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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인효 병영칼럼] 상처를 극복한 치유자

입력 2020. 12. 23   16:34
업데이트 2020. 12. 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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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인 효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설 인 효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지난 12월 1일과 2일 6·25 70주년을 기념하는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가 한미동맹재단의 주최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한미 양측의 동맹 관계자들과 저명한 학자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6·25의 의미와 한미동맹의 발전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6·25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중 한 사람인 박명림 교수는 6·25의 세계사적 의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6·25가 왜 그토록 처참하고 참혹한 전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했다. 냉전의 관문이 된 6·25는 공산주의의 세계적 확산을 막은 전쟁이었다. 한국은 자유진영 최전선의 방어 초소로서 세계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를 대표해 끝까지 싸웠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미국에도 한국전 참전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1950년 2월 에치슨 선언에서 볼 수 있는 바처럼 미국 내에서는 개입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한미 양국은 이 전쟁을 계기로 피를 나눈 혈맹을 맺어 지난 67년간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굳건히 지켜 온 한미동맹을 탄생시켰다.

6·25로 인해 한반도는 철저히 파괴됐다. 그러나 한국은 기적을 일으켰다. 지난 70년의 세월 동안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됐다. 그리고 가장 선진적인 민주국가 중 하나가 됐다. 세계가 흘린 피가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한국은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여기에 더해 박명림 교수는 한국이 ‘세계적 치유자’로서 사명을 다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류가 더욱 큰 감명과 울림을 주고 K-방역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이 그저 새롭게 부상하는 선진국이어서가 아니다. 한국이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시작해 폐허에서 기적을 일군 나라기 때문이다.

역사적 성인들, 세계적인 치유자들은 공통적으로 고난받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었다. 이들만이 어려운 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다시 일어설 힘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자가 가장 큰 치유의 자격을 얻는다.

코로나19로 세계는 전례가 없는 공포와 충격에 빠졌다. 경제위기가 식량 위기로 확산할 경우 어떠한 고통의 시간이 다가올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지금 누가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고 치유를 말할 수 있을까? 70년 전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에서 시작한 한국이 다시 한 번 세계에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세계사적 에피소드는 우리의 삶에도 적용된다. 세월을 살다 보면 이런 경험들을 한두 번은 하게 될 것이다. 내가 과거에 입은 상처가 누군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나의 상처가 그를 치유할 치료제가 된다.

우리의 삶에서 위로란 참 특별하다. 살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면 누군가 위로해 줄 사람의 존재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더구나 위로는 받는 자만의 축복이 아니다.

위로의 따듯함을 경험해 본 적 있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위로의 위대함을 스스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니 많은 순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내 삶의 진짜 가치를 결정한다.

아픈 시간을 겪고 있다면 이겨내라. 삶이 성장하는 순간이다. 아픔이 큰 만큼 큰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할 넉넉한 인생이 될 것이다. 철학자 니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강하게 하리라.

상처 입은 젊음에 이 말을 선물하고 싶다. 상처가 아픈 만큼 이 말이 뜨겁게 다가왔다면,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 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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