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한주를열며

[홍종의 한 주를 열며] 이름값의 의미

입력 2020. 12. 04   16:48
업데이트 2020. 12. 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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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종 의 동화작가
홍 종 의 동화작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국인의 이름 통계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이곳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이름 순위를 비롯해 동명인 사람의 수와 생산연도, 지역분포까지 자세히 검색할 수 있다. 아쉽게도 대법원의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2008년도 이후의 통계만 볼 수 있다.

이제는 한글 이름을 많이들 짓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이름을 한자로 지어 그 뜻을 따르고 있다. 내 이름 ‘종의’ 중 끝 글자 ‘의’는 옳을 의(義)라는 한자를 쓴다. 그러나 ‘의’라는 글자는 한자에서 허자인 어조사 의(矣)로 많이 사용하는 탓에 한글로는 명료하게 발음되지 못하고 ‘이’나 ‘으’로 불렸다. 당연히 부르기가 어려워 어릴 때는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이유인지 살아오면서 나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요즈음 나는 드물고 어려운 이름을 가진 덕을 아주 톡톡히 보고 있다. 드문 이름 탓에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거의 모든 정보가 작가인 나의 작품 활동과 출간정보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부모와 가족들 그리고 살 집이며 옷 등 기본적인 의식주가 대부분 갖춰진 상태로 태어난다. 또 하나 아주 당연하고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름이다. 이름이란 한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가장 확실하게 인지시킬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의 이름을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또는 아무렇게나 짓는 부모란 이 세상에 없다. 이름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희망과 기도가 가득 담겨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진부한 속담이 새롭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죽어서 남길 이름은 고사하고 살아있는 지금 흉과 허물이 돼 세상에 떠도는 이름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다. 인터넷 사이트에서처럼 인기 있는 이름, 흔한 이름, 드문 이름의 통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신의 이름이란 그 어떤 통계와 분류로도 구별할 수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유의 대명사임이 분명한 것이다. 그만큼 이름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하얀 백지 위에 이름을 쓰고 그 옆에 ‘이름값’이라고 적어 본다. ‘이름값’이란 사전적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상태나 정도에 맞는 노릇이나 됨됨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진정한 이름값이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정성으로 지어준 부모의 ‘사랑값’이며 ‘희망값’인 것이다. 또 자신의 ‘인생값’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칭량하며 살고 있는가, 혹시나 단 한 사람의 입에서라도 흉이 되어 헐값으로 매도되고 있지나 않는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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