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The 강한·좋은 육군’ 혁신에서 길을 찾다] 전투원을 하나의 첨단무기체계로 ‘워리어플랫폼’ 진화는 계속된다

김상윤

입력 2021. 04. 13   17:16
업데이트 2021. 04.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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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사업으로 통합 개발 추진…최신 장비 야전부대 보급·군수품 품질 강화 모색


글 싣는 순서

① 인간 존중의 병영문화 정착

② 전투원 생존성·전투력 극대화

③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축 가속화

④ 빠르고 치명적인 지상군으로 진화


육군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하고 대테러 훈련을 하고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장병들의 생존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육군 제공
육군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하고 대테러 훈련을 하고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장병들의 생존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육군 제공

육군 전투력의 기본은 각개 전투원이다. 함정·전투기 등 무기체계의 비중이 큰 타군과는 다른 부분이다. 유·무인 혼합 전투체계가 발전할 미래에도 지상군 작전을 직접 수행할 전투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인구절벽의 위기로 입대자원이 감소하고 복무 기간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육군의 총체적인 전투력을 유지·발전시키려면 각개 전투원의 전투력과 생존 능력을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일이 절실하다. 전투원 숫자가 10명에서 8명으로 줄어들면 8명의 전투력을 10명 수준, 나아가 그 이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육군이 추진하는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중요한 이유다.

첨단 전투 장비 차등 보급 개시

워리어플랫폼은 육군의 기본 전투요소인 각개 전투원의 전투 효율성과 생존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첨단기술을 적용한 피복, 장구, 전투 장비 등으로 구성된 기반체계를 의미한다.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전투원은 고위력·초정밀·전천후 미사일, 전략기동군단, 특수임무여단, 드론봇 전투체계와 함께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육군의 5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육군은 2018년 워리어플랫폼 사업 추진 TF를 편성하고 국내외 우수 전투 장비와 물자 등을 대상으로 군사요구도와 효과성을 측정했다.

이어 기존 무기체계 품목이었던 조준경, 확대경, 표적지시기를 전력지원체계로 전환해 최신 기술 수준이 반영된 첨단장비를 신속히 야전부대에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특공·수색부대, GOP대대 등에 신규 전투 장비를 우선 보급 중이다. 2022년 보병대대, 2023년 산악여단과 기동사단, 2024년 군단~여단 직할부대와 해외파병부대 등으로 보급 부대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투 장비 보급은 부대 임무와 유형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뤄진다. 특전사에는 9개, 보병부대에는 6개 장비를 보급한다. 보병용 장비는 감시, 타격 및 지휘통제 능력을 강화해주는 조준경, 확대경, 표적지시기, 원거리 조준경 등 조준경류 4종과 전투원의 방호력을 높여주는 피아식별기(IR), 청력보호셋 등이다. 특전사는 특수작전 수행에 적합한 소음소염기, 폴리머 탄창, 특수작전용 나이프 등이 추가 보급된다.



적용 전후 놀라운 변화

“워리어플랫폼 적용 한 달 만에 1중대 전원이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특등 사수가 됐다.”

워리어플랫폼의 성능에 대한 육군28사단 김윤직(중령) 수색대대장의 설명이다. 육군은 지난 2월부터 부대를 대상으로 워리어플랫폼 사격 효과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장비 도입의 효과를 분석하고 개선 사항을 도출해 뛰어난 성능의 장비를 보급하기 위한 전투실험이다.

육군에 따르면, 워리어플랫폼 적용 이후 비무장지대(DMZ) 작전에서 핵심적인 사격 기술인 즉각조치사격의 조준 시간은 줄어들고, 실거리 100m 이상 떨어진 표적에 대한 명중률이 크게 향상됐다.

특전사도 특수작전 형태에 맞는 전투실험을 진행 중인데, 워리어플랫폼 적용 전후 변화가 상당하다는 육군의 분석이다.

전투원의 생존성을 비약적으로 강화해주는 것도 워리어플랫폼의 강점이다. 예를 들어 전자식 감응 장비가 적용된 ‘청력보호셋’은 전장 환경에서의 폭음에 의한 고막 손상을 방지해주면서 작전 중 의사소통 및 지휘통제를 위한 대화 소리는 증폭시킨다. 이는 다양한 전투 현장과 대테러 실내 작전 등에서 매우 유용한 기능으로 평가된다.

3단계 사업으로 진화적 발전

워리어플랫폼 사업은 크게 3단계로 추진되고 있다. 1단계는 현재 사용하는 피복, 장구, 장비의 품질·성능을 개선하고 신규 전투 장비 보급 인원을 2024년까지 14만 명으로 확대하는 ‘개인전투능력 보강’ 단계다.

