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21.06.17 (목)

HOME > 기획 > 군사 >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인간이기에 갖는 딜레마… 인간 중심 과학기술이 열쇠

맹수열 기사입력 2020. 08. 20   17:25 최종수정 2020. 08. 21   11:18

⑧ 워리어플랫폼 체계의 철삼각 극복 
기동성·생존성·치명성 ‘상호연계’ 
한 가지 변수 변화시킬 때 균형 깨져 
생존성 강화 위해 방탄 성능 높이면 
면적 넓어져 기동성 낮아지고 
에너지 소비 늘어 지속성 떨어져 
  
“인간의 유한한 신체·인지적 능력 
무한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것 모순 
효율적 타협점, 과학기술이 찾을 것” 

철삼각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군은 현재 상충되는 두 능력이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편의성과 기동성이 상충되는 능력을 고려해 개발된 4세대 전투복 시제품.  

 고양 = 조종원 기자



지금까지 생존성, 지속성, 기동성, 상황인식능력, 치명성 등 전투원의 5대 능력 강화에 대한 개념과 대표적인 품목별 사례를 살펴보고 워리어플랫폼의 적용 및 발전 방안을 모색해봤다. 이제부터는 체계통합 및 프로젝트 관리자의 관점에서 처하게 되는 개념·기술적 딜레마인 ‘철삼각(Iron Triangle)’을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워리어플랫폼을 조명해보겠다.



기동성이냐 생존성이냐…철삼각의 의미

우선 생소한 용어인 철삼각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워리어플랫폼 획득에서 철삼각은 전투원의 능력 한가지를 강화시키면 다른 능력이 약화되는 모순과 정책·기술적 딜레마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모든 획득 사업관리 과정에서 기술·정책적 의사결정은 비용·성능·일정 등과 동시적이고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획득 사업관리에서 철삼각은 비용·성능·일정으로 이루어진 ‘사업관리 3요소’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비용·성능·일정이라는 삼각관계의 균형을 고려한 최적의 의사결정 방법론을 설명할 때 철삼각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지상무기체계를 설계하면서 한 가지 변수를 변화시키면 기동성, 생존성, 치명성 사이의 희생이 발생하는 것이 철삼각의 예”라고 말했다.

철삼각은 실제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김 팀장은 “개인 전투원을 지상 무기체계처럼 단일 무기체계로 발전시키려 했던 세계 각국의 사업들은 능력 강화에 따른 전투하중 증대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우리가 곧 직면할 모순적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삼각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연속적인 과정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외 여러 나라들은 임무에 따라 개인 전투장비를 다르게 구성하는 방식으로 철삼각 극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아크부대 장병이 대테러 상황조치 훈련에서 권총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  인천=조용학 기자

철삼각 딜레마의 이유는 ‘인간’

철삼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비용·성능·일정의 제약조건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따른 중요도·견해 차이가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워리어플랫폼과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던 선진국들이 철삼각의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 팀장은 이를 ‘인간’이라는 플랫폼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에서 찾았다. 그는 “전투장비·장구를 휴대하는 전투원이 감당할 수 있는 하중은 개인의 기본능력인 근력, 지구력에 따라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인체는 이미 그 자체로 항상성을 추구하는데 최적화 돼 있으며 외부자극에 적응해 다시 최적화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리어플랫폼에서 철삼각 문제는 비단 전투하중에 따른 기동성 약화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생존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탄성능을 높이고 방호면적을 넓히면 기동성이 낮아지고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 지속성도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고는 한다. 치명성을 강화한다면 반대로 지속성·기동성 저하라는 역효과를 감수해야 한다. 상황인식능력 강화는 인간의 신체·정신적 부하에 따라 인지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같은 능력 안에서도 효과가 달라지는 모순적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예를 들어 상황인식능력 강화를 위해 휴대용 단말기를 활용, 즉각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 개인에게 제공된 정보의 양이 순간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초과해 과도하게 전달돼 상황인식능력을 저해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렇듯 워리어플랫폼을 통해 전투원의 5대 능력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것은 모순적 철삼각에 봉착할 수 있다. 이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 팀장은 “유한한 인간의 신체·인지적 능력을 무한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개념 자체가 일종의 모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리어플랫폼이 철삼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 필요하다. 전투장비·장구류 발전의 반작용으로 드러난 전투하중 문제 역시 결국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은 전투하중 증가에 따른 전투원의 기동·지속력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태안=조종원 기자

기술적 모순의 해결책

그는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역시 조사·분석 연구와 기술지원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모순에 직면해왔다고 털어놨다.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을 위한 방탄헬멧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방탄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경량화를 달성해야 하는 문제나 전투피복의 보온성·편의성을 높이다 기동성을 저해하는 문제 등을 접했을 때는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려워 고민과 좌절을 반복하며 대안을 찾았었다”고 말했다.

이런 기술적 모순이 발생할 경우 해결 방안은 두 가지가 있다. 사용자의 요구를 중심으로 재분석해 한 가지 특성을 선택하고 다른 한 가지 특성을 포기하거나 두 특성을 적당히 만족시킬 수 있는 중간값을 선택하는 것이다. 획득에서 최적화는 설계변수를 합리적으로 결정해 비용·성능·일정 등 제약조건을 고려한 타협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김 팀장 역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란 가장 효율 높은 타협안을 찾아가는 일련의 최적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 부상하기 때문에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워리어플랫폼은 이런 철삼각을 회피할 것인지, 마주하고 극복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해결을 위한 집단지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철삼각은 의사결정과 발전과정에서 난관이 되기도 하지만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 형성을 강요하고 창의적인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삼각 극복, 결국 본질에 집중해야

김 팀장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는 철삼각을 극복하기 위해 임무유형에 따라 휴대품목 등을 최소화하고 방탄류를 위협수준에 따라 계열화하고 있다. 또 신소재 개발과 모듈화 설계를 통해 전투하중을 감소·분산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는 무기체계 획득 관점에서 볼 때 공통 플랫폼, 즉 인간은 이미 존재하고 변화시킬 수 없는 제약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상황별로 요구되는 임무장비의 탑재를 최적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금 수준에서는 효율적인 타협안을 찾아내는 최적화 과정이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는 모순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과학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철삼각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인 방안으로 ‘의사결정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능력 범위를 설정하고 각 구성 품목들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발전돼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평가가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신소재·인체공학 설계 등에 대한 기초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가 현시점에서 철삼각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워리어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투하중의 영향성과 인체공학적 설계 등 기초연구 개선을 위한 포트폴리오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인 목표로는 워리어플랫폼의 기술적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꼽았다.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이 직면할 철삼각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워리어플랫폼이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하지만 수단의 획득에 집중한다면 능력의 철삼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며 항상성을 추구한다는 본질을 이해할 때 비로소 워리어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은 지금까지의 어떤 프로젝트보다 ‘인간 중심의 과학기술 육성’이라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워리어플랫폼의 구축을 통해 우리 국방이 과학기술 육성으로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맹수열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