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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개의 피복·장구·장비… 무게 견딜 자 누구? 소형·경량·모듈화 + 연속·전문성이 답이다

맹수열 기사입력 2020. 09. 17   17:16 최종수정 2020. 09. 17   17:20

⑨ 전투하중, 워리어플랫폼 구축의 최대 난제

워리어플랫폼 ‘철삼각’ 봉착 주요 이유
과도한 하중부담으로 비전투손실 유발 

 
기술적 협력·전담연구기관 필요성 등
한·미 군수협력회의 통해 교훈 얻어 

 
수납공간 확보할수록 휴대품목 증가
경하중 운반장비 체계 발전 부작용도 

 
전투하중 시험평가 표준 등 제정 필요
문제 해결 위한 독자적인 대안도 중요 

 

다양한 임무 수행이 요구되는 현대·미래전에서는 과거와 달리 전투원은 더 많은 피복, 장구, 장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개인 전투원의 능력 향상을 위해 추진되는 워리어플랫폼 개발 과정에서 전투하중은 꼭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사진은 우리 군 장병들이 다양한 행군 훈련과정에서 전투하중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들.  국방일보 DB

앞서 우리는 워리어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빠질 수 있는 대표적인 딜레마인 ‘철삼각’에 대해 알아봤다. 개인 전투원의 치명성, 생존성, 지속성, 기동성 및 상황인식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워리어플랫폼의 구축이 철삼각에 봉착하게 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은 ‘전투하중의 증가’를 꼽았다.

김 팀장은 “전투하중의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직접적인 부작용으로 익히 알려진 난제”라고 설명했다.


철삼각

워리어플랫폼 획득에서 전투력의 능력 중 한 가지를 강화하면 다른 능력이 약화되는 모순과 정책·기술적 딜레마가 생기는 상황을 가리킨다. 비용·성능·일정으로 이뤄진 ‘사업관리 3요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게가 전투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국의 연구가 주는 교훈

그는 국방부가 주관하는 한-미 군수협력회의 과정에서 미군의 병사체계 구축 사업 관계기관(PEO-Soldier)을 방문했던 경험을 전했다.

김 팀장은 “그들의 연구현안을 보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워리어플랫폼에 대해 단연 최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사업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첨예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이들이 가진 가장 첫 번째 질문은 바로 ‘무게가 얼마나 되는가?’였다. PEO-Soldier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중을 분석하고 영향성을 평가하는 체계통합연구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들이 운용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피복·장구류의 형상과 단위 중량 등의 물성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가상의 피팅과 표준화된 전투시나리오, 인체동작 프로토콜을 모의했을 때 운용성을 분석평가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보면 미군의 경우 전투원이 부담해야 하는 전투하중은 100파운드(약 45㎏) 가량이다. 미군이 목표하중을 절반인 50파운드(약 23㎏)로 설정한 것은 전장에서 기능과 역할을 보조하는 도구가 늘어간다는 것과 그 도구들의 기능이 복잡·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 팀장은 “다차원 전장에서의 임무 수행이 요구되는 전투원이 더 많은 임무와 기능을 수행하도록 요구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화기를 들고 사격과 기동을 되풀이하며 고지를 점령하던 재래식 전투와 달리 무전기, 야전삽, 침낭, 반합, 수통, 전투식량 등 수 많은 휴대품목이 생긴 지금의 모습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는 “워리어플랫폼 추진에 있어 미국과 우리의 유사한 점은 단위품목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반면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은 기술개발 전략을 토대로 이를 통합적 시각에서 관리·연구하는 전담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후행 사업 사이의 영향성을 계속 분석하고 전산화해 활용하는 미국의 연구 인프라와 기초연구가 철삼각을 극복하는 핵심 연구역량이자 최고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우리 역시 무기체계, 전력지원체계, 민군기술협력, 상용화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분야별로 개선되고 있는 현황을 종합하고 획득전략을 꾸준히 논의해 체계통합을 추진하는 전담기관과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워리어플랫폼 추진 과정에서 전투하중은 단위품목의 중량을 결정하는 기준점인 동시에 운용 적합성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리어플랫폼을 구성하는 30여 개의 피복, 장구, 장비들의 하중을 ‘인간’이라는 플랫폼이 허용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시각에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 군수협력회의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전투하중 경감을 위한 기술적·정책적 협력, 전담연구기관의 필요성과 지속연구를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공유의 중요성 등이었다”며 “또 전투하중 문제를 비물자적 해결방안을 통해 관리적 해법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전투하중 극복 방안과 역효과

그렇다면 전투하중의 증가를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김 팀장은 소형화(Miniaturization), 경량화(Lightweighting), 모듈화(Modularization)를 꼽았다.

