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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인 종교와 삶] 당신의 ‘관계’는 안녕하십니까

입력 2020. 11. 17   16:30
업데이트 2020. 11. 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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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정 인 육군3사단 군종참모·소령
임 정 인 육군3사단 군종참모·소령

올해 우리는 코로나19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영역이 ‘관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가장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비말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사람을 대면해서 만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타지역에 사는 낯선 사람을 대면해서 만나는 것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과 불안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 수준이 높은 사람은 가까운 사람과의 만남까지 꺼리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비대면이 기본인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회의·출장·지도방문 등 예전에는 당연히 해당 장소에 가서 얼굴을 마주 보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많은 부분 원격화상회의 혹은 서면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화상회의 플랫폼을 사용한 온라인 수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의와 수업 등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때 시간과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관계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사람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때 언어 메시지만 주고받지 않습니다. 얼굴에 있는 수많은 미세 근육의 움직임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받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을 활용한 회의나 수업에서는 이러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수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마스크를 쓰고 의사소통을 할 때도 비슷한 고충을 겪습니다. 입을 비롯한 얼굴 대부분이 가려진 상태에서 상대방의 눈과 눈 주변 근육의 변화만 보면서 대화를 해야 하기에 언어 이면에 숨겨진 감정, 기분 등을 확인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몇 주 전 한 대학교수께서 기고한 언택트 시대와 교육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기고자는 온라인 교육의 질에 대해 고민하지 말자고 합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무크(MOOC)를 통해 전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개설한 강의를 마음껏 수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사회화였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전달은 꼭 학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없지만 학생과 스승, 학생과 학생이 상호작용하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회화는 온라인으로 채워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대인관계와 관계된 이 같은 제한점들이 있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인 관계성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관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관계는 어떤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휴가가 제한된 생활을 하면서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의 관계는 안녕한지 궁금합니다. 가족뿐 아니라 또 다른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는 잘 유지되고 있습니까? 부대 안에서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떤지도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코로나 레드’라 불리는 코로나로 인한 분노가 전우들에게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뤄지는 의사소통은 원활한지, 혹 요즘 나의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시기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어’로 반응하기보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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