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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영 국방광장] ‘사전불퇴’ 정신과 공보작전

입력 2020. 10. 08   16:40
업데이트 2020. 10.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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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삼 영
육군9사단·중령
성 삼 영 육군9사단·중령

1952년 10월 초 국군 제9사단은 3개 사단 규모의 중공군 38군을 상대로 절체절명의 전투를 앞둔 상태였다. 당시 9사단장 김종오 장군은 중공군의 전술을 철저히 분석하고 맞춤식 교육훈련과 전투준비태세를 갖춰 나갔다. 모든 준비를 마친 사단장은 장병들에게 “이 고지에 뼈를 묻자”라는 마지막 훈시를 하며 사전불퇴(死戰不退)의 정신으로 하나 돼 승리할 것을 당부했다.

9사단의 승전이 예상되던 10월 12일. 각 신문사는 전황을 보도하기 위해 백마고지 일대에 앞다퉈 모여 취재 경쟁까지 벌였다고 한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전투의 승리를 통해 전시 한국군의 재편성과 증강을 다시 한 번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24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혈전을 치른 끝에 국군 제9사단이 중공군을 격퇴하고 승리했다. 6·25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로 알려진 백마고지전투의 이러한 승리는 사전불퇴의 전투의지 고양으로 시작해 언론을 통해 승전보가 전 세계에 전해지면서 완성된 셈이다.

최근 군단과 예하 사단이 연계된 전투지휘훈련(BCTP)에 참가했다. 2012년 한국군 사단급 전술 제대에서 최초로 실시했던 ‘한미연합 BCTP’에 이어 세 번째 사단급 훈련 참가였다.

BCTP는 지휘관 및 참모가 실전적인 지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단 컴퓨터 모의기법을 사용해 실시하는 과학적인 부대훈련 방법이다.

하지만 현 모의훈련체계에서는 백마고지전투의 사전불퇴 전투의지 고양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군의 승리를 알리는 공보작전도 잘 반영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번 훈련을 준비하면서 필수부대과업목록(METL)에 ‘장병 전투의지 고양’과 ‘공보작전’을 포함하고, 공통작전상황도(COP)를 만들고 사단 내 자체 증원요원을 편성했다. 훈련 간에는 군사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상의 언론 보도와 SNS상 유언비어를 묘사하고 이에 대한 기능적 조치들을 통해 전투의지 고양과 공보작전을 가시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봤다.

클라우제비츠는 ‘물질력이 칼집이라면 정신력은 시퍼런 칼날’이라고 했다. 무기보다 정신력이 전투에서 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훈련한 대로 싸우고, 싸운 대로 훈련한다. 70여 년 전 백마고지전투의 ‘사전불퇴’ 정신이 전 세계인들에게 승리의 감동을 전했던 것처럼, 실전적인 훈련으로 한 장의 사진이 적의 만행을 알리고 우리 군의 값진 성공을 각인시키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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