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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이익 일치 땐 아·태 다자안보협력체 발전 가능

입력 2020. 09. 18   16:46
업데이트 2020. 09. 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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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력’ 확장될까? 
 
일본-호주, 일본-인도 등 양자협력 구도서 NATO 처럼 확장 구상
2007년 4개국 첫 실무자급 협의 후 지난해 처음으로 장관급 회의
日·호주는 ‘동맹’-인도는 ‘협력국’…관계 차이 극복 美 노력 관심

미국·일본·호주·인도로 이루어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4개국 협력(Quadrilateral Cooperation·이하 쿼드)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쿼드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안보협력구상으로 연계하고자 하는 미국의 속내가 드러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어떠한 방향으로 구체화 되고 실행에 옮겨질 것인지에 대한 학계 및 정책전문가들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3월 20일 이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미국·일본·호주·인도·베트남·뉴질랜드의 외교차관 전화협의를 쿼드 플러스(Quad Plus)로 명명하고 비대면의 상황에서 활발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전통안보위협 분야에서 쿼드의 확장성을 모색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쿼드(Quad)의 시작

쿼드는 새롭게 나타난 협력체가 아니다. 2004년 인도양 일대에 대형 쓰나미가 발생하면서 그 피해복구를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처음으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협력했던 경험에서 시작됐다. 이후 4개국은 2007년 필리핀에서 개최된 ASEAN 지역 포럼(ARF)에서 처음으로 4개국 전략대화(QSD)의 형태로 실무자급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벵골만에서 미국-인도 간 말라바르 해상훈련의 번외편으로 일본·호주·싱가포르가 참여한 연합훈련이 실시됐다. 4개국 전략대화는 임시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개최 결과에 대한 공동발표가 진행되지도, 이후 일정을 공식화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참가국 의도와는 별개로 이러한 전략대화를 중국이 어떻게 인식하는가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의심이 높아지는 시기였기에 중국에게 이러한 제한된 국가들 간의 협력은 배타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호주 모두 지도자가 교체되면서 전략대화를 지속할 자체적인 동력을 잃게 됐다.

쿼드는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협력체 중의 하나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쿼드 국가들 간의 양자 혹은 3자 형태의 협력은 지속됐다. 미국은 일본·호주와 각각 동맹조약을 맺고 군사협력을 강화해왔으며 인도와는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2007년 이후 일본과 호주 간 양자협력 관계가 증진되고 있으며, 같은 시기 일본은 인도와 협력을 강조하고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두 대양의 합류’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양자 형태의 협력과 병행해 미국·일본·호주 간 전략대화, 미국·일본·인도 간 전략대화, 그리고 일본·호주·인도 간 전략대화 등 3자 형태의 협의도 증진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인도가 주도하는 말라바르 해상훈련에 2007년 이후 비정기적으로 참여하던 일본은 2015년 이후 공식적인 참가국이 되면서 미국·일본·인도 간 3자 군사협력이 실시되고 있다. 최근 인도는 말라바르 해상훈련에 호주를 초청하면서 그 외연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호주가 주도하는 탈리스만 세이버 연합훈련에 일본이 2015년부터 참가하면서 미국·일본·호주 간 3자 군사협력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자 협력이 소다자주의적으로 연계되면서 지역 내 안보협력을 유도하게 됐다.

이후 2017년 미국과 일본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동 비전으로 채택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쿼드도 지정학적 관점에서 다시 관심 받기 시작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실무급에서 논의가 재개됐고 2019년 유엔 총회 기간 중 처음으로 4개국 간 장관급 회의가 개최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화상으로 개최된 미국-인도 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기제로 쿼드의 역할을 언급했다. 사진은 비건 부장관이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W-GDP 이니셔티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화상으로 개최된 미국-인도 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기제로 쿼드의 역할을 언급했다. 사진은 비건 부장관이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W-GDP 이니셔티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건의 쿼드 언급과 다자안보협력 전망

지난달 31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화상으로 개최된 미국-인도 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기제로 쿼드의 역할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쿼드 협력의 중요성을 지적했으며 비건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파트너들은 양자동맹에 기반해 군사적으로 분리된 ‘hub-and-spokes’ 구조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념을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으로 확장해 호주와 인도를 자연스럽게 지역 질서 내로 끌어들이면서, 양자협력으로 이어진 국가들을 네트워크화된 다자협력 구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비건에 따르면 쿼드로 대변되는 4개국 협력은 그러한 네트워크화된 다자협력의 중요한 출발점이며, 특히 공통의 가치를 지닌 나라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비건의 언급은 ‘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나토(NATO)와 같은 다자협력기구가 존재하지 않는가?’ 라는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었던 의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인도-태평양 시대에 쿼드를 기초로 다자안보협력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러한 미국의 시도가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든지 중국이 제기하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는 전략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살 수 있지만, 그보다는 공통의 가치와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 간의 협력 의제를 개발하고 공동으로 실천해가는 협력체로서의 기능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쿼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2기를 맞이하든 새로운 행정부로 대체되든 지속적인 아시아 정책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비건의 쿼드 언급에서처럼 쿼드의 외연을 확장해서 다자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는 참여국의 국가이익과 위협인식의 문제다. 비건은 공통의 가치와 이익이라는 점에 기반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쿼드 협의 후에 공동선언·공동비전 등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쿼드 국가들 간의 대외정책이 조정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세적인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대응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비건이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둘째, 동맹과 다자협력의 관계다. 미국은 쿼드를 기반으로 지역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호주이며 인도와는 전략적 협력관계다. 쿼드 안에서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의 3자 관계와 다른 가장 느슨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에게 지나치게 안보 부담을 늘리거나, 느슨한 관계인 인도를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대외적 부담이 클 것이다. 향후 미국이 동맹을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토와 유사한 협력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구상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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