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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A논단] 한국형전투기 사업의 성과와 그 의미

김한나

입력 2021. 05. 04   07:04
업데이트 2021. 05. 0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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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전투기 사업의 성과와 그 의미
『ROK Angle』 4월호 (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지난 4월 9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 공장에서 한국형전투기(KF-21·보라매)의 시제기 출고식이 개최되었다. 시제기는 각종 시험평가를 통해 한국형전투기가 군의 요구성능을 만족하는 항공기인지를 검증하기 위한 기체로서, 2015년 사업 착수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시제기 출고식에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인사,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과 대표단, 한국주재 외교관 등 여러 국가의 인사들과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이번 시제기 출고식은 한국이 1980년대 F-5, 1990년대 KF-16 전투기의 면허생산에서 시작하여, 2000년대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T-50 초음속 훈련기 기술협력 개발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항공기술 발전을 이뤄왔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가 있다.


KF-21 보라매의 편대비행 CG. 한국항공우주산업(주) 제공
KF-21 보라매의 편대비행 CG. 한국항공우주산업(주) 제공

한국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 비전을 선포한 후부터 국산 전투기 개발을 시작하였다. 2002년 합참은 차세대 전투기사업에 대한 소요를 결정하였고, 이후 7차례에 걸쳐 관련 전문기관이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 추진의 타당성에 대한 분석·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렇게 1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방사청은 2015년 3월 주계약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로부터 4가지 주요 항공전자 장비에 대한 체계통합기술을 확보하는 계획이 좌절되어 결국 방사청은 이들 체계통합기술을 자체개발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2015년 12월 방사청은 주계약업체를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 선정하여 사업에 착수하였다. 금번 시제기 출고식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KF-21)은 한국 공군이 30년 이상 장기운영 하고 있는 F-4, F-5 항공기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개념에 적합한 성능을 보유한 전투기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검토단계에서 KF-21은 당시 한국이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하게 될 전투기인 F-15K와 F-X(현재 F-35A)와 함께 협동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따라서 스텔스 능력과 같은 5세대 전투능력보다는 다양한 무장장착과 작전수행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K)F-16 동급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고, 이를 4.5세대급 전투기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한 한국 공군의 작전 근간은 한미 연합작전이다. 이에 따라 연합 상호운용성 확보가 핵심 고려사항으로 대두되었고, 연합 전술데이터 통신과 연합 비화통신(秘話通信) 장비에 대한 체계통합이 필요했다. 한국 공군이 기존에 갖고 있는 항공탄약 활용 및 유사시 주한 미 공군과의 항공탄약 공동 활용 또한 요구되었다.

이러한 고려에서 출발한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은 인도네시아와 공동 연구개발로 추진되고 있다. KF-21 개발사업에서 인도네시아는 연구개발비의 20%를 투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방산협력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서 한국에서 개발한 T-50 초음속 훈련기, 잠수함, 장갑차 등 육·해·공군의 무기체계를 구매하여 운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투기 개발이 완료된 이후 KF-21 또는 관련 기술이 무분별하게 수출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국 정부는 기술유출에 대한 미국 및 유럽 등 여러 협력국가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으며,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각종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2015년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을 제정하고 방위사업청 내 국방기술보호국을 주축으로 하여 강력한 기술 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여러 국가의 기술자료를 한국의 비밀자료 수준으로 취급하여 보호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자료와 지적재산권에 관해서는 해당국에 수출승인을 신청할 때 사용처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으며, 승인되지 않은 사용처에는 사용을 금하고 있다. 향후 KF-21이 해외로 수출된다고 해도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 정부의 수출승인 품목들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의 승인 후 수출을 진행할 것이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조립되고 있는 KF-21 시제기.사진=KAI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조립되고 있는 KF-21 시제기.사진=KAI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은 개발비만 약 8조 원 이상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향후 양산과 수출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국내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에 800여 개의 국내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1, 2차 협력업체에서 운영하는 인력은 2020년까지 1만2천 여 명으로 파악된다. 집계되지 않은 3, 4차 협력업체 등을 고려하면 고용창출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양산단계에서 목표로 하는 국산화 비율은 양산단가의 65%이며, 국산화 비율을 높임으로써 향후 10여 년 간 한국 항공산업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KF-21 개발 및 양산 과정에서 미 측과 국방·방산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KF-21의 엔진이 F414-GE-400K로 선정되었는데, 미국은 한국에 엔진을 수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 해군이 운영하는 F-18 전투기의 F414-GE-400 엔진에 대한 운영유지비 절감 및 성능개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KF-21 단가에서 F414-GE-400K 엔진이 차지하는 비율이 15%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과 미국은 KF-21 개발을 통한 상생을 모색할 수 있다.

한편 선진 항공기를 제작하는 해외국가에서는 잠재적 경쟁자가 출현했다고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세계 항공산업 업계가 한국의 KF-21 개발로 일정 부분 특수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규수출 소요가 적은 미티어(Meteor) 미사일과 사출좌석(ejection seat) 사례를 보더라도 그동안 세계적으로 새로운 전투기 개발 소요가 없었다. 하지만 KF-21의 개발과 양산을 계기로 판매처를 찾지 못했던 해외의 항공 방산업계가 한국과 과실(果實)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KF-21 개발은 지상 및 비행시험 단계로 진입했다. 그동안 설계도면으로 전투기의 각종 성능을 평가했다면, 이제는 실물을 가지고 한국 공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만족하는지 검증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의미이다. 향후 5년간 각종 지상시험과 2000회 이상의 비행시험을 통해 그 성능을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한국은 그동안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설계, 시험평가, 생산한 경험이 없어서 이 길은 험난한 여정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F-21 개발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항공산업 기술자들의 공헌뿐만 아니라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협조가 크게 작용하였다. 남은 과정에서도 우방국들의 협조가 긴요하다. 한국은 KF-21의 성공적인 개발에 매진하여 2032년까지 KF-21 12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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