2단계는 ‘개인전투능력 확대’ 단계다. 2025년 이후의 기술 발전 추세를 고려해 품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개인 전장 가시화체계인 무기체계의 구성품과 통합 작업이 이뤄진다.

마지막 3단계는 2030년 이후 각개 전투원을 하나의 첨단무기체계로 진화시키는 ‘일체형 개인전투체계 통합’ 단계다. 워리어플랫폼의 각 품목을 일체형 장비로 만들어 전투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투원 개개인을 지휘·통신체계와 연동한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워리어플랫폼은 단계가 진행될수록 전력지원체계의 각 품목이 무기체계로 통합 개발되면서 무기체계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워리어플랫폼 사업에는 육군뿐만 아니라 여러 과학기술 전문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는 국내외 업체의 기술 수준을 조사해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술 성숙도 평가’를 담당하고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육군과학기술연구소는 워리어플랫폼의 미래 기술인 ‘증기 기반 에너지 하베스터 및 실내외 위치 인식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이 밖에도 여러 방산업체들이 해외 수준을 넘어서는 차세대 워리어플랫폼 연구·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렇듯 워리어플랫폼은 민·관·군·산·학·연의 협업을 기반으로 혁신 과학기술 적용, 단계별 추진 개념 및 방향성에 대한 재검토, 구성품 추가·삭제·통합 등 진화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육군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하고 대테러 훈련을 하고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장병들의 생존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육군 제공

품질 관리·공감대 형성 힘써야

육군은 워리어플랫폼의 군사요구도(ROC)를 점차 높이고, 전투하중은 줄이는 방식으로 장병들에게 더욱 우수한 장비를 보급할 수 있도록 힘쓸 방침이다. 전투원의 생명과 직결되는 군수품은 품질이 최우선이다. 첨단과학기술을 도전적인 수준으로 적용해야 하는 워리어플랫폼 사업의 경우 품질 문제가 특히 중요하다. 저가 낙찰제인 경쟁계약 방식보다는 업체의 기술, 생산수준,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계약방식이 더욱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는 배경이다.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20년 이후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는 점도 되새겨야 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선 소요 분석과 법령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육군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이다.

따라서 관련 세미나 및 포럼 등을 한층 활성화해 범국가적 역량을 모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상윤 기자


[인터뷰] 황유성 군수참모부장

“우수한 장비 보급해 승리의 확신 선사한다”

 

“군의 현실적 사기는 적보다 내 장비가 월등하다는 것에서 나온다.”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담당하는 육군본부 황유성(소장) 군수참모부장의 지론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 상황에서 전투원의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기본적으로 장비 성능이 적보다 뛰어나다는 확신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다. 황 소장은 이 문구를 자신이 근무하는 육군본부 2층 복도에 걸어 놓았다. 육군 장병들에게 우수한 장비를 보급해 ‘승리의 확신’을 선사하겠다는 다짐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이는 워리어플랫폼 사업에 임하는 황 부장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육군의 핵심은 전투원, 즉 사람입니다. 초일류 육군을 건설하려면, 먼저 우리 장병들을 초일류 전투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전투원의 생존성과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워리어플랫폼은 장병들에게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다가올 미래전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줄 것입니다.”

인구절벽과 국방개혁에 따른 병력감축 속에서 육군은 전력 공백 우려를 해소하고 미래전에 적합한 새로운 전투력을 창출해야 한다. 장병들의 전투 능력을 첨단과학기술로 보강하는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황 소장은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육군뿐만 아니라 국가적·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육군의 모든 전투원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아들·딸입니다.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전투플랫폼이 바로 워리어플랫폼인 것이죠. 생명존중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엄청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워리어플랫폼은 광학기재, 첨단섬유 등 국방과학기술의 집약체로서 방위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가 방산 수출을 선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입니다.”

이어 황 부장은 “그동안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단순 구매품으로 도입한 구성품 중 일부의 품질 문제에 시선이 쏠리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었다고. 그러나 이런 현상은 그만큼 워리어플랫폼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며, 도약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과 같다는 것이 황 소장의 생각이다.

“1~2년 내 완벽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죠. 그러나 10년 이상 내다보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워리어플랫폼은 과학기술 고도화 추세에 발맞춰 획기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단순히 전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갈 것입니다. 전력화하는 모든 장비에 정신과 혼이 깃들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명을 완수하겠습니다.” 김상윤 기자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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