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수실에서

[이병학 천년지대軍 교수실에서] 우리는 수호자

입력 2021. 01. 11   15:40
업데이트 2021. 01. 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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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육군사관학교 물리화학과장·중령(진)
이병학 육군사관학교 물리화학과장·중령(진)

“평화를 원하는 이들은 전쟁을 준비한다.” 4세기 로마 군사 논문에서 발견된 이 문장은 우리 군인의 정체성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안내해 준다.

프랑스 판화가 자크 칼로(1592∼1635)의 1633년 연작 중 ‘여관의 약탈’과 ‘교수형’은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전쟁의 비참한 현장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약탈하고 학살하는 장면과 교수형이 집행된 시체들 아래에 무심하게 서 있는 성직자와 군인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잔혹성을 직시할 수 있다.

이는 서유럽의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애를 강조하는 종교(개신교와 천주교) 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참혹한 전쟁(독일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 800만여 명 감소)이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는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 만행으로 1100만여 명의 민간인과 전쟁포로가 학살됐고, 같은 시기 한반도에서는 일제의 민족 말살 통치로 우리 민족이 크게 고통받았다.

2차 대전 종료 후 출범한 국제연합(유엔)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호하고자 세계인권선언문을 선포(1948.12.10)하고 전 세계를 향해 동참을 권유했으며 그 정신은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존엄과 가치 보장, 침략전쟁 부인, 인류애 실천 의지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양상으로 국가·민족 간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남북으로 분단돼 군사적으로 대치 중이며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이 보장받는 환경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깨닫는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을 적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조직은 바로 우리 국군이다. 다시 말해서, 국군의 구성원 모두는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기 위해 자신의 기본권과 생명권을 내어놓고 사랑을 실천하는 수호자들인 것이다. 이러한 사명감으로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국군은 한반도에 직면한 다양한 안보위협을 대응·제거함과 동시에 미래 사회변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미래전장 양상을 예측하고 방책을 수립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은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2021년 데드크로스(Deadcross) 현상이 가시화돼 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2060년에는 3000만 명 이하(한국경제연구원)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현역 병사 감소, 생산노동인구 감소와 직결돼 국력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저조한 식량자급률(45.8%, 2019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오염 증가, 에너지 자원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예측 불가능한 팬데믹 확산과 맞물려 장기화될 경우, 국외 교역 단절로 이어져 국가 생존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개혁 2.0과 4차 산업혁명 기반 지능화 국방혁신 추진 계획의 목표 달성은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과업이다. 우리 군이 일반인공지능, 신·재생 에너지/에너지 저장체계 개발, 식량 자원 연구, 자율주행차, 지능형 의료 체계, 우주식민지 건설 등(세계 미래보고서 2055) 다양한 분야로 민군기술협력을 증진하고 연계·확대한다면 인류의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며 평화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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