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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한 주를 열며] ‘옳은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입력 2020. 10. 16   15:49
업데이트 2020. 10. 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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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류지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요즘 낯선 듯, 익숙한 듯 듣게 되는 말들이 있다. 우선 외래어인 듯, 한국어인 듯 족보가 모호한 말들이 있다. 사전적 용어인지, 일상용어인지 구분해야 용도가 파악되는 표현들이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공히 사용되는지, 자칫 신조어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나 일부 노년층 등에게는 이해에 어려움이 없을지 배려가 필요한 용어들이 있다.

코로나19로 등장한 ‘언택트(Untact)’ 시대. 비대면이라는 한글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 또한 엄격히 말하자면 한자어에 속한다 해도-, 이보다는 영어 발음대로 ‘언택트’ 해야 새로운 현상을 더 잘 반영하는 듯 느끼는지 모르겠다. 상품 소개엔 ‘언박싱(unboxing)’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더 짧고 간결하고 상큼한 ‘연다’라는 우리말로 물건 상자나 포장을 열어 볼 수도 있는데, ‘언박싱’의 설렘이 더한 걸까?

뇌와 ‘오피셜(official)’이 만난 ‘뇌피셜’은 국어사전에는 없지만 인터넷 용어 검색으로는 ‘인터넷상에서 객관적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나 주장을 이르는 말’로 설명돼 있다. 연령층을 막론하고 누구나 이해하고 사용하는 단어라고 보긴 어려우나 사용자는 한층 세련됨이 묻어나는 ‘고급진’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또한 ‘고급스러운’이 아니라 고급진이 고급스러운 멋에 착 감기는 듯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빨리빨리’의 시대여서 그런지 단축해 쓰는 말들도 많다. 선생님의 준말이 되어 버린 ‘샘.’ ‘듣보잡’과 같이 들어보지도 사용해 보지도 않았던 말들이 우리말의 신(新)물결이 되고 있다. SNS에 전략적으로 줄임말이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를 이해 못하면 자칫 센스와 유행에 뒤지는 듯 여겨지는 건 다소 안타까운 측면이다.

이러한 새로운 유행어, 표현 방법 등은 어쩌면 시대적 변화와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고, 남녀노소, 지식여하, 관심여부를 막론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는 고려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실종된 존대어’와 ‘신종 존대어’로 인한 혼란스러움도 크다. 존대의 주체를 헛갈리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과한 존대’ 경향이 생겼다. 가령, ‘500원 있으세요? 물건이 없으세요. 전화 오셨어요?’ 등은 주체가 사람이 아니니 굳이 존대를 해 줄 필요는 없다. ‘500원은 있고, 물건은 없고, 전화는 오면’ 족하다. ‘계세요?, 계시고요’란 존대어가 있는데 ‘누가 있으세요’란 새로운 방식의 존대법도 필요 없다.

친절은 감사하고 공손한 태도는 칭찬하나 과한 높임말은 불편하다. 지나친 건 늘 금물이다. 모든 말에 ‘~시’만 넣으면 존대어가 될 거란 편리한 방식의 존대법이 아니라 올바른 존대어 이해가 필요하다. ‘내가 아시는 분~’ 하고 자신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내가 아는 분’ 정도의 겸손함은 어떨까?

시대에 맞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하고, 모두가 규격화된 표현을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올해 573돌의 한글날을 보내며 우리말과 바른 어법을 생각했다.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고 뛰어난 글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언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유행과 센스, 세련됨이 외래어’란 인식은 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옳은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고민해 볼 일이다. 과장과 지나침도 좋지 않다. 특히나, 언어 표현이 다소 정제되고 ‘일정 방식’으로 제한되는 측면이 있는 군에서는 이것이 곧 ‘중용’과 ‘정도(正道)’로 염두에 둘 교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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