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두 손은 투박하고 거칠어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워요”

김상윤

입력 2021. 05. 06   15:34
업데이트 2021. 05. 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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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종합보급창 박근수 상사의 딸 박효민 양이 군인 아빠에게 드리는 편지

전투복 입고 20년을 하루같이 출근
아빠! 정말 고맙고, 고생하셨어요
힘내세요… 편지로나마 응원할게요



아이들의 눈에 군인 아빠·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전투복을 입고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한다. 훈련과 근무로 자주 집을 비우고, 부대에서 전화가 오면 부리나케 달려간다. 최신 유행에는 조금 둔감하다. 무엇을 그토록 소중하게 지키느라 그랬는지 두 손이 투박하고 거칠다. 그런 군인 아빠가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손편지를 쓴 딸이 있다. 육군종합보급창 비축장비관리대 박근수(상사) 전차관리1반장의 첫째 딸 박효민 양이다. 가정의 달과 어버이날을 맞아 세상 모든 군인 엄마·아빠와 자녀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부대를 통해 전해진 박양의 편지를 지면에 싣는다.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윤문(潤文)은 최소화했다. 글=김상윤/사진=조종원 기자

자랑스럽고 또 자랑스러운 아빠에게.

어느 날 물 마시러 주방에 가다가 우연히 아빠의 한숨 소리를 들었어요. ‘뭐지? 아빠가 왜 한숨을 쉬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거지?’

소파에 앉아 아빠가 하는 얘기를 들어봤어요. 아빠가 많이 지쳐 보였어요. 방에 들어와 아빠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출근해 똑같은 일상을 20년 넘게 보내다니…. 저라면 못 할 것 같아요. 아빠는 우리 가족을 위해 힘든 일이 있어도 참아내느라 갑갑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빠! 그거 아세요? 저 초등학교 3학년 부모님 공개수업 때 말이에요. 비싸고 화려한 옷으로 차려입은 다른 부모님들보다 군복 입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였어요. 그런 아빠가 너무 좋아서 내가 뭐라도 된 듯 어깨가 으쓱해졌지 뭐예요. 물론 주변 친구들이 “아빠 멋있다”고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3학년 박효민은 “군인인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어릴 때부터 군인은 단순히 군대에서 복무하는 사람이 아닌 조국이 부르면 자신의 목숨을 뒤로한 채 언제든 나라와 가족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바로 우리 아빠였지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아빠 직업이 대기업 회사원, 연구원이라고 했을 때도 한 번도 부럽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군인인 우리 아빠가 존경스러웠으니까요.

아빠가 맡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잘 안되는 순간들이 있을 때는 힘들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아빠가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해요. 전력질주를 했으니까 힘든 게 당연한 거예요.

아빠! 정말 고맙고, 잘해오셨고, 고생하셨어요. 여기까지 잘 왔다고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지금 다시 힘을 내지 않아도 돼요. 지금은 그냥 있어도 괜찮아요. 그럴 자격 충분히 있어요. 그리고 다시 힘껏 달려봐요! 아빠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아빠!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조금만 더 해보는 건 어떨까요? 뿌듯하게, 기분 좋게 마무리 짓는 건 어떨까요?

아빠의 한숨 소리가 계속 들려서, 아빠가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편지로 적어 봤어요. 아빠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는 그것이 다 우릴 위해 아빠의 청춘을 바쳐서 그런 건데, 한 번이라도 관심 가져주지 않고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아서 죄송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편지로 응원하는 것뿐이네요.

아빠 정말 고마워요. 존경하고 사랑해요. 내 편지를 보고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잠자리에 누울 때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깊은 잠을 청할 수 있으면 해요. 우리 아빠 파이팅!

- 아빠 딸 올림.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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