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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식 종교와 삶]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 탄력성

입력 2020. 10. 27   16:28
업데이트 2020. 10. 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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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올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추락하는 것이 아닌 딛고 일어서는 것 

 

임광식 육군20기갑여단 군종장교·목사·대위
임광식 육군20기갑여단 군종장교·목사·대위


“그래도 기차는 달려간다.” 3일간의 미주 대륙횡단 열차 여행 중에 했던 한 가지 생각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많은 장소를 혼자서 여행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LA에서 보스턴까지 기차를 타고 71시간을 달린 것이다. 비싼 가격 탓에 침대가 있는 객실을 쓰거나 차에서 밥을 사 먹지는 못했고, 값싼 바나나를 잔뜩 사서 일반 좌석에 몸을 실었다.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부터 마주한 것은 내 삶에 관한 생각들이었다. 멀어지는 도시를 보며 내가 인생이라는 길 위에 있음을 실감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 기차가 멈춰 설 때 삶의 불확실성을 생각했다. 배고프고 허리 아픈 것도 잊고 미래를 고민하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은 그래도 기차는 달려간다는 사실이었다. 내 마음이 바닥으로 내려앉고 있을 때도 기차는 달리고 있었다. 이내 나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외로울 때도, 괴로울 때도 삶은 계속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딛고 일어서는 힘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순간, 딛고 일어서는 힘이 필요하다. 정호승 시인은 ‘바닥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바닥을 딛고 /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 발이 닿지 않아도 /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시련이 올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없이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딛고 일어서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딛고 일어서는 힘을 회복 탄력성이라고 한다. 회복 탄력성, Resilience의 번역어인 이 말은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마음의 근력을 일컫는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에게는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처하고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 시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게 하는 힘, 즉 회복 탄력성이 필요하다.

올 한 해 군종장교로서 할 수 있었던 가장 보람찬 일 중 하나는 ‘코로나19 병영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회복 탄력성 강화 교육이었다. 육군본부 군종실에서 기획한 이 교육을 통해 장병들이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을 점검해 보며 삶을 더 행복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방향을 제시했고, 코로나19로 받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긍정의 힘으로 변화시켜 더 높이 뛰어오를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많은 용사들이 병영 생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을 발견했다. ‘입대 후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군 복무 기간에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가 명확해졌다’라는 피드백은 나의 마음 근육도 강하게 자극해 주었다.

코로나19라는 비전통적 안보 위협 속에서도 우리 군은 굳건한 안보와 책임 국방을 위해 헌신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 근력을 점검해 보며, 몸의 근육을 단련하듯 마음 근육 단련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모든 국군 장병이 강한 회복 탄력성을 갖고, 어떠한 상황에도 일어나 싸워 이길 수 있는 선진 강군의 모습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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