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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퇴치 외 활동영역 확대…기지 영구거점화 의도

입력 2020. 10. 16   16:10
업데이트 2020. 10. 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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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으로 중요한 ‘아프리카의 뿔’…美·中·獨 등 7개국 군사기지 주둔
올해부터 지부티 파견 자위대 초계기·호위함 동원 정보수집활동 임무
인도양서 우발적 사태 대응력 강화…동맹국 협력 증대·중국 견제도 목적


중동에 파견되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기리사메’가 지난 5월 10일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에 파견되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기리사메’가 지난 5월 10일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왜 지부티에 주목하는가?


지난 9월 일본 정부는 오쓰카 우미오(大塚海夫) 전 해상자위대 제독을 지부티 대사로 임명했다. 오쓰카 대사는 해상자위대 간부학교장, 방위성 정보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며 자위관 출신이 대사로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전후 일본 사회를 돌아봤을 때 자위대에 대한 일본 대중의 이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더이상 자위대는 국민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 집단이 아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부터 최근 코로나19 방역 활동까지 눈에 보이는 역할을 하는 자위대로 거듭나고 있다.

지부티는 아프리카 북동쪽에 위치한 국가로 88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부티는 19세기 프랑스령에 편입된 이후 1977년에야 독립국이 되었다. 이후 프랑스 군대만 주둔했었던 지부티에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병력을 주둔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잇따라 주요국의 군사기지가 진출하면서 인도양의 지정학적인 요충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위관을 대사로 임명하는 일본의 전략적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전략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에게 지부티에 자위대의 거점을 유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지부티.  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지부티. 게티이미지뱅크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지부티

지부티는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에 위치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뿔은 지부티,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4개국이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이들 4개국과 국경을 접하면서 분쟁을 겪고 있는 주변국들을 포함하는 군사 연구가 일반적이다. 아프리카의 뿔이 중요한 이유는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아시아로 운반되는 해상교통로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해역 관리에 있어서 국제적 협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해적 출몰이 빈번해 유엔 차원의 평화유지 활동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2000년대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해양기동군(Combined Maritime Forces) 훈련이 시행되고 있으며 2009년부터 2016년까지 NATO 중심의 해양방패작전(Operation Ocean Shield)도 실시됐다.

지부티는 현재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7개국 군사기지가 주둔하고 있을 정도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지역이다. 소말리아에 군사기지를 주둔시키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지부티에 군사기지 거점을 두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은 지부티에 처음으로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 군사 기지 건설이 시작되었고 유엔 PKO 작전 참여, 아덴만 해역에서의 선박보호 등 보급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부티의 중국 군사기지는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의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되면서,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의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지부티는 주요국들이 인도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도록 군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 자위대의 지부티 거점화

일본은 2009년 처음으로 아덴만에서 시행된 대해적 작전에 참가했다. 당시 일본 자위대의 항공기는 지부티 내 미군 기지나 프랑스 공항시설을 사용했다. 2011년 6월부터 일본은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해적퇴치 활동과 초계기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지부티 국제공항 북서부 지역에 기지(수상부대와 항공부대)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180명 규모였는데 현재는 수상부대 200여 명, 항공부대 60여 명 등 260여 명 규모로 증가했다.

전후 처음으로 해외 거점기지를 마련한 일본 자위대는 독자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다자훈련에도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해양기동군에 수상부대가 참가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항공부대까지 참가하기 시작했고 연합해양기동군 사령부(CTF 151)에 사령관 등 20여 명을 파견하는 등 인적교류도 강조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행된 평화안전법제에 따라 자위대의 해외 파견이 확대되면서 지부티에 파견된 자위대의 활동 영역도 해적퇴치 이외의 활동으로 확대되었다. 남수단 유엔 임무(UNMISS)에 파견된 자위대를 지원하거나, 남수단에 주재하고 있는 일본인들을 지부티 기지로 피신시키기도 했다. 2017년부터는 지부티 기지에서 일본인 수송훈련을 실시하는 등 해적퇴치 이외의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영역의 확대는 궁극적으로 일본의 지부티 기지를 영구거점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2018년 12월 발표된 방위계획 대강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목표에 입각해서 “지부티에서 해적퇴치를 위해 운영하는 자위대의 활동 거점에 대해 지역에서의 안보협력 등을 위한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활용을 위해 착수한다”라고 밝힌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1월 일본 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일본 관련 선박의 안전확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분으로 지부티의 자위대 부대에 정보수집활동 임무를 부여했다. 자위대는 지부티 거점 항공부대의 초계기 2기와 새롭게 파견되는 호위함 1척으로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바브엘만데브 해협 동부의 아덴만 공해 등 3개 해역에서 안전을 위한 정보수집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아덴만 지역에서 이뤄지는 경계감시활동의 약 60%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수집된 정보는 연합해양기동군 사령부 등과 공유하면서 나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 일본은 지부티 거점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일본은 인도양에서의 우발적 사태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 정보수집을 통해서 향후 평화안전법제를 시행하는 경우 그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 국회에서 자위대 활동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 영향사태나 존립위기 사태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데 지부티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명목으로 지부티에 거점을 두고 있는 미국·프랑스 등과 군사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은 인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2020년 9월 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했다. 양국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고자 ACSA 체결을 추진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인도의 지부티 일본 기지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일본의 활동이 지부티를 중심으로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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