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한주를열며

우리가 바로 군의 대변인

입력 2021. 03. 26   16:40
업데이트 2021. 03. 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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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복  일병 육군21사단 본부근무대
이 재 복 일병 육군21사단 본부근무대

나는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로스쿨 입학까지 앞둔 재외국민이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군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미지의 세계에 궁금증을 느끼던 차에 현역으로 입대했다.

훈련소를 거쳐 배치된 육군21사단 본부대에서 우연히 책 『소년과 장군』을 발견했다. ‘군대에 와서까지 군대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저자 소개부터 찾아봤다. 합참 공보실장, 육군 정훈공보실장 등을 지낸 저자 이붕우 장군이 들려준 자신의 군대 이야기는 이윽고 군 생활의 소중한 가이드가 됐다.

합참 공보실장이라고 하면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텔레비전에서 봤던, 카메라에 둘러싸여 분주히 질문에 답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물론 그의 업무에는 그런 일들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장군은 늦은 밤 삼각지에서의 술자리, 아침 해장국집에서의 식사 자리 등 일 얘기와 사는 얘기가 절묘하게 섞인 현장에서 언론과 ‘라포(rapport)’를 형성하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렀다고 회상한다.

그의 삶을 돌아보며 나를 포함한 국군 장병들도 정훈공보 업무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알게 모르게 군의 대변인 임무를 수행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군에 대한 인식을 형성한다. 이 장군이 장소를 불문하고 항상 임무를 수행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것처럼,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군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공부했던 미국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참전용사들에게 “Thank you for your service(당신의 노고에 감사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군인들은 자신의 군 경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회는 그들의 헌신에 존경을 표한다. 이처럼 군인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사회 여론이 모여 현역 및 제대군인을 위한 정책이 개선되고 실질적인 복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익숙했던 내가 지난해 입대를 결심하고 귀국했을 때 몇몇 사람들의 반응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나는 “축하한다” 또는 “고맙다”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왜, 굳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군 복무를 통해 군의 중요성을 몸소 느낀 국군 장병들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전역 후 사회로 돌아가도 한번 군복을 입었던 이상 우리는 계속 군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공식 석상과 일상을 막론하고 일관된 자세로 임했던 이 장군처럼 나도 나만의 ‘군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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