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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는 그날까지… 방역체계 유지 총력 다한다

맹수열

입력 2021. 01. 20   17:18
업데이트 2021. 01.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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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년간 국군의무사 방대본 지킨 4人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순영 대령. 사진=조용학 기자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순영 대령. 사진=조용학 기자

방대본 시작 함께 한 이순영 대령
어느 기관보다 먼저 운영계획 수립해 임무 시작
코로나19 조기 종식 위해 이곳에서 전력 다할 것 


모진 풍파에도 꼿꼿이 자리를 지키는 늘 푸른 소나무. 2020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변하게 했지만, 전대미문의 감염병에 맞서 항상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상록수와 같은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20일 출범 1주년을 맞아 방문한 국군의무사령부 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서도 국민과 전우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하고 있는 상록수 같은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에 맞서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이들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한 사람의 인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애환과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방대본의 1년을 되돌아보기 위해 만난 ‘터줏대감’ 네 사람 모두 공교롭게 여군이었다. 군인이자 아내, 엄마인 이들은 ‘국민을 위한 헌신이 곧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나가고 있었다.



특별 임무 맡은 4인방 방대본 합류

의무사 예방의학처장 이순영 대령은 방대본에서 총괄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가 예방의학처장으로 보직된 것은 2019년 12월 19일. 보직과 거의 동시에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발생했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의 시작이었다.

“(코로나19) 발생과 관련한 보도가 나온 뒤 가장 신경 쓴 것은 국내 전파 가능성입니다. 예방의학처장으로서 코로나19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했죠. 아니나 다를까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어느 기관보다 먼저 방대본 편성 및 운영계획을 수립해 임무를 시작했습니다.”

방대본의 시작을 함께한 이 대령의 증언이다. 우리 군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확산 방지에 기여하고 있는 방대본은 그만큼 세분화된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미증유(未曾有)의 질병에 맞서기 위해 그동안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임무를 맡은 이들도 방대본에 합류했다. ‘감염관리 컨설팅’을 맡고 있는 의무사 의료관리과장 박민정 중령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감염관리 컨설팅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감염관리 교육·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습니다. 다만 격리시설에서 컨설팅을 하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변화죠. 이태원에서 시작된 2차 유행 당시 그동안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군에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우리 군에 접촉자 격리 소요가 늘어났고, 역학조사와 격리자 건강상태 확인, 감염관리 교육, 지원인력 안전 보장 등 많은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죠.” 박 중령의 설명이다.

감염병대응과 원지연 소령은 확진자 발생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상황장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 소령은 “확진자 발생 시 상황접수를 하고 지휘계통과 국방부에 보고한 뒤 지원요소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 밖에 역학조사관 출동, PCR 검사 지원 등 상황관리는 물론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문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영아 소령. 사진=조용학 기자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영아 소령. 사진=조용학 기자
 

현장 누비는 '실전파' 김아영 소령
출산 복귀하자마자 임무 감염병 예방관리 등 총괄
역학조사관으로서 현장에도 직접 출동 

감염대응과 김영아 소령은 위기대응 총괄은 물론 역학조사를 위해 현장을 누빈 ‘실전파’다. 김 소령은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감염병 예방관리, 군 역학조사관 조정통제, 각종 지침·훈련의 제·개정 등 위기대응을 총괄한 것은 물론 역학조사관으로 임명돼 직접 현장에도 출동하고 있다.



희망 담은 말 “다시는 보지 맙시다”로 인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임무 수행 과정에서 여러 이야깃거리도 생겼다고 한다. 김 소령은 현장에서 만난 전우들이 가장 많이 한 말로 ‘다시는 보지 맙시다’라는 말을 꼽았다.

“다양한 부대를 방문하다 보니 오래전 알고 지낸 지인, 반가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나눈 인사말은 조금 섬뜩했죠.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내일은 보지 말자’라는 말을 하게 되더군요. 역학조사관과 확진자 발생 부대 관계자로 만나다 보니 그런 말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조금 이상하죠? 하지만 더 이상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눈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합니다.”

