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 ‘한번 휘둘러 배어나니 천하가 피로 물들었다’는 글귀가 새겨진 이순신 제독의 칼은(보물 326호) 길이가 사람 키보다 긴 2m에 무게가 6㎏에 이른다.
군인들이 장성으로 진급 시 대통령에게서 하사받는 칼(삼정검)은 길이가 1m에 무게가 3㎏ 정도다. 일반적인 칼의 무게가 1㎏ 내외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 종류의 칼 모두 보통 사람이라면 들기조차 힘든 무게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남긴 글 중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라’는 문구가 있다. 권한에는 그만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뜻이며 권한이 크면 클수록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또한 커진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이순신 제독이 지닌 칼과 장성들이 하사받는 칼의 무게는 이러한 책임과 의무의 무게와 그 의미가 같지 않을까.
2010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사관학교 1학년 생도로서 생활을 시작한 후 어느새 연수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바닥을 의미하는 사관생도 1학년 바텀(Bottom)일 때는 나 하나 혹은 동기들만 신경 쓰면 됐다. 임관 후 소위가 된 후에도 내가 결정하고 판단하는 일이 대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었다. 혹여나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미치는 결과는 주로 나 자신이나 예하 직별에만 그쳤다.
하지만 해가 지나고 다양한 직책을 경험해 나아가던 중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행동과 판단에 영향을 받는 인원과 그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늘어만 가는 영향력에 비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까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쯤 해상전 고등군사반 교육에 입교하게 됐다.
해상전 고등군사반 교육은 해군 교육사령부에서 대위를 대상으로 약 4개월간 진행하는 교육이다. 참모업무, 국제법 및 군수 관리 등의 일반과목에서부터 대잠전, 국지도발대비작전 및 작전계획 등의 전술 과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학습한 후 각 분임 별로 선정된 주제에 대해 토의하고 매주 그 결과를 발표하는 토의식 수업으로 진행된다.
이 교육을 통해 다양한 선·후배 장교들과 수업을 듣고 토의를 하며 평소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지한 고민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외우고만 있던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
그로부터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선후배 장교들과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보다 깊고 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내가 근무해보지 않은 직책에 대해서까지 알게 됨으로써 더 늦어지기 전에 나의 능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군사적·외교적 측면에서 많은 소식을 들을수록 새로운 고민이 앞서면서 ‘내가 과연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들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지니고 있을까?’ 라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러한 고민은 나를 더 교육에 열성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 배워가면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랑스러운 충무공의 후예임을 자각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로움을 키울 수 있었고,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수호’라는 책임의 엄중함을 느끼며 지휘관으로서 짊어지고 가는 칼의 무게를 견디고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 ‘한번 휘둘러 배어나니 천하가 피로 물들었다’는 글귀가 새겨진 이순신 제독의 칼은(보물 326호) 길이가 사람 키보다 긴 2m에 무게가 6㎏에 이른다.
군인들이 장성으로 진급 시 대통령에게서 하사받는 칼(삼정검)은 길이가 1m에 무게가 3㎏ 정도다. 일반적인 칼의 무게가 1㎏ 내외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 종류의 칼 모두 보통 사람이라면 들기조차 힘든 무게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남긴 글 중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라’는 문구가 있다. 권한에는 그만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뜻이며 권한이 크면 클수록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또한 커진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이순신 제독이 지닌 칼과 장성들이 하사받는 칼의 무게는 이러한 책임과 의무의 무게와 그 의미가 같지 않을까.
2010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사관학교 1학년 생도로서 생활을 시작한 후 어느새 연수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바닥을 의미하는 사관생도 1학년 바텀(Bottom)일 때는 나 하나 혹은 동기들만 신경 쓰면 됐다. 임관 후 소위가 된 후에도 내가 결정하고 판단하는 일이 대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었다. 혹여나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미치는 결과는 주로 나 자신이나 예하 직별에만 그쳤다.
하지만 해가 지나고 다양한 직책을 경험해 나아가던 중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행동과 판단에 영향을 받는 인원과 그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늘어만 가는 영향력에 비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까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쯤 해상전 고등군사반 교육에 입교하게 됐다.
해상전 고등군사반 교육은 해군 교육사령부에서 대위를 대상으로 약 4개월간 진행하는 교육이다. 참모업무, 국제법 및 군수 관리 등의 일반과목에서부터 대잠전, 국지도발대비작전 및 작전계획 등의 전술 과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학습한 후 각 분임 별로 선정된 주제에 대해 토의하고 매주 그 결과를 발표하는 토의식 수업으로 진행된다.
이 교육을 통해 다양한 선·후배 장교들과 수업을 듣고 토의를 하며 평소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지한 고민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외우고만 있던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
그로부터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선후배 장교들과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보다 깊고 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내가 근무해보지 않은 직책에 대해서까지 알게 됨으로써 더 늦어지기 전에 나의 능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군사적·외교적 측면에서 많은 소식을 들을수록 새로운 고민이 앞서면서 ‘내가 과연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들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지니고 있을까?’ 라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러한 고민은 나를 더 교육에 열성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 배워가면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랑스러운 충무공의 후예임을 자각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로움을 키울 수 있었고,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수호’라는 책임의 엄중함을 느끼며 지휘관으로서 짊어지고 가는 칼의 무게를 견디고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