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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독자마당] 따뜻함이 온몸으로 전해지길

입력 2021. 03. 14   09:05
업데이트 2021. 03. 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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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국군지휘통신사령부 1정보통신단·병영생활상담관
김현정 국군지휘통신사령부 1정보통신단·병영생활상담관

휴일 저녁 울리는 벨소리. 걱정되는 마음을 한편으로 밀어두며 전화를 받는다. “상담관님, 많이 힘들어서 전화했어요.”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감이 없어지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몸에 상처를 내는 한 병사의 힘없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애잔하게 들려온다. 세상천지에 사람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다. 얼마든지 기대렴.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들어줄게….’

이 이야기는 사고 예방의 최전선에서 소중한 장병들을 지키고자 애쓰는 상담관들의 일상 중 한 부분이다. 우리 상담관들은 ‘위기상담’이나 ‘심각한 심리적 상담’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신병이나 초임 간부가 오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원을 하고, 숨겨놓은 고통을 식별하기도 한다. 자기 이해, 스트레스 해소, 관계 향상 등을 위해 집단상담을 진행하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 교육도 병행한다.

애인 혹은 배우자와 싸움을 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육아가 어렵다고, 전역 후 진로가 걱정돼서, 상급자의 부당한 대우에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등등 상담실을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저 편견 없이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강인하고 씩씩하지만 군인도 결국 사람이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으로 건강하게 설 때 국방의 임무도 더욱 건강하게 해내는 것’이라고 되뇌곤 한다.

내가 담당하는 국군지휘통신사령부는 예하 부대가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고 높은 고지와 외로운 섬, 지하 등에 통신소들이 있다. 예하 부대와 통신소를 방문했을 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온 상담관을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의 기대에 찬 눈빛은 잦은 출장으로 힘든 몸과 마음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털어놓는 고민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하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서 일한 지 어느새 5년이 됐다. 해가 거듭될수록 장병들의 상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상담관들은 상담실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따뜻한 환경에서 소중하게 대접받고 가는 느낌’, ‘따뜻한 공기와 다과’ 등 온몸과 마음으로 귀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가길 원한다. 사령부는 이러한 나의 바람에 깊은 공감을 해주셨고, 모든 부처에서 상담실 환경 미화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랑받아 본 자가 다른 사람을 더욱 사랑할 수 있다. 부대로부터 받은 공감과 사랑이 상담실을 찾는 모든 이에게 더욱 따뜻이 흐를 것이고 또 그들은 주변을 공감과 사랑으로 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고 예방을 넘어 모두가 행복한 군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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