행정상의 오류로 인해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예하 부대 간호장교가 보건당국으로부터 접촉자로 통보받았다가 취소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 중령은 그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민정 중령. 사진=조용학 기자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민정 중령. 사진=조용학 기자

감염관리 컨설팅 맡은 박민정 중령
격리자 건강상태 확인 역학조사·감염관리 교육
추가 감염 막기 위해 온 힘 다하고 있어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 그 여파는 엄청나죠. 간호장교의 접촉자 통보 소식을 들으니 아찔했습니다. 바로 선제적 대응을 위해 해당 근무자와 지인의 PCR 검사를 하는 등 정신이 없는데 다음 날 아침 문자가 오발송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장 근무자들도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구나 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나네요.”



군 방역체계 컨트롤타워 역할 ‘톡톡’

하지만 이들은 군 방역체계의 컨트롤타워로서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끼곤 한단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문의를 담당하고 있는 원 소령은 “전화를 주시는 분들 가운데는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해당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안내하고 나면 수화기 너머 안도의 목소리가 들리곤 한다”면서 “이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원지연 소령. 사진=조용학 기자
1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코로나19 군 대응대책과 관련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원지연 소령. 사진=조용학 기자
 

상황장교 임무 맡은 원지연 소령
각종 문의사항 안내 현장에도 직접 출동
그 순간까지 현장에서 헌신할 것

이 대령도 통제 불능일 것 같았던 한 부대의 확진자 다수 발생 상황을 신속히 처리해 조기에 부대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며 사명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국민과 장병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이들 역시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다. 눈코 뜰 새 없이 지낸 지난 1년이지만 고개를 들면 사랑하는 가족들의 생각이 간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네 사람 모두 지난 1년 동안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편도 군인이라 퇴근을 잘 못하고 있어요. 아기는 친정에서 봐주시고 계시죠. 지금 같이 살고 있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다행히 부모님께서 잘 도와주시고 계셔서 임무에 집중할 수 있어요.”(원 소령)

“출산 뒤 복귀하자마자 바로 방대본으로 오게 됐습니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역학조사를 나가야 하는 터라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죠. 하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주말은 물론 수시로 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보지 못하는 때도 많아요. 거의 일주일 동안 아이를 보지 못한 때도 있죠. 하지만 집에 들어가 아이의 얼굴을 보면 다시 힘을 얻곤 합니다.”(김 소령)

동고동락한 동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이 대령은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의무인들이 솔선수범해 헌신적이고 순수하게 임무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군 의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군의 정신과 힘이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동료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원 소령은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동료들이) 너무 고생이 많아서…. 너무 고생이 많으셨고, 꼭 코로나19 종식까지,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어요.”



또 다른 감염병 발생 시 선제적 대응 가능

방대본은 새로운 질병에 맞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해도 보다 침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예방주사가 된 셈이다. 박 중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신종 감염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생기는 혼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염관리 컨설팅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각종 전문기관의 자료와 논문을 찾아보며 근거에 기반한 업무수행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종 감염병도 불안을 잠재우고 근거에 기반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안내하고 이끌어 나가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령은 앞서 유행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우리 군의 대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의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정보도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바이블처럼 사용한 것이 2015년 군이 발간한 『메르스 백서』였다고 털어놨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어떤 정보도 없었던 발생 초기 『메르스 백서』를 활용하면서 업무체계를 하나하나 정비해나갔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비체계를 바탕으로 상황에 대응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매뉴얼을 바탕으로 선제적·안정적 대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발간한 『코로나19 백서』는 이런 선례를 바탕으로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체계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백서 공동추진위원단장을 맡았던 이 대령은 특히 교훈 부분을 자세히 담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경과 위주의 백서가 아닌 그동안 겪었던 실수, 오류 등을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보완하기 위해 교훈을 기술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시절을 살고 있지만 네 사람은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전우, 국민에게 헌신과 봉사의 마음을 담은 의무지원을 약속했다.



“어떤 임무 주어지든 열심히 수행할 것”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끝이 납니다. 저희는 각 군은 물론 국가의 위기대응 요청에 맞춰 의무지원을 계속하면서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이곳에서 전력을 다하겠습니다.”(이 대령)

“아마도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떤 임무가 주어지든 열심히 수행하다 보면 코로나19도 종식되겠죠. 동료들과 맛집에서 회식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박 중령)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감염병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감염병에도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김 소령)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진과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는 국민들의 힘을 믿습니다. 저 또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 순간까지 현장에서 헌신하겠습니다.”(원 소령)
글=맹수열/사진=조용학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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