즉각 상담관에게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병이 ‘자살 경고 신호’를 숙지하고 주변 전우들을 관심 있게 살펴보다 신호 포착 시 최단시간 내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살 경고 신호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말한다”며 “전우 개개인의 먹고 자고 일하는 행동, 습관이나 버릇 등을 알고 행동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영애 상담관은 “상담은 문제가 있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누구라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간부들 또한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상담관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지휘관의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충을 겪는 간부들이 자연스럽게 상담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휘관들부터 우선적으로 상담관에게 상담받는, 간부들이 힘들면 언제든 상담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장병들 마음 보듬어주는 상담 계속”

두 상담관은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장병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영애 상담관은 “나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무형의 전투력을 증진한다는 자부심으로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걷겠다”고 전했다. 김동훈 상담관도 “내담자의 반걸음 뒤에서 함께하며 어떤 마음도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상담관, 보다 적극적인 상담활동으로 지휘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상담관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육군은 초급간부 상담 의무제, 찾아가는 상담제도와 간부 상담여건 보장을 위한 간부전담상담관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480여 명의 상담관이 전·후방 각지에서 헌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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