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교와삶

[이성현 종교와삶] ‘함께’의 시작

입력 2021. 02. 02   15:58
업데이트 2021. 02. 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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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육군53사단 신앙선도장교·신부·대위
이성현 육군53사단 신앙선도장교·신부·대위

우리 군종병과의 신조는 ‘함께하라’입니다. 이는 전·평시를 가리지 않고 부대와 전장에서 가장 힘이 필요한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언제나 장병들과 함께하며 군의 사기 진작을 돕는 군종병과의 주요 기능인 ‘무형 전력 강화’를 잘 표현해주는 신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전군 군종병과원들은 각기 다른 부대환경 속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이 신조를 더 잘 실현할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군종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군종병과만 ‘함께하라’라는 신조를 품고 움직여야 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각 군, 각 부대에서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국토 방위와 국민 수호’라는 공통된 목적을 지닌 ‘군인’입니다. 그래서 국가에 위기상황이 닥치면 ‘각기 다른 지체’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조직이 바로 우리 ‘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통적인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평시부터 ‘함께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함께한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군종장교, 군종신부인 저로서도 그 답을 쉽게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답을 바로 ‘용사’들이 줬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 19’로 인해 미복귀 전역 전 휴가를 나간 용사에게서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용사는 군에 적응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용사였고, 일병 때부터 상담했습니다. 매주 한 번씩 그 용사가 속한 대대로 찾아가 상담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군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상담을 마친 후로도 대대에 찾아갈 때면 반갑게 인사하고,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넸습니다. 요즘은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고, 병장 계급장을 단 모습을 보고서는 ‘우와! 병장이네. 군 생활 다 했네!’라면서 진급을 축하해 주기도 했습니다.

별거 아닌 인사였다고 생각했는데 이 용사는 전역 전 휴가를 나갈 때 “군대라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다 떨친 순 없었지만, 군대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 특히 인복이 좋았다”라면서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제가 이 용사를 통해서 얻은 답은 ‘관심의 힘’이었습니다. 상담했던 용사들이나, 마주칠 때마다 한마디라도 더 건넸던 용사들은 그만큼 답을 해주었습니다.

영국의 극작가이며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은 미움이 아니다.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죄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쉽지 않은 상황을 헤쳐 나갑니다. 심지어 작년부터는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며 어려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는 쉽지 않은 군 생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은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 것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주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우리가 ‘함께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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