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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인 종교와 삶]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

입력 2020. 10. 13   16:34
업데이트 2020. 10. 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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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효 인 
육군특수전학교 군종장교·대위·신부
이 효 인 육군특수전학교 군종장교·대위·신부


나는 뜨거운 태양 그리고 긴 장마와 싸워야 했던 지난여름, 특수전학교에서 공수기본교육을 받았습니다. 함께 교육받으며 정을 나눴던 공수기본 841기 동료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빛났던 교관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공수교육에 입교하기 전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체력이었습니다. 이런 걱정은 입교 후 곧바로 현실로 이어졌습니다. 이틀째 실시된 뜀걸음에서 저는 보기 좋게 같은 조에서 뒤처졌습니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교관님들은 포기하지 않게 옆에서 계속 뒤처지는 저와 다른 동료들을 독려해 주었습니다.

저는 비록 같은 조 동료들과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뒤처져서라도 완주할 수 있었고, 그런 저를 본 같은 조의 용사들은 다음 뜀걸음 시간부터 저를 대열의 맨 앞쪽에 두고 뒤처지려 할 때마다 등을 밀어주며 힘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가장 걱정했던 교육의 한 부분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질수록, 교육 입교 전 백마대 성당 간부 신자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신부님, 공수교육은 체력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굳게 지니면 버텨내실 겁니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보면 인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자신의 판단이 옳은 것처럼 행동하는 많은 예가 나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사람은 레몬 향을 맡으면 갑자기 청결에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합니다. 세척제에 주로 레몬 향이 첨가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몬차를 마시던 엄마가 갑자기 걸레를 찾아 청소를 하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왜 갑자기 청소를 하느냐고 물으면 엄마는 “저녁에 오시는 손님이 먼지 알레르기가 있으시대. 너희 엄마가 이렇게 현명한 사람이야”라고 말합니다. 레몬 향과 청소가 무의식중에 연결돼 그런 욕구가 발동한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나서 그런 결정을 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내가 살기 위해 심장을 뛰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때로는 보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외적인 것에만 집착하고 만족을 추구한다면 내적으로는 불만족해지고, 우리 각자가 원하는 것을 완성하지 못합니다. 곧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진정한 내적인 평화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제가 만약 육체적인 고통과 교관들의 불호령에만 집착했다면 아마 공수교육을 무사히 이수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군 생활을 하는 우리 각자의 자리에 때로는 어렵고 힘든 일이 다가옵니다. 그때 타인의 시간과 입장을 바라봐주고, 당장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늘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참평화와 나 자신의 진정한 완성은 외적인 불편함을 참아낼 수 있을 때 옵니다. 평안함을 위해 편안함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혼자가 아닌 나와 함께하는 많은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줄 것이고, 굳센 마음가짐으로 어떠한 고비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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