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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수적 열세 위기감…美, 함정 증설 중대 과제로

입력 2020. 10. 23   17:38
업데이트 2020. 10. 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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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함정 척수 증강 경쟁 돌입 


중국 함정 올해 집계 350척 세계 최다…2015년 이미 미국 추월
에스퍼 미 국방장관 2045년까지 500척 이상으로 증강 계획
대형 함정보다 경항모·무인함정 등 늘려 미래 해군력 주도 예고

미국 해군은 2045년까지 함정을 500척 이상으로 대폭 증가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미국 해군이 괌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연합훈련 모습.  사진제공=미 7함대사령부
미국 해군은 2045년까지 함정을 500척 이상으로 대폭 증가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미국 해군이 괌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연합훈련 모습. 사진제공=미 7함대사령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국은 해군과 해병대 함정의 보유 척수를 늘리는 방안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에 군 함정 수량면에서 미국을 추월해 갈수록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 미국도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함정 수량의 대폭 증강을 국방부 이상의 차원에서 중대 과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달 초 미래 해군 함대 계획을 담은 ‘전투력 2045’를 사전 보고받았다고 미 안보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밝혔다. 이 보고는 2045년까지 미 해군 함정을 500척 이상으로 증강하겠다는 계획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디펜스뉴스는 이와 관련해 미래 함정 척수의 규모를 480~534척이라고 추정해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이러한 함정 규모 증가는 미군의 현재 보유 척수인 297척을 훨씬 능가할 뿐만 아니라, 미 해군이 2016년에 설정해 2030년까지 달성하려는 목표인 355척보다 최소한 35% 늘어난 것이다. <표 참조>


미국의 함정 증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 조달의 어려움에도 2016년 11월 272척의 함정을 보유했지만 현재 297척으로 25척을 증가시켰다. 2021년 9월 말까지 306척으로 증가시킬 예정이다. 에스퍼 국방장관도 장래 함정 척수의 규모와 관련해 현재 설정된 목표인 355척을 능가하는 규모가 돼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했다.

에스퍼 장관은 해군의 미래 전력구조에 대한 자체 검토에 보다 혁신적인 방안을 담기 위해 외부의 견해가 반영될 것을 주문했다. 그에 따라 2045년 해군력 연구는 데이비드 노키스트 국방차관이 주도하고 있으며, 국방부 비용 프로그램 평가실, 합참, 해군, 허드슨 연구소가 참가하는 3개 그룹에 맡겨져 있다.

미국의 함정 증가는 중국 해군의 팽창에 자극받은 것이다. 중국 해군의 함정 척수는 이미 미국을 능가한 상태다. 미 국방부의 의회 보고서인 2020년판 ‘중국의 군사 안보 증강’에 따르면, 중국은 350척의 전투함을 보유한 ‘수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해군’이다. 여기에는 항공모함 2척,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4척, 핵 및 재래식 공격형 잠수함 52척, 순양함 32척, 구축함 32척, 주요 수륙양용함 58척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의 함정들은 소형 함정이 많아서 함정 톤수에서는 아직 미국에 뒤지고 있다. 그렇지만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425척의 함대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어 함정 톤수의 역전도 시간 문제다.

미국은 해양 전력에서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압도적인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해상 전력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해상을 이용한 군사력의 투입 방식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최근의 중국 군사력은 육상에서 항공모함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를 도입하는가 하면, 해상 전력도 미 해군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해군은 현대화를 착수하기 이전인 1979년에도 300여 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사일정 140여 척, 잠수함 75척, 구축함 11척 등은 오래된 센서와 구식 장비를 갖추고 있어서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제 미국은 1980년대 이후 함정을 최대 규모로 증설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장래의 함대에서는 항공모함 등 대형 함정은 그 척수가 오히려 줄어들고, 대신 소형 함정들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형 함정들의 경우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물론 정확도가 향상된 탄도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형 함정은 건조비가 많이 들고, 많은 승선 인원이 필요하며, 건조 업체에도 고정비용을 부담시키는 등 많은 불리한 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미 해군 군사력 투입의 상징인 항공모함은 장기적으로 줄어들거나 현재의 척수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항공모함에 대해서는 여러 방향이 있다”며 “과거의 논쟁처럼 대형 항공모함을 계속 건조할 것인지, 아니면 소형 항공모함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고 디펜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에스퍼 장관이 말하는 대형 항공모함은 ‘슈퍼 항공모함’이라고 지칭하는 10만 톤 규모의 니미츠급 항모이며, 소형 항공모함은 수직이착륙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탑재하는 경항공모함을 말한다. 에스퍼 장관은 대형 항모보다는 경항모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4척은 그동안 임시방편으로 운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수명이 다하면 그대로 폐기할 방침이다. 또 대형 수상함인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최근 개발된 연안전투함의 등장 예에서 보듯이, 소형 전투함정들이 보다 많이 건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무인함정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공중에서 무인기의 활약에 이어 해상과 수중에서 무인함정의 활약을 예고하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도 이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함정 척수를 빠르게 늘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 무인화할 수 있는 소형 함정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들 소형 함정은 시나리오와 기술 진전에 따라 어느 시점에서 무인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해상 군사력의 건설에서 또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김성걸 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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