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병영의 창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국군대구병원의 봄

기사입력 2020. 08. 05   15:03 최종수정 2020. 08. 05   15:36

정재민 육군대위 국군수도병원

지난 2월 24일은 내가 국군의료지원단의 일원으로 국군대구병원에 코로나19 확진환자 간호 업무를 위해 파견 갔던 날이다. 나는 ‘국가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국군대구병원에서 감염관리팀원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지금 돌아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뜻깊은 순간이자 간호장교로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에는 감염 관련 주특기도 아니고, 업무 경험조차 전무했던 터라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팀에 짐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최선을 다해야 했고, 감염관리 관련 법과 규정, 각종 지침을 찾아보며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졌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국가감염병전담병원의 개원 과정은 나뿐만 아니라 병원 식구들 모두에게 정말 녹록지 않았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시설과 장비들을 새롭게 설치해야 했고, 의료진 보강도 필요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확진환자 입원 절차부터 치료, 퇴원, 각종 우발상황까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병원 개원 전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감염관리팀원들은 감염병 관련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감염관리 교육도 해야 했다.

국가감염병전담병원 개원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시로 바뀌는 방역 당국과 군내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감염관리팀은 하루에도 수없이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의 감염 차단과 안전을 위해 고민해야 했고, 교육 소요 또한 끊임없이 발생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대구에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은 찾아왔고, 따스한 날씨에 벚꽃도 일찍 만개했다. 코로나19 이전 같으면 가족·친구들과 꽃놀이도 가고 한껏 봄을 즐길 때였지만, 우리는 특수복과 방호복을 입은 채 창밖에 만개한 꽃들을 보며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바뀌어 버린 일상이 마음 아팠고,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그리웠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두려움으로 힘든 하루를 버티며 퇴원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작은 일들에 감사하며 하루를 소중하게 보냈다. 그렇게 벚꽃이 질 즈음 모두의 바람대로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국군의료지원단과 병원 직원들의 헌신으로 313명까지 입원했던 대구병원의 확진환자가 모두 퇴원하고 어느덧 국군대구병원도 국가감염병전담병원의 임무를 마치고 4월 29일 일상으로 돌아갔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늘어나고 있고, 주춤했던 국내 확진자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난 국군대구병원에서 우리 군과 국민의 힘을 직접 느꼈다.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이 시련 또한 이겨내고 충분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