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만화로 문화읽기

‘VR 만화’ 메타버스 진출, 익숙한 것부터 연결하라

입력 2021. 04. 20   17:12
업데이트 2021. 04. 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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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메타버스 시대, 만화와의 접합점은?
 
‘바이든 유세’ ‘BTS 공연’ 가상공간
포트나이트·제페토 등 대표 플랫폼
코로나 확산…엔터·콘텐츠 주 무대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확인…
기술적 성취만큼 플랫폼 협업 필요

 

아이돌 그룹 BTS는 글로벌 슈팅 게임이자 메타버스 플랫폼화하고 있는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새 안무 영상을 공개했다.
아이돌 그룹 BTS는 글로벌 슈팅 게임이자 메타버스 플랫폼화하고 있는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새 안무 영상을 공개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모여봐요 동물의 숲’ 속 섬에서 투표 독려를 겸한 홍보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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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가 ‘마인크래프트’ 가상공간에서 개최한 랜선 초청 특별 관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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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는 올해 입학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신입생들의 아바타를 초대하는 형태로 치러 화제를 모았다.
순천향대학교는 올해 입학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신입생들의 아바타를 초대하는 형태로 치러 화제를 모았다.

지난주에는 대체 불가 토큰(NFT·Non Fungible Tokens)에 관해 소개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NFT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최근 NFT와 더불어 입에 오르내리는 IT 키워드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넘는다, 초월한다’는 뜻을 지닌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표현이다. 이는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 세계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메타버스가 범세계적 유행을 타기 시작한 건 최근이지만 개념으로 보면 ‘세컨드 라이프’를 비롯해 정육각면체 블록으로 오픈월드를 구현한 ‘마인크래프트’, NFT로 소유권을 부여한 땅(랜드)을 구입할 수 있는 ‘디센트럴 랜드’와 같은 가상공간 플랫폼에 일찌감치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게임의 형태를 넘어서 각자가 창조하고 구축한 공간과 콘텐츠에 다른 이용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내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메타버스로 언급되는 플랫폼은 다양하다. ‘포트나이트’는 슈팅게임이면서 한편으로 게임과는 무관하게 사람들끼리 대화하고 공연이나 영화를 함께 본다. 또한 일반적 조작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특정한 동작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팔면서 게임을 넘어 메타버스 플랫폼화를 하고 있다. 또한 아바타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국산 가상세계 플랫폼 ‘제페토’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 당시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코로나19로 교육, 교류, 경제활동 등 전반적인 대면 활동에 제약이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는 VR(Virtual Reality·가상 현실)을 넘어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이나 MR(Mixed Reality·혼합현실), 나아가 XR(eXtended Reality·확장현실) 및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등을 도구로 활용하며 일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가상 캠퍼스 운동장에서 신입생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정해 준 아바타를 모아놓고 입학식을 치른 순천향대학교나 사원들 얼굴을 바탕으로 삼은 아바타를 가상공간에 모아놓고 실제 업무를 보게끔 하는 협업 시스템 ‘스페이셜’ 같은 사례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 진행형임을 실감케 한다.

콘텐츠 산업 또한 이와 같은 환경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가수 BTS가 메타버스 플랫폼화한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새 안무 뮤직비디오를 첫 공개하고 그 앞에서 팬들이 본인 아바타로 안무를 맞춘 모습이나 걸그룹 트와이스가 제페토에서 3D 아바타화해 안무를 춘 영상을 공개하는 장면은 콘텐츠 노출 환경이 코로나19로 막힌 공동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시사성이 크다.

그렇다면 만화는 메타버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금까지 가상공간에 대응하는 만화는 단연 VR 만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VR 환경에 대응하는 만화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업체들은 ‘VR 기술을 어떻게 접목해 사람들을 접속하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보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VR을 부담 없이 쓰게 할 것인가’라는 원론적인 부분에 발목이 잡혀 있다.

VR 기반의 만화는 현재까지 360도 파노라마 뷰(코믹스V), 360도 입체 레이어와 3D 컷의 혼재(스피어툰), 밀도 높은 풀 컬러 작화를 1인 극장 스타일의 가상공간에서 컷 단위로 잘라 보여주는 방식(메이드파이어)이 등장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기엔 높은 가격 등 보급화까지 난관이 있다.

콘텐츠가 호응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기술 자체의 높은 성취보다 적당한 익숙함이 필요하다. 이 점은 다수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채택하고 있는 아바타의 형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정말 바라는 것은 의외로 ‘실제 재현’이 아닌 ‘적당히 귀여운’ 캐릭터다. NFT를 비롯해 스마트 글래스 등 온갖 기술적 이슈가 메타버스라는 화두 아래에 총집결하고 있음에도 결국 그 안에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VR 만화는 아직까지 기술적 성취에 방점을 찍어 왔고, 이 때문에 여전히 익숙하질 못했다. 그러므로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Head Mount Device)보급과는 별개로 VR 만화는 각종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좀 더 넓은 글로벌 환경에서 많은 이들이 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메타버스에는 VR 만화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 만화 창작자 또는 만화가 집단이 자신들의 만화로 구성된 방을 구축해 독자를 직접 유치하고 NFT를 통해 만화를 직접 판매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경우 오히려 대중에게 익숙한 출판 형태로 넘겨서 보는 페이지 만화와 웹툰을 거래할 수도 있다. 여기서 관건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즉, 작품 자체를 각기 따로 보지만, 그래도 같은 공간에 만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끔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가 방 밖에 ‘복도’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화는 무조건 메이저 업체를 거쳐야만 존재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만화가가 한층 더 넓은 글로벌 대중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로서 메타버스 플랫폼은 주목해 볼 만하다. 그동안 ‘WE6’나 ‘엑스타투’와 같이 만화 창작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실험은 독자 유치와 흥미 유발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기에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한국 만화만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필자 서찬휘는 새로운 시각으로 만화를 해석하며 꿈을 전하는 만화칼럼니스트로 『키워드 오덕학』, 『덕립선언서』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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