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교와삶

[김명신 종교와삶] 듣는 마음

입력 2020. 11. 10   16:05
업데이트 2020. 11. 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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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육군 군종실 군종교육정책장교·목사·소령
김명신 육군 군종실 군종교육정책장교·목사·소령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솔로몬은 이른바 ‘지혜의 왕’으로 불립니다. 겨우 생후 며칠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의 생모를 가리는 세기의 재판에서 너무나 쉽게 생모를 판별한 명재판으로 솔로몬은 그러한 칭호를 얻게 됐습니다. 그는 어떻게 그런 초인적인 지혜를 가지게 됐을까요?

두 여인이 한집에서 살고 있었고 며칠 간격으로 각기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해산한 지 얼마 안 돼서 한 여인이 자신의 나쁜 잠버릇으로 자기 아들을 죽이고 맙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옆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다른 여인의 아이를 빼내어 데려가고 자신이 죽인 아이를 다른 여인의 품에 가져다 놓습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아이 하나를 두고 두 산모가 서로 진짜 어머니라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솔로몬은 재판을 위해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게 한 다음 살아있는 아이를 둘로 베어 두 여인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라고 명령합니다. 이때 한 여인이 말합니다. “저 아이가 나의 것도 되지 말고 저 여자의 것도 되지 말고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어 주십시오.” 그러자 다른 여인이 호소합니다. “제발 그 아이를 죽이지 마십시오. 차라리 살아있는 아이를 저 여인에게 주십시오.”

솔로몬은 자신이 오랫동안 배워왔던 책 속의 지식들이나 경험들에서, 혹은 자신의 신분에서 비롯된 권력이나 힘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여인들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진짜 지혜를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을 보면 솔로몬이 아이의 진짜 어미로부터 모성애가 불타오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한자 ‘聽(들을 청)’을 보면 임금의 귀, 10개의 눈, 1개의 마음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저 귀에 들리는 대로 듣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각 사람의 사정과 형편을 눈으로 살펴 헤아리고 하나의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듣는 마음은 이해의 첫걸음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 상대방을 존중하는 겸손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훌륭한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친구의 우정 어린 충고를 들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도 나의 이야기를 말하기에 앞서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훌륭한 지휘관은 부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마스크 시대에 얼굴을 마주해도 서로에게 허락된 것은 눈과 귀뿐입니다. 마스크 때문에 우리의 대화는 불편해졌지만 인류의 역사는 불편할 때 더 많은 것을 얻고 또한 누렸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더 가까이할 수 있습니다. 그저 바라보고 경청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우리의 듣는 마음은 마스크 너머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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