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용어가 일상화되면서 무섭게 밀려오는 위력을 새삼 깨닫곤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익숙함에 무심·무감해진다거나 심지어 지겹고 거부감까지 든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방과 군사 분야 역시 인공지능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유사한 경향성을 목도한다. 피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어떻게 제대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군사적 목적의 인공지능이란 상당히 먼 미래에나 벌어질 일이라거나 우리 국방 현실에서는 어림없는 이야기라는 회의적 시각도 접하게 된다.
또 일부에서는 국방에서의 인공지능이란 실질적 변화가 있는 실체라기보다 정부마다 채택하는 국정과제의 구호성 용어의 일종이거나 아니면 미래전 개념마다 공식처럼 붙던 네트워크중심전(NCW)과 같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유행 현상의 또 다른 사례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군사선진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국방 인공지능이 그저 수사적이고 명목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큰 흐름을 느끼게 된다.
통상 현대문명의 주요 기술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돼 상용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인공지능 관련 기술은 오히려 민수 분야에서 선도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2010년대 들어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융·복합 추세 속에 상용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알고리즘 그리고 컴퓨팅 파워의 발전이 어우러지면서 인공지능의 다양한 서비스와 신규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민간 영역에서 시작된 기술과 방법론에 대해 군사적 필요성과 기대가 커지고 군사강국 모두가 인공지능 도입과 활용에 대한 전략적 의지를 공식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방 인공지능에서 주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코 미국이다. 2014년, ‘3차 상쇄전략’이 공표되면서 본격적으로 무인 자율기술 외에 딥러닝과 인공지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3차 상쇄전략의 중심 주제는 미군 현대화계획(2016)에 이어 국가안보전략서(NSS, 2018)와 국방전략서(NDS, 2018)로 이어졌다. 그 핵심은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기술을 신속하고 민첩하게 국방 영역으로 끌어들여 군사적 우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학기술적 우위를 통해 군사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군사 패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미국의 국방전략을 관통하는 기본 맥락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자율화나 무인화를 포함해 현대 ICT 분야의 제반 기술과 융합한 기저로부터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유럽 강대국 대부분이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활용하는 국가가 결정적인 군사적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는 기본 인식에서 경쟁적으로 관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인공지능 중심조직인 합동AI센터(JAIC)의 비전은 “AI를 통한 국방부 혁신(Transforming the DoD Through AI)”이다. 이는 적대국 위협에 맞서 안보와 번영, 과학기술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군사와 국방운영 전반에 걸친 국방 개혁의 수단으로서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거의 모든 인간의 삶의 영역에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태도와 무관하게 이미 국방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실체적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엄중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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