특히 그는 모듈화가 적용된 대표적인 결과물인 ‘모듈화된 경하중 운반장비(MOLLE)’를 소개했다. MOLLE는 앨리스팩(ALICE Pack)이라고 불리는 전투 배낭의 휴대성과 운용성을 보강하고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화된 파우치를 더한 전투 배낭이다.

김 팀장은 “MOLLE의 본질은 하중의 분산을 통한 지속성 강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전투하중이 일정할 경우 균등하게 분산해 균형을 유지하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는 MOLLE는 개발 과정에서 배낭 앞·뒤로 착용해보기도 하고 신체의 다른 부위로 분산하기도 했으며 결속방법을 달리해 착용감과 균형을 측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MOLLE 체계의 발전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한다. 김 팀장은 “수납공간을 더 확보하면 할수록 많은 물건을 저장하려는 심리처럼 MOLLE를 활용해 휴대품목을 더 늘려 전체하중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호주의 병사체계 프로젝트인 ‘Land125’ 관계자들과 가진 토의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호주는 사용자 요구사항의 수집·분석과 진화적 개선, 민군협력을 매우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한 과학 기술적 대안에 집중하는 미국과는 접근 전략의 차이가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에 따르면 호주는 3D 스캐너, 3D 프린터, CAD, 커팅기 등을 확보해 역설계, 비교분석, 목업 제작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야전의 의견을 청취하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 국방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국방혁신 과제 중에서도 호주와 비슷한 시스템을 활용, 맞춤형 피복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이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한층 발전된 연구의 기반 인프라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리어플랫폼 정체성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
블루오션 선점 위한 경쟁력 강화 전략 필요”


과도한 전투하중은 근골격계 질환과 이로 인한 비전투 손실을 유발한다. 장기적인 하중부담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28㎏ 정도의 전투 배낭을 착용하고 행군하는 과정이 척추 디스크에 미치는 영향성을 분석한 김 팀장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8시간 이상의 행군은 척추 디스크에 중대한 통증이나 임무 수행 제약을 초래할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그는 “전투하중은 체중의 30% 이하가 돼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야전의 현실은 이를 훨씬 초과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의 지적은 장병들의 군 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행군하다 발에 물집이 잡히는 수많은 경우가 그것이다. 그는 “물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선진국에서는 물집을 전투원의 기동성을 저해하는 주요 비전투손실로 분석하고 있다”고 짚었다.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역시 전투화, 조종화, 함상화 등을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착용 편의성에 대한 요구사항을 많이 접하고 있다. 김 팀장은 “착용 편의성은 매우 주관적인 지표라 설문을 통해 만족도를 식별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실정”이라며 “전투원이 임무 수행 중 족저 부위에 너무 큰 하중을 받지는 않는지는 지금의 시험평가기술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전투하중 시험평가에 대한 공감대가 하루빨리 형성돼 연구를 통한 시험평가 표준 등이 제정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 팀장은 전투하중 문제 극복을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먼저 그는 선진국 사례 분석과 국내 인프라, 유사체계의 민군협력 성과 등을 토대로 볼 때 독자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꺼냈다. 이어 “앞서 말한 것처럼 소형화, 경량화, 모듈화라는 방향성은 크게 변함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각 구성품들의 최적화를 통한 통합·계열화 계획이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는 현재 중장기적으로 요구능력별 또는 임무유형별 다양한 계열의 워리어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동시에 아직 미성숙된 이 분야의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김 팀장은 우리 군의 워리어플랫폼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선진국의 사업을 무조건 추종하기보다는 배터리, 정보통신, 디스플레이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 민간의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독자적인 상황인식형 체계, 작전지속형 체계 등을 구성함으로써 치명성·생존성 분야에 밀집된 세계 시장에서 블루 오션(Blue Ocean)을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맹수열 기자

자료제공 = 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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