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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후변화 분야 리더십 되찾고 대응 방향성 제안

서현우 기사입력 2021. 04. 30   15:43 최종수정 2021. 04. 30   15:58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은?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협정 재가입 이어 40개국 정상과 기후회의
美·EU 온실가스배출량 감축 목표 제시…中, 석탄소비 줄이기로
국가안보 넘어 국제안보 영역 전환 주도…정책적 관심 필요한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 재가입할 것을 밝히면서 기후변화에 대응을 주도할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강조했다. 우선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기후변화 특사에 지명하고,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게 하는 등 기후변화를 국가안보의 문제로 규정했다. 나아가 2021년 1월 27일 기후변화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가 미국의 대외정책 및 국가안보 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이제 기후위기로 불려야 할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는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변화는 ‘허상’이라고 날 선 목소리를 냈던 것과 대비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 주목했고, 미국이 어떻게 기후변화와 싸울 것인지(fighting climate change)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기후 정상회의’ 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 정상회의, 미국의 첫 시도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주도하는 미국의 첫 시도가 ‘기후 정상회의(Leaders Summit on Climate)’ 개최였다. 2021년 4월 22일부터 23일까지 양일간 화상회의 형식으로 전 세계 40개국 정상을 초청한 ‘기후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회의(UN Climate Change Conference)에 앞서 미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기후변화 분야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사전회의라고 볼 수 있었다.

미·중 전략경쟁이 무역, 기술, 우주 등 여러 분야에서 전개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미·중 양국이 협력의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2021년 4월 16일에서 17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케리 기후변화 특사는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사와 비공개 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은 케리 특사 방문 이후 시진핑 주석이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기후 정상회의는 ‘기후 목표 증진(Raising Our Climate Ambition)’이라는 제목의 첫 세션으로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2030년에는 2005년 온실가스배출량의 50~52%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한 국가 감축목표(NDC)를 새롭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해 온 만큼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중간목표를 세우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일본, 캐나다, 영국 등도 더 강도 높은 조치로 기후변화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중국은 온실가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석탄 화력발전을 통제하며, 단계적으로 석탄 소비를 줄여나갈 것 임을 언급했다. 인도와 러시아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의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파리협정이 모든 국가 스스로가 결정한 감축 목표를 이행하는 보편적이며 포괄적인 기후체제를 지향하고 있지만, 모든 국가의 의지를 결집해서 모멘텀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다자협의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협력적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기후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나아가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의 글로벌 거버넌스

그간 국제사회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첫 번째는 1990년대 유엔기후변화협약 채택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 환경개발회의가 개최됐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됐다. 당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선진국 중심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추진했다. 두 번째는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2000년대이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됐고,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즉, 1990년 수준 대비 평균 5.2% 감축)를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특히 청정개발체제, 배출권거래제, 공동이행제도 등을 도입해서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게 됐다. 이후 미국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면서 국제사회의 공조가 흔들리게 됐고, 개최된 당사국총회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감축 목표, 재정 지원 등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2015년 파리협정 채택이 세 번째 전환점이 됐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이 더 보편적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개별 국가가 나름의 감축 목표를 결정해서 자발적으로 이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즉, 파리협정은 선진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여타 국가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으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미국의 존재감은 낮아졌고, EU가 기후 외교(climate diplomacy)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 안보

EU가 한동안 기후변화의 글로벌 거버넌스에서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긴 했지만, 미국의 부재를 메울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나아가 새로운 방향성도 제안하고자 했다. 기후 정상회의는 첫 세션 이외에도 기술 해법 투자, 기후 혁신, 기후 행동의 경제적 기회 등 7개의 세션을 진행했는데 그중 주목할 것은 기후 안보 세션이다. 기후 안보 세션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사회로 진행됐다. 어떻게 기후변화가 안보문제를 악화시키고 그 결과 군사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지정학적 경쟁을 고조시키고 안정성을 약화하며 지역갈등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에 관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관계 기관과 협의해서 120일 이내에 기후변화의 안보적 합의를 분석하는 ‘기후 안보 분석(Climate Risk Analysis)’을 제출하도록 요구됐다. 그리고 그 분석 내용이 국방전략서, 국방기획지침, 합참의 위협평가 등 여러 기획문서에 반영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오스틴 국방장관의 기후 안보 세션은 이러한 국방부의 과업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변화는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과제였다. 그래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책임 분담이 논의됐고, 어떻게 선진국과 개도국 간 틈을 좁혀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 방안들이 제시됐다. 그러한 기후변화가 미국의 주도로 국가안보를 넘어 국제안보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어떠한 안보적 함의를 가질 것인지, 기후변화가 지정학적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기후변화가 어떠한 지역갈등을 유